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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호 Nov 29. 2020

『잔혹함에 대하여』를 읽고,
<엘르>를 보고

악의 장벽

이번 책 『잔혹함에 대하여』는 내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몇 가지 인사이트를 주었다.


먼저, 나를 포함한 우리는 악에 대해 너무 모른다. 악인은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렇게 믿는 것이 쉽고, 속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듯 우리는 이러한 단순화를 지양해야 한다. 악한 행동이 특정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접근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회가 악을 예방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진보될 수 있다. 저자의 생각에 너무나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무척이나 어리석지만, 우리는 우선 외양간을 고쳐야 남아있는 소를 지킬 수 있다.


『잔혹함에 대하여』by 에덤 모턴


또한, 악과 잘못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부분 나라는 이를 최소한의 도덕인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살인, 도둑, 방화, 유괴 등 고의로 타인의 재산이나 생명을 해치는 일은 잘못을 넘어 악이다. 이러한 악을 저지르는 사람은 간혹 유전적 형질로 정해져 있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사회화와 교육으로 일상 속에 잠재되어 있기도 하다. 악인들도 법안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늘 악을 경계하고 억눌러야 한다.


영화 <엘르>에 나온 패트릭(로랑 라피트)은 영화 초반부에서는 악으로 보이나 후반부에 가면 그 경계가 다소 희미해진다. 이웃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즐기고 극단적인 폭력에 판타지를 가진 남자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 또한, 미셸(이자벨 위페르)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당당한 여인으로 보이나,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고 친구의 남편을 아무렇지 않게 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패트릭과 미셸 중 누가 악인일까? 위험한 두 인물이 우연히 이웃으로 만나 몇 가지 사건을 함께 겪는다는 점이 관객으로서 흥미로웠다. 

영화 <엘르> 중에서

책과 영화가 끝나니 머릿속에 몇 가지 질문이 떠올라 이따금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각자 악을 어떻게, 어디서 마주하고 있는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사회는 악을 예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우리는 내면의 악의 장벽을 넘지 않기 위해 각자 어떠한 훈련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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