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에서 일합니다, 하면
보통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다.
1. 40대 이상 - 예를 들면 우리 고모들.
어디? 어디서 일한다고? (크라우드펀딩…) 아이고, 나는 요즘 젊은이들 사는 건 도통 모르겠어. 원체 세상이 빨리 변해야지. 열심히 일하면 됐지. 그래서 어디서 일한다고? (아, 네. 저 그 판교에서…) 판교? 판교면 그 인터넷 회사 많은데? 그래그래, 나중엔 다 인터넷으로 먹고 산다더라.
2. 40대 미만 - 예를 들면 2030 지인들.
우리 회사 대박 아이템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우리 회사가 펀딩하면 네가 봐주냐? 뭐 광고 같은 거 실어주냐?
지인 쿠폰 같은 거 없냐? (우린 그런 거 없는데.) 뭐야, 구리네. 복지가 왜 그러냐
참고로 회사 복지는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쁜 편도 아니다. 사진은 매주 월수금 착실하게 채워지는 스낵바 사진
고모에겐 그냥 인터넷 하는 회사지만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에서 에디터로 일합니다.
이 쯤 되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굳이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더라도 떠오르는 '그 회사'가 있을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주자 격으로 자리 잡은 그 회사.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떠올랐으면 좋겠다.)
아마 이 분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 줬음 싶으실 거다. 그렇죠, 강하늘 씨..?
어느덧 햇수로 3년 차 에디터가 되었다.
(와디즈에서도 특히, '투자'가 아니고 '펀딩') 에디터는 뭘 하느냐고 묻는데, 보통은 메이커님들이 써오신 프로젝트 스토리를 보고 "여기는 클로즈업 사진이 나을 거 같습니다.", "영상이 긴 편이니 중요한 부분들만 gif로 뽑아 주시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같은 피드백*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 그렇다, 에디터가 직접 스토리를 써드리지는 않는다.
모든 스토리들은 메이커님들이 직접 써 주시고 에디터는 그저 피드백으로 '제안'만 드리고 있다. 반영해서 스토리를 수정할 지 아닐 지도 메이커님들이 피드백을 받아보시고 결정하신다. "에디터면 스토리 써주시나요?"라는 질문을 이백 번은 들은 것 같아, 언젠가 대놓고 말하고 싶었다.
스토리 안.써.드.립.니.다. 직접 써주셔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에디터가 달라붙어 피드백을 드려도 반영이 1도 안 된 채 오픈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그러곤 대박을 친다. 이럴 때 자존심 상하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달라붙은 만큼 차원을 건너뛰어 스토리가 달라지고, 그렇게 오픈해서 대박을 치는 프로젝트들도 그만큼 많다. 그럴 때 에디터로서의 뽕이 차오른다.
자존심과 뽕 사이를 오가며 담당한 프로젝트만 어느덧 700여 건. (2020년 7월 기준)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프로젝트들도 물론 있지만, 기라성 같은 펀딩 프로젝트들도 숱하게 만나 왔다.
메이커님들 덕분에 아직 안 잘렸습니다.
에디터가 스토리를 써주는 것도 아니라면
이 프로젝트들은 왜 성공했을까?
와디즈 펀딩을 준비하는 메이커*님들이라면 한 번쯤은 궁금하셨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메이커님들의 스토리를 읽는 서포터*님들도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스토리를 읽다 보니 홀린 듯이 펀딩했네?"하고 한 번쯤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잠깐, 크라우드펀딩이 처음이신가요?
메이커 : 와디즈에서 '펀딩'을 오픈하는 분들을 부르는 말.
서포터 : 와디즈에서 '펀딩'에 참여한 분들을 부르는 말.
사람 홀리는 스토리를 작성하실 수 있도록 제안을 드리는 게 내 일인 건 맞다. 하지만 와디즈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들은 에디터의 능력만으로 성공한 게 아니다. 열심히 제안을 드렸어도, 메이커님들이 반영해 주시지 않으면 끝이니까. (하지만 누가 나한테 "야, 너 회사에서 논다매?"라고 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여름에는 18시가 넘어도 하늘이 환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 어둡지 않고 좋습니다. 하.하.하.
그런데도 성공했다면 이유는 하나다. 제품(리워드)가 특별하다. 여기에 가격까지 매력적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초안만 봐도 "성공 신이 강림하셨다" 하고 감이 온다. 여기에 피드백까지 잘 반영된다면 100만큼 성공할 것이 200만큼, 때로는 그 이상 성공한다.
우리 제품은 그냥… 제품인데요?
그렇다면 스토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하려면 제품만큼이나 스토리가 중요하다. 광고비를 쏟아부어서 유입을 확 끌어올려도 스토리가 별로면 (예비) 서포터님들이 그대로 뒤로가기를 누르시기 때문이다. 빨리 펀딩을 오픈하고 싶은 마음에 스토리 작성에 공을 들이지 않으시고는 오픈 후, "광고비를 이만큼이나 썼는데 펀딩이 왜 안 되죠?" 하시는 메이커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그래서, 에디터가 직접 분석해 보겠다.
성공한 그 프로젝트는 왜 성공했는지,'그냥 제품'이던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것도 직접 담당했던 프로젝트들만 추려서.
스타트업에서 잔뼈가 굵은 1n년 차 에디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3년 에디터의 뇌피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디선가는 3년 차만의 인사이트가 필요한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작은 마음을 담아서.
쟈근 마음을 모아 봤습니다. 근데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이걸 하겠다고 팀장님 허락을 안 받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크라우드펀딩 밥 3년을 먹었는데 그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콘텐츠도 발행했었습니다.
(이건 팀장님 허락 받고)
<에디터의 글쓰기 클래스> 스토리 쓰는 첫 단계, 뼈대 세우기
<에디터의 글쓰기 클래스> 스토리 쓰는 두 번째 단계, 살 붙이기
<에디터의 글쓰기 클래스> 스토리 쓰는 마지막 단계, 다듬기
<에디터의 글쓰기 클래스> 스토리 쓰기 부록, 소제목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