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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Aug 14. 2022

이젠 대한민국엔 이정재 '감독'이 있다

영화 <헌트> 리뷰

사실 올해 여름 성수기 한국 영화 4개 중 가장 기대가 덜 됐던 건 <헌트>였다. 이정재 배우가 감독으로서 처음 연출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출연진들도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화려하다고 보기도 어렵기도 해서 그렇게 눈이 간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27일에 있었던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지던 호평을 보고 필자의 기대는 높아졌고, 영화는 그 높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 영화는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헌트>는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영화에 가장 걸맞은 영화인 것 같다. 최소한의 캐릭터로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관객들이 몰입하고 쉽게 이해하도록 앞뒤 관계가 딱딱 맞는 이런 영화를 필자는 선호한다. <헌트>는 이정재 배우가 연기한 '박평호'와 정우성 배우가 연기한 '김정도', 이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박평호 뒤에는 전혜진 배우가 연기한 '방주경', 김 정도 뒤에는 허성태 배우가 연기한 '장철성'이 사이드킥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영화는 아주 간단한 두 개의 대립되는 세력을 처음부터 가져가고, 이걸 깨뜨리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편하다. 그렇다고 한 쪽은 착한 편, 다른 한쪽은 나쁜 편인 단순한 것이 아니고, 서로 지향하는 것들이 달라 어쩔 수 없이 대립하게 되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설켜있는 박평호 vs. 김정도 대립 구도였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 대립 관계가 어떻게 시작이 되고 발전되는지를 보는 게 하나의 재미였다.


영화는 대한민국 80년대의 사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굳이 80년대의 한국이 어땠는지 알고 있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알고 본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 같다. 필자는 따로 찾아보고 가지는 않았는데, 근현대사 사건에 대해 원래 관심이 많았던 편이라 영화를 보며 '이 사건이 이렇게 등장하는구나'하고 보는 묘미가 있었다. 스토리가 밀도가 높은 편이라서 집중해서 봐야 하지만, 처음부터 계속 보다 보니 스토리에 그냥 매료되었다. 이정재 감독이 각본을 다루신 건 거의 처음일 텐데, 이렇게까지 깔끔하면서 깊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GV 때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남산'이라는 제목을 가진 초고에서 감독님이 정말 많은 것을 수정해서 '헌트'라는 각본이 나왔고, 그 수정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메시지와 주제를 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신 것 같았다. 영화에서 그 노력의 결과가 잘 드러났고,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님께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액션도 정말 대단하다. GV에서 말씀하시는 바로는 영화의 모든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하셨다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고 수준급의 액션으로 재밌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스케일이 큰 액션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디테일이 살아있는 섬세한 액션들도 같이 있어 완성도가  뛰어난다. 이 총기 액션만을 보러 정말 사운드가 좋은 상영관을 찾아가서 보고 싶을 만큼, 눈길이 가는 액션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정말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게 배우가 감독 역할을 맡아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첩보 스릴러 영화는 한국을 넘어 해외 스케일에서 찾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이정재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렇게 영화의 모든 요소가 딱딱 어울려져 정말 모든 방면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도 힘들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름 시즌 영화 중에 가장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다.


이젠 대한민국엔 이정재 '감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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