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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호 Nov 29. 2020

『나를 그리다』를 읽고

내면을 그리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 짧지만, 초상 화가라는 직업군이 따로 있는 줄은 몰랐다. 그 덕분에 '화가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잘 그리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선입견을 깨는 데서 이 책의 첫 재미를 쉽게 찾았다. 또한, 단순히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초상화의 진가가 아님을 아는 데서 이 책의 매력을 찾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누군가 내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하면 대번 어떻게 그릴 것이냐고 물을 것이다. 초상화는 당연히 생긴 대로 정직하게 그리면 된다고 알고 있었던 나 역시 내 초상화를 남들이 본다고 하면 여간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과 그림, 영상이라는 일종의 필터링 힘을 빌려 보게 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찾는 것에 본능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다. 초상화 역시 이러한 프레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접하는 첫 필터링은 피사체의 외향을 담는 프레임인데, 앞서 언급한 좋은 카메라로 담은 선명한 사진과 영상 등이 있다. 『얼굴을 그리다』는 인간의 내면이 또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말한다. 자의식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실존과 현상, 실재와 재현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기도 한다. 자칫 잘못 쌓아 올린 내면의 모습은 여과되지 않고 작품에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변화와 진보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편협하거나 폐쇄적인 사고와 삶에 갇혀 있지 않은지를 반추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언젠가 내/외면을 잘 가꾸어 언젠가 초상화가 앞에 좋은 모델로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또, 나의 초상화를 본 타인이 날 어떻게 보든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갈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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