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미래보고서 2030』를 읽고
세계미래회의와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15가지 키워드로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15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전자의 소제목은 ‘세계미래회의와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예측한 10년 후 미래’라는 타이틀 하에 1부터 15번까지 번호를 붙여가며 미래 예측을 하고 있으나 실제 내용은 훨씬 더 먼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2년 11월인 것을 감안한다면 10년 후는 2022년이라는 것인데(이 책은 매년 출간되고 있다) 10년 안에 세계가 그렇게 바뀐다는 것이다. 원제목인 ‘유엔미래보고서 2030’에서 드러나듯이 2030년의 적나라한 모습들, 성장이 멈추고 자원이 고갈되며,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찍은 후에 찾아올 2030년에 당면할 미래보고서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라는 소제목으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미래예측보고서와 우리가 맞이할 세 가지 분야의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경제 붕괴 시나리오, 불로장생 시나리오. 우주개발 시나리오로 나누어져 제시된 시나리오는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우리의 미래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수긍이 이어지고 아울러 10년 후인 2022년과 18년 후인 203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에서 10년 후, 30 년 후에 펼쳐질 세계에 머리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10년 후와 30년 후가 그리 먼 미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38년 전 시험관 아기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현재 일반적인 불임시술이 된 것처럼, 인간과 동물의 잡종도 우리에게 익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2005년 1월 25일 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매리언 모드기자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하이브리드 인간, 즉 절반은 동물이고 절반은 인간인 동물과 인간의 잡종이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인간과 동물의 교잡종을 패러휴먼 또는 키메라라고 부른다. 무생물과 생물의 결합체인 인조생명체들이 비밀리에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거나, 윤리 문제로 배아가 폐기되기는 했으나 인간과 동물의 잡종을 만들 수 있는 인간 복제기술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SF영화로 익숙해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 세계 45개 지부, 각 분야 3000여 명의 학자 및 전문가를 이사로 두고 국제사회에 필요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기회와 위기를 분석하여 필요한 정책 및 전략을 제안하고 보고함으로써 과학적 미래예측을 통해 미래사회의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일을 하는 단체라는 명분은 독자로 하여금 두려움과 불안을 극대화시킨다.
언젠가 먼 미래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은 하지만 10년, 30년 후에?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있는데... 시험관 아기가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질타도 사라진 지금과 생명 존중과 종교적인 문제로 전 세계가 아우성이었던 38년 전과의 간극, 그 사이에 낀 과거와 현재, 미래예측보고서대로 세계가 바뀔 수도 있다. 로봇이나 사이보그에 인간의 뇌, 즉 정신이나 마음을 이식하여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면 인간과 기계의 융합으로 불로장생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11년 2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2045년이 되면 인간 불멸의 세상이 온다고 예측한 바 있다. 각 분야에서의 다양한 미래예측과 경고들... 그러나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과학의 시대, 불로장생의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아직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각종 정보와 지식으로의 접근성을 높여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집단지성은 개인의 힘이 정치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는 진단처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단이 손쉽게 연결되고 그에 따른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기계와 인간이 가까워진 것은 부정할 수 실태이며 소셜네트워크의 비약적인 생활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로 인해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미래보고서가 간단하게 부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 이 책 속의 예측을 제공해 준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미래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도전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쇠퇴하고 소멸하는 길로 걸어갈 것인가, 생존해서 번영하는 길로 갈 것인가?”
미래학자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미래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살벌한 경고에 짓눌려 그런 미래밖에 없다면 현재의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휩싸이게 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 상태에서 숨을 고르고, 그들이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대로의 미래를 원치 않는다면 현재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를 이용하여 다른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면 된다. 바로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방향을 이끌어 줄 영웅이 필요하다. 어느 시대나 영웅이 있었다. 시대가 영웅을 필요로 하든지, 영웅이 필요한 시대든지 간에 미래 역시 영웅이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지금의 집단지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영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원래 집단지성의 개념은 우수한 한 명의 직감보다는 평범한 여러 명의 직감이 더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기본적인 속성은 그대로 가지고, 소셜네트워크의 저류에 미래영웅의 마인드를 가진 영웅들이 리드를 해야만 집단지성이 미래를 밝힐 수 있다. 그들은 인류애를 저변에 깔고 있어 철학적인 사유와 지성과 기계와의 교감을 통한 정서적 공감을 이루어 내는 능력으로 눈 깜빡할 새에 전 세계에 퍼지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인 미래 낙원 건설에 동참할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미래는 집단지성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집단지성에게 고한다. 미래예측 가상 시나리오를 다시 쓰라. 그러면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 대로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