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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호 Dec 21. 2020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배우고 계시나요?

이 글은 타라 웨스트 오버의 『배움의 발견』을 읽고 쓴 짧은 추천사와 에세이입니다. 


추천사

얼마 전 2020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수능이 끝나고 인생에 더 이상의 배움은 없을 거라고 소리치며 매우 신나게 대학생활을 했었습니다. 물론 학점은 신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졸업장을 받아 막상 회사에 들어와 보니 정말 매일이 배움의 연속입니다. 크고 작은 사회생활부터 업무에 대한 지식, 처리하는 역량까지 모든 것을 배우지 않고 터득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정도로 끝없이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회사생활에 적응이 되니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느슨해지며 회사 밖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겠다는 신입사원 시절의 절박함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독서에 취미를 붙여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던 중에 『배움의 발견』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 타라 웨스트 오버는 책 출간 이후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습니다.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 때문에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케임브리지대 박사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본인의 삶에서 터득한 배움에 관한 이야기는 책으로 출간되자 많은 곳에서 찬사를 받아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이토록 이 책을 칭찬할까요?
저는 스스로 배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었기에 이 책이 유난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취미든 자기 계발이든 무엇을 배운다는 일은 생각보다 고생스럽습니다. 『배움의 발견』을 읽고 난 분들 중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거나, 배움 그 자체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들과 더불어 저자의 성취, 흥미로운 스토리가 이 책에 대한 찬사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의 분량은 가볍지 않지만 저와 같은 일상의 무료함에 싫증이 나거나, 배움에 대한 결핍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추천드립니다. 추운 연말에 다시금 타오르는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 덥히는 시간을 갖는 일, 제가 드릴 수 있는 아주 작은 선물이기를 바라봅니다.



ESSAY

나에게 있어 배움이란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다. 

인류가 지닌 '종(Species)'의 가치는 지식의 전파를 통해 발현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도 먼저 배운 사람들이 깨달은 사실을 효율적으로 배우기 위함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고민, 노력하기 위해 나를 바꾸는 과정이 과거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든다. 이는 생물학적인 생존에 도움이 될 뿐 만 아니라, 타인이 정의한 삶의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정의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 나아가 사회적인 생존 즉, 교양과 품격 있는 삶을 이루는 데에도 반드시 요구된다. 이러한 배움의 필요성은 타라 웨스트 오버가 다시 한번 증명했다. 그녀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스스로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은 무질서하고 무지한 삶들로부터 본인을 구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배움의 발견』타라 웨스트 오버

타라 웨스트 오버 박사의 교육을 통한 자아실현 과정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인상 깊었다. 


첫째는 자발성이다.

우리는 살면서 배움의 중요성을 셀 수 없이 듣는다. 그런데도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무엇인가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배움을 지속하는 것은 차치하고 시작도 어렵다. 우선 나부터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생겨도 배움을 선택하기보다는 워라밸, 힐링을 주제로 여가를 화려하고 풍족하게 채운다.

배움에 강제성을 없애고 나면 필요성도 함께 없어지는 걸까. 배움의 자발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배움에 대한 욕구는 어디서 출발할까. 결핍을 느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새삼 실감한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배움의 가장 어려운 것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의 저자처럼 태어나서 16년을 교육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가 박사학위까지 이르는 교육에 대한 자발적 열정과 성취는 존경스럽다. 물론 그녀는 생존의 절박함을 느껴 교육을 선택하게 되었다. 읽는 내내 아버지와 그의 오빠들에게 학대당하는 장면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고, 저자가 교육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연어인가.


두 번째는 지속성이다.

나폴레옹과 장발장을 두고 누가 실존 인물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했던 그녀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하기까지의 과정은 책에서는 극히 일부분만 표현됐다. 나로서는 이 두 극단이 모두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그 과정 동안 그녀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는지가 정말 궁금했다. 순수한 열정만 가지고 이 모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그녀가 어떻게 이러한 열정을 지속해 나갔는지 그 과정이 더욱 궁금해진다. 또한, 그녀가 지금 몰두하고 있을 주제가 궁금하다. 그녀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을 테니.



요즘 코로나 때문에 출근할 때마다 회사 정문에서 체온을 측정한다. 거의 매번 측정값이 36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배움’이라는 단어를 온도로 정의하면 몇 도쯤 될까?

어릴 적 좋아하는 운동을 배울 때는 체온보다 훨씬 높은 80도쯤 되었던 것 같다. 한겨울에도 직접 눈을 치우고 친구들과 함박눈을 맞으며 테니스를 쳤던 기억이 난다.

운전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60도쯤. 

무심코 신청한 교양수업이 전공수업보다 재밌었을 때는 30도쯤.


신입사원이 되어 회사의 경영철학을 처음 들었을 때는 영하 15도쯤.


뜨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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