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라이브
쿠마상회를 운영한 지 벌써 8개월이 흘렀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나의 사업전략은 천천히 차근차근 성장한다였다. 비록 23년 8월에 스토어를 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9월 말이고 쿠마상회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결정한 것도 23년 말이기에 아직 1년도 제대로 운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철 생선회를 택배로 보낸다는 기본 원칙 아래 봄, 여름, 가을, 겨울 나오는 모든 생선을 상품으로 리스트 하는 것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우연히 스마트스토어 공지란에서 눈에 띄는 지원사업을 발견한 것이다.
2024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온라인 셀러유형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4년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은 쿠마상회와 같은 소상공인을 지원해 주는 사업인데 그 지원대상에 온라인 셀러가 있었다. 게다가 그 지원규모가 최대 5천만 원이라 하니 왠지 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다닥 사업지원서를 작성했고 얼마지 않아 다음 같은 메일이 당도했다.
귀하는 이번 '2024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온라인 셀러 유형)' 1차 교육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교육생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먼저 교육생을 선발하여 교육을 시킨 후 그중 우수한 교육생을 선발하여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반나절 작성한 지원 서류로 5천만 원을 받겠다는 나의 생각은 현실성이 없었다. 어찌 되었건 교육생이 되었으니 무언가 온라인 셀러를 위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그 이수 결과에 따라 지원이 결정된다고 하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도 공부는 잘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교육의 내용이 독특했다. 바로 라이브쇼핑이었다. 라이브 쇼핑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홈쇼핑의 인터넷 버전으로 네이버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활용하여 일종의 개인방송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라이브 방송이라는 것은 생소했기에 뭔가를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반가운 기회였다. 좋은 기회였고 또 결과가 좋다면 지원금도 받을 수 있으니 쿠마상회에게는 무조건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지원사업이 원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출석과 대표의 방송 참여였다. 이미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있는 민성셰프가 있었기에 방송 그 자체에 고민은 없었지만 내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슈였다. 결국 내가 쇼핑 호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쇼핑라이브는 일종의 개인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라이브쇼핑을 하면 할수록 쿠마상회에게 잘 어울리는 옷으로 느껴졌다. 그 이유는 라이브쇼핑 그 자체가 가진 매력이 아니라 네이버의 라이브쇼핑이 그러했다. 이제는 쿠팡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오픈마켓들이 라이브쇼핑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차이가 보였다. 바로 상품판매와 상점판매의 차이였다. 오픈마켓은 상품과 구매자를 연결해 주지만 네이버의 쇼핑라이브는 상점과 구매자를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의 쇼핑라이브를 상품판매에만 활용하는 셀러도 존재한다. 하지만 쿠마상회의 경우는 달랐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쿠마상회가 제공하는 가치, 즉 생선회를 택배로 배송하는 것과 쿠마 김민성 셰프의 레시피 기반의 밀키트를 알게 된다면 쿠마상회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라이브쇼핑을 알게 된 것은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라이브방송을 통해 얻는 경험과 레슨도 많았다. 그런데 정부지원사업 대상에는 미선정되었다. 50명중에 35명를 뽑는데 못들은 것이다. ㅠㅠ 아무리 좋게 보아도 36등이다. 아니 어쩌면 50등일지도 모른다. ㅋㅋ 이 지원사업에 거의 두 달여 동안 다른 일을 못하고 보냈기에 2차 선정 후에 10월까지 이 프로그램에 동일한 시간을 배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탈락은 별로 기분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그리고 탈락의 사유가 너무 우스웠다.
'사업아이템의 특성상 특정인에 대한 의존도에서 파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됨'이란 공통된 의견 ...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사업에서 특정인의 의존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직업이 심사위원인 분들의 생각이라니 말이다. 백종원의 회사를 3000억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라면 수긍이간다. 하지만 소상공인 라이브방송 자금 지원해주면서 이런 이유를 대는 것은 많이 우스웠다. 참고로 함께 공부했던 소상공인들은 거의 대부분 1인기업이었다.직업이 심사위원이다 보니 소상공인이 누군지도 몰랐던 모양이다. 게다가 5천만원이던 지원금은 어느새 2천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단다. 왜 모든 정부 사업들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라이브쇼핑은 쿠마상회에게는 아주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성셰프와 고정적으로 방송을 진행할 친구도 한 명 뽑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쇼핑라이브를 진행해 볼 생각이다. 나의 역할은 방송기획, 엔지니어링 등 출연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는 프로듀서가 될 것 같다.
라이브 쇼핑을 통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점을 여는 느낌의 어쩌면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처음으로 해본 정부과제로 인해 약간의 분노를 얻기는 했지만 그 보다 훨씬 좋은 것을 얻었다. 고마워요 네이버... 미워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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