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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Mar 12. 2024

네이버 공동구매

생물은 배송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새조개를 공동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민성셰프는 일타쿠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이미 구독자가 6만 명을 넘어섰다. 일타쿠마는 민성셰프가 식재료를 소개하고 먹방도 하는 그런 채널이다. 그 채널에서 이 시기의 제철 해산물인 새조개를 공동구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 중에 새조개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하고 다양한 산지의 새조개도 비교한 후에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새조개를 현지 도매가로 판매하기로 했다. 일주일간의 예약구매 결과 260개의 주문이 만들어졌으니 처음 해본 것 치고는 성공이라 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운영면에서 보면 많은 실수가 있었다. 반성을 기록으로 남긴다.



첫째는 부가세의 문제였다. 공동구매의 목적은 가장 싼 가격으로 가장 좋은 수산물을 소개하는 것인데 어느 사이트에서 판매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산지에서 직접 주문을 받으면 농수산물은 부가세가 면제이기에 10% 싼 가격으로 제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쿠마상회에서 판매하면 무조건 부가세를 내야 하므로 가격이 올라갔다. 쿠마양념새우장이나 꼬막장처럼 수산물을 재료로 사용하여 제조한 후에 판매하면 의제 매입부가세를 일부 환급받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원재료를 판매하는 경우 부가세 환급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새조개를 판매하는 한려수산은 주문을 접수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즉 이번에는 부가세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부가세와 카드수수료, 또 한 경로에 따른 네이버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15% 정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공구를 한다면 산지와 직접 연결하여 판매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품질관리의 문제다. 아무리 쿠마상회는 소개와 거래 대행만을 한다고 하지만 이 공구는 쿠마가 책임지고 추천하는 것이다. 즉 문제가 생기면 쿠마상회가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원물의 품질에 문제는 없었지만 배송 중에 해수를 담은 진공포장이 터진 사례가 2건이나 발생했다. 아무리 바닷물이라지만 터진 상품을 받은 고객은 분명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상품을 다시 보내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좋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 곳은 새조개를 보낸 한려수산이 아닌 쿠마상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원물 공구는 품질을 책임질 수 없기에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사고는 나고 결국 쿠마상회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공동구매를 처음 생각했을 때 배송에 대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예약구매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예약구매라는 메뉴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예약구매 기간을 설정하고 배송은 그 이후에 역시 기간을 설정하여 진행하는 방식이다. 새조개 공동구매를 기획하기는 했지만 유튜브 라이브 시간과 충분한 시간을 조율하지 않고 있다가 급하게 금요일 저녁에 라이브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급하게 예약구매 페이지를 만들면서 생각지 않았던 실수를 한 것이다. 


2024년 3월 1일은 금요일이고 연휴의 시작이다. 3월 2일이 토요일, 3일이 일요일로 3일간의 연휴이다. 그런데 우리의 예약 구매는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로 설정하고 배송은 3월 2일로 설정한 것이다. 별생각 없이 예약구매 기간을 일주일로 한다는 것만 생각했지 생물 수산물에 대한 배송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 택배 배송은 휴일에는 이뤄지지 않는다. 즉 우리의 새조개 배송은 현실적으로 3월 2일에 이뤄질 수 없었고 가장 빠른 것은 월요일인 3월 4일 픽업, 3월 5일 도착이었다. 만약 상품이 공산품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새조개와 같이 상하기 쉬운 상품은 받는 날 곧장 소비를 계획하기에 배송 날짜가 무척 중요했다. 


그런데 우리의 상품 페이지는 배송이 불가능한 3월 2일 배송으로 표시되어 있고 얼떨결에 예약구매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고객들은 3월 3일인 일요일에 배송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유튜브가 방송되고 하루 만에 100여 개의 주문이 들어오니 모두가 즐거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고객들의 문의를 통해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깨닫게 된다. 급하게 배송날짜를 변경하기 위해 상품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예약구매는 시작되고 나서는 기간과 배송날짜의 변경이 불가능하단다. 결국 상품 이름 앞에 3월 4일 배송시작이라는 문구를 넣고 상세페이지에 배송은 3월 4일에 시작한다고 넣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의가 들어온다. 연휴 중에 먹기 위해 주문한 고객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2일 출발, 3일 도착이면 연휴의 마지막날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새조개 샤부샤부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산지와 협의하여 28일 배송을 시도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고객이 3월 3일 도착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먼저 도착한 새조개는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주문한 모든 고객에게 SMS를 날려 친절하게 문의를 했다. "혹시 2월 29에 받고 싶으신가요" 그 날밤 새벽 1시까지 문자의 답변이 계속됐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29일 도착을 요구했고 우리는 28일 첫 배송을 내보냈다. 물론 한 두건의 포장이 터져 나가는 사고가 있었지만 착오로 인해 누락된 1건을 제외하고 다행히 배송에 따른 문의는 없었다.  생물 상품의 온라인 판매에서 배송날짜가 가진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260개의 주문을 처리하면서 발생한 사고의 총숫자는 3건이었다. 그 정도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 사건으로 3명의 고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새로운 상품으로 다시 배송이 되었고 고객은 불편함의 대가로 새조개를 덤으로 받았을지 모르지만 쿠마상회에 가진 약간의 의구심은 분명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쿠마가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현지와 소비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그 첫 시도로 새조개 공동구매를 해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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