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다시 시작될까요?
플랫폼법 도입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명 ‘플랫폼법’이라고 불리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입법화를 추진하다 현재는 입체적인 반대에 부딫혀 중단된 상태입니다. 법이라는 가장 강한 규제 수단을 처음부터 꺼내 들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아 보입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슈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보호와 육성이라는 중상주의적 관점과 벤처 생태계 마저 정부가 규제로 간섭한다는데 반발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현재의 사회적 합의는 플랫폼 기업에게는 비 플랫폼기업보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좀 더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플랫폼에서의 공정이란?
거래에는 쌍방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공정’을 고민하는 이유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당히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플랫폼은 그동안 말씀드렸듯이,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양면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하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날 때 진정한 플랫폼이 됩니다. 즉 본질적으로 독점을 지향합니다. 일단 양면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해서 플랫폼이 되고 나면, 플랫폼은 독점적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무료 수수료, 무료 배송, 최저가 보장 등 혜택이 등장하는 것이죠. 이러한 혜택으로 플랫폼의 지위는 매우 공고해지고, 다른 경쟁자는 진입하기 어려워지며 플랫폼에 속한 공급자들 역시 플랫폼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 공고한 지배력은 일반 산업에서의 지배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의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은 지 벌써 수십 년이 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플랫폼 독점의 3가지 유형 – 조작, 방해, 확장
본질적으로 독점을 지향하며, 독점을 통해 존재하는 플랫폼이지만 그러한 플랫폼의 전략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반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바로 조작, 방해, 확장이라는 3가지 전략입니다. 조작은 플랫폼 운영자가 운영 원칙을 자신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고, 방해는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며, 확장은 플랫폼 운영자가 공급자로서 거래에 직접 참여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플랫폼은 이 세 가지 전략을 단독으로 혹은 동시에 사용하면서 지배적 지위를 강화하죠.
구글은 모바일OS, 검색, 그리고 광고라는 영역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 지위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격비교 서비스를 검색광고 상단에 배치하는 “조작”을 하기도 했고 타 광고회사가 모바일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죠. 수많은 모바일 광고 플랫폼들이 등장했지만,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위에서 구글과 정상적인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구글의 광고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안드로이드와 구글 검색을 통해 더욱 강화되었죠.
애플도 “방해”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폰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결제 서비스는 애플페이가 유일합니다. 애플이 자사 디바이스에 장착된 NFT의 읽고 쓰는 기능을 외부 사업자에게는 개방하지 않았기에 구글페이, 삼성페이와 같은 타 결제수단의 진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이죠. 애플은 구조적으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았고, 애플페이는 미국 시장에서 사용율 92%라는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2020년 기준 45개의 자사 브랜드로 243,000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공급자로서 플랫폼 시장에 참여하는 “확장”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죠. 아마존의 브랜드들은 아마존이라는 상거래 플랫폼의 경쟁력을 올려주면서 아마존에게 안정적 고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동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공급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줍니다. 아마존은 플랫폼 시장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기에 상품을 설계하고 마케팅 하는 것이 그 어떤 셀러보다 유리하죠.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에게는 가장 불평등한 경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본질적 반칙 vs. 공정 규제의 싸움
이러한 플랫폼의 본질적 반칙에 대해 각 국가는 공정 규제의 칼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유럽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조작과 방해 전략에 2017년부터 11조원이라는 벌금을 부과했으며, 2023년 유럽의회는 애플페이의 “방해” 전략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타 모바일 결제 사업자들에게 개방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마존의 자체브랜드의 존재는 2019년 미국 국회 청문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는데요. 이후 아마존은 관련한 그 어떤 숫자도 발표하지 않고 있죠. 2023년 9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아마존이 조작, 방해, 확장 모든 면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단순히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만큼 커졌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을 조작하고 경쟁을 방해하면서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 고발의 내용입니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 부담을 느꼈는지 아마존은 2023년부터 자사 브랜드를 축소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랑 애플에게도 2024년 미 연방 법무부와 16개 주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었습니다. 애플 생태계에서는 애플 제품과 서비스만이 가능하다는 순혈주의 원칙이 시장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판단입니다. 법무부는 아이폰 사용자가 자유롭게 갤럭스 워치와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공정에 대한 플랫폼의 생각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플랫폼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요?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시장 운영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합니다.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시장 그 자체를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플랫폼이 제시한 새로운 방식은 이미 시장의 새로운 원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쿠팡 등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예전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들 플랫폼 운영자들에 대한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심판을 선발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잘한다고 모두 심판이 될 수 없는 것은 심판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바로 공정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안의 법제화 노력은 다양한 이유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제기될 이슈이기에 플랫폼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플랫폼 참여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더 큰 문제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작금의 배달시장에서 소상공인들에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이미 욕심 많은 운영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음식주문을 플랫폼 운영자가 배달할 경우 수수료율이 20%를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2023년 무려 7,000억에 가까운 이익을 내고 해외투자자에게 4,000억이나 배당했으니 말입니다. 시장 운영자로서 선량하다는 평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라는 이야기는 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상생지원금”과 같은 당근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들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플랫폼은 독점이라는 본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과정도 독점을 지향하죠. 이것이 플랫폼 기업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좀더 강한 공정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이 비록 지금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 않지 않더라도 언젠간 그 지위에 오를 것이기에 공정이라는 단어는 보다 일찍,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유럽은 이미 Digital Market Act를 도입하여 글로벌 플랫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국 플랫폼 보호와 경제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주저하던 미국 정부도 이제 본격적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의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에 편안히 자율규제에 맞길 수는 없어 보입니다. 국내 플랫폼 산업의 보호와 플랫폼의 독점 폐해 예방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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