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행복버스

by 몽상가



6월은 어느 곳을 가도 푸르고 싱그럽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초록 잎사귀가 어서 오시라 손짓하고 양비귀와 금계국이 방글거리는 계절. 금계국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 양귀비는 색상에 따라 꽃말이 다르다. 길 위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주황색 양귀비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빨간색은 위안과 희망, 흰색은 잠과 망각, 자주색은 허영과 사치, 수국 또한 색상 별로 다른 꽃말이 주어진다. 하나의 꽃에 전혀 다른 의미의 꽃말이 붙여진 것이 꽃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음미하는 주체는 꽃이 아닌 사람이므로 꽃은 사람이 만든 의미에 묶인 채로 피고 진다. 물론 꽃은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상관없이 거기에 묶이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피고 질뿐이다.

꽃을 꽃으로만 보고 사람을 사람으로만 보기 위해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흐드러진 꽃들과 초록 우거진 나무들과 밤꽃 향내 몸 안에 스미는 6월의 어느 날, 발길이 닿은 곳은 해남이다. 해남에서도 땅끝 권역인 사구미 마을.

사구미 마을에 행복 버스가 오는 날이다. 마을 주민들이 꽃단장을 하고 나왔다. 행복 버스는 전남도청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미용, 설비, 키오스크 체험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행복 서비스이다.

찾아가는 행복버스라니!

사구어촌체험마을 종합상황실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행복이 먼저 다가온다.

머리 염색하느라 비닐 모자를 뒤집어쓴 할머니와 할아버지. 네일을 받으며 어깨 마사지 서비스까지 받고 계시는 할머니, 키오스크에서는 식당에서 주문하는 체험을 하고 계시는 어르신, 밖에서는 무료 방충망 교체로 수선스럽다. 찾아가는 치과 이동진료 버스까지 짠하고 나타나서 어르신들이 치아를 편하게 도와드린다.

군에서 진행하는 치과 이동진료 버스와 행복버스에 오른 이들은 봉사자들로서 미용사는 4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은퇴하여 봉사하는 삶을 살고 계신다고 한다. 머리를 자른 할아버지도 빙긋, 염색까지 하고 비닐 모자를 뒤집어쓰고 네일을 받고 계시는 할머니들도 방긋, 6월의 꽃처럼 방글방글 기분이 좋다.

염색을 마친 할머니들의 머리색은 다 까맣다. 손톱은 울긋불긋 물들었다. 농사일로 손가락이 휘고 거칠지만 네일을 받은 예쁜 색이 마음에 드신단다. 마을에서 준비한 뷔페식 점심식사는 집 밥의 맛이 났다. 입맛도 업, 흥도 업! 모처럼 나들이에 멋을 부리고 나왔는데 머리, 손톱, 마사지로 젊어진 것 같아 신이 나셨다.

머리색이 까만 할머니, 할아버지, 아직 염색이 안 끝나서 비닐 모자를 쓰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비닐 모자를 벗고 머리를 감고 나면 까만 머리색이 되어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해지겠지? 온통 까만 머리를 한 사구미 마을 사람들.

찾아가는 행복버스! 버스에서 행복이 쏟아져 나오다니!

염색을 한 탓에 머리색이 온통 까만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끼어 점심을 먹고 있자니 먼저 식사를 마친 할아버지들이 인사를 건네신다. 점심 식사 후에 영화 상영을 하니 보고 가라며 팝콘을 손에 쥐어주셨다. 아니 팝콘까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군청에서 나온 관계자 분이 팝콘 기계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팝콘을 튀겨내고 있었다.

얼떨결에 받은 팝콘을 받아 들고 사구미 마을을 나섰다. 머리 까만 할머니들이 영화를 보고 가라고 성화시다. 사구미 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 사구미 바닷가 마을에서 행복 잔치가 흥이 오른다.

까만 머리를 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팝콘을 드시면서 영화를 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걷다 보니 땅끝으로 향하는 길에 금계국이 오지게 피어있다. 머리에 까만색으로 행복을 바른 사구미 어르신들과 노란 금계국이 겹쳐지며 푸르른 6월이 올 때마다 사구미 어르신들의 까만 머리와 노란 금계국의 대비가 떠오를 듯하다.

찾아가는 행복버스!

오늘의 행복은 버스가 실어 날랐지만 행복은 다양한 형태로 수시로 찾아온다. 그 행복을 떠나보내지 말고 행복이 찾아온 걸 알아채는 감각이 살아있는 그대들을 꿈꾸며 앞으로 남은 생은 행복이 찾아오기 전에 행복을 먼저 찾아 나서는 길 위에 서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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