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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Dec 31. 2021

2021년을 마무리하며

2021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과 같이 올해도 코로나19로 영화계는 크게 살아나지 못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가장 흥행한 영화는 현재도 상영 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다. 약 500만 관객들을 불러내었고, 아마 내년까지 상영을 계속하면서 관객수는 조금 더 늘 것 같다. 한국 영화들 중에는 "모가디슈"가 약 360만 관객을 넘기며 올해 흥행 2위를 달성하였다. 올해도 천만 영화가 없는 해다. 해외도 영화관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편, 작년과 같이 OTT 시장은 흥행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8월에는 "D.P", 9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징어 게임"을 내놓았고, 이어 10월에는 "마이 네임", 11월에는 "지옥", 12월에는 "고요의 바다"를 공개하며 한국 시장에 발을 넓혔다.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먹히는 것도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를 하게 된 것에 한 몫한 것 같다. Apple TV+는 북미 출시 2년 만에 11월 4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디즈니+는 "완다비전""로키"와 같은 마블 드라마와 방대한 디즈니의 IP를 앞세워 11월 12일에 한국에 진출하였다. HBO Max도 곧 한국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관객들이 극장 개봉 영화만큼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올 것 같다.


필자는 올해 15편의 영화를 관람했고, 이 중 4개의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당연히 더 많은 영화를 관람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와 학업 등 따로 영화를 볼 시간을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영화를 보고서도 후기는 남기지 못했고, 왓챠피디아에 짧은 소감만 남기는 것으로 끝을 냈다. 이 글에는 그 소감들에 담지 못한 영화에 대한 몇몇 개의 생각들을 쓸려고 한다.


영화 "승리호"
2021년 2월 5일 공개
장르: SF
감독: 조성희
출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올해 제일 처음으로 관람한 영화이다. 일단 영화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CG는 수준급이었고,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뛰어났다. 특수 효과 부분에서는 한국 영화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 SF라는 장르는 기피되었었고, 제대로 된 SF 한국 영화를 내놓은 건 처음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SF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세계관 구축, 캐릭터 설명과 CG와 특수 효과이다. 마지막 요소는 훌륭하게 담았지만, 처음 두 요소들을 담는 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SF 영화에서 세계관은 픽션이라는 점에서 오는 재미의 기본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장치인데, "승리호"는 세계관을 설명하고 다지기는커녕 스토리를 전개하느라 급급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서사와 개연성은 없었고, 스토리도 전형적인 신파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승리호"와 가장 장르적으로 비슷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면, 각각의 캐릭터 구축에 큰 힘을 썼고 이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여 우주를 활보하고 다니는 이야기를 그려 평소에 보던 스페이스 오페라에 변주를 주었다. "승리호"는 이런 스타일을 따라 하려다가 만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한국 스페이스 오페라의 시발점이라는 저에 의의를 두어야 될 것 같다.


영화 "블랙 위도우", "상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터널스"

일단 이 영화들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영화에서 '마블' 느낌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블 영화를 봐서 필자의 감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마블 영화를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재미와 쾌감이 없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는 지금까지의 MCU를 마무리 짓는 큰 이벤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이라 영화 각자의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본래의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야 되지만, 크게 느껴지는 건 없었다.

2021년 7월 7일 개봉
장르: 액션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출연: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데이비드 하버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의 원년멤버인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에 마무리를 짓는 영화다. 그렇지만 스토리를 보면 뭔가 만들어야 돼서 만든, 필요해서 끼워 맞춘 느낌이 든다. 빌런의 당위성은 부족했고, 블랙 위도우에게 작별을 고하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2021년 9월 1일 개봉
장르: 액션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
출연: 시무 리우, 아콰피나, 양자경, 양조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는 샹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MCU에 소개하는 영화였는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설펐다. 액션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계속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동양적인 느낌을 넣으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계속 겉돌았고 결국엔 아무런 의미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양조위의 연기는 마블 영화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2021년 11월 3일 개봉
장르: 드라마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젬마 찬, 리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리아 맥휴,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로런 리들로프, 배리 케오간, 마동석, 키트 해링턴, 셀마 헤이엑, 안젤리나 졸리

"이터널스"는 개봉 전부터 우려가 있었던 영화였다. 10명이나 되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전개하려면 156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도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냈다.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집중하기보다는, 몇몇을 같이 묶어버려 설명해주고,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같이 풀어내서 이 영화가 담아내야 하는 방대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일단 "이터널스"는 한 영화에 너무 많은 것들 담아내려다가 실패하고 이도 저도 안된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세세한 부분은 쳐내서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담기는 의미는 축소되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은 버거워서 영화가 마음속에 와닸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래 마블 영화와는 스타일이 확 달라서 본 작의 팬들이 느끼고 싶었던 재미도 없었다. 작품 외적으로 논란이 있기도 했고. 허나 클로이 자오 감독의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진중하고 진지하게 풀어내는 이 접근은 그 나름대로 매력은 있었던 것 같다. 이 세 개의 영화 모두 MCU 영화가 아니고 각각의 단독 영화로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듄"
2021년 10월 20일 개봉
장르: SF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필자가 뽑은 올해 개봉 영화 중 최고의 영화이다. 작년부터 엄청나게 기대해왔던 영화였는데, 영화는 필자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었다. 원작 자체가 워낙 작품이라서 영화가 소설의 스케일을 따라와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역시 드니 빌뇌브 감독이었다. 155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이 없었고, 영화 초반에 만들어진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영화 내내 가지고 볼 수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가 없지만 초중후반부 전체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시각적 효과는 대단했다. 영상 자체의 촬영 자체도 수준급이었고, 좋은 CG도 영화의 영상미를 만들어 주는 데에 한몫했다. 또한 한스 짐머의 OST는 신의 한 수였다. 이 OST가 없었다면 정말 영화가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음악들은 영화의 오묘한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당연히 좋았고. 이 모든 것이 만나서 정말 완벽한 영화를 만들었다. IMAX로 관람했으면, 정말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후속작이 정말 기대된다. 그전에 IMAX 재개봉도 부탁한다.


여기까지 몇 개의 영화들에 대해 짧은 리뷰 아닌 리뷰를 적어봤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만, 스포일러 없이 말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겠다.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올해 나온 마블 영화들 중 가장 '마블'다웠고 마블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을 영화 속에서 이뤄내주었다.


2022년에도 재밌고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영화시장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고, 브런치에도 자주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해 복 다들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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