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극 영화의 가장 큰 스포일러는 역사다. 물론 그 영화의 스토리가 실제 사실에 기초한다면 말이다. 그러니 역사 혹은 사극 영화들은 이미 큰 스포일러가 있는 스토리를 왜곡하지 않으며 큰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브 스토리, 즉 서브플롯을 가져와 영화를 꾸민다. 또한 역사에는 한두 줄 쓰여있는 내용을 한 편의 영화로 확장하고 꾸밀 때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될뿐더러 지루하면도 안된다. 지루해지면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돼버리니.
"천문: 하늘에 묻는다"도 이 패턴을 따라간다. 영화는 역사에 몇 줄로 쓰여있던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같은 시대에 태어났던 두 천재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의 가장 큰 과제는 지루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한석규, 최민식 이 둘 배우의 놀라운 연기였다.
이 두 배우의 연기는 놀라웠다. 당연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이 둘의 연기는 세종과 장영실의 흥망성쇠의 삶을 잘 보여주었고, 그들의 성격마저 잘 표현해주었다. 이러한 연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살려주며 캐릭터들의 관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두 천재의 꿈은 하늘에 있었다. 특히 영화 제목에서 보여주듯, 그들은 별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 꿈 하나로 신분이 다른 그 둘은 친구, 동료가 되었고, 정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과정을 영화는 매끄러운 편집과, 영화에서 직관적으로 보이는 카메라 구도로 담았다. 처음에는 세종과 장영실이 함께 나오는 구도가 장영실 쪽으로 기울어져있어, 장영실은 그저 한 명의 천민이라고 말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구도는 똑바로 변하며 그 둘이 이제 수평적인 관계가 됐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장치들이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도움을 줬으며 영화에 더 몰입하게 도와준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주인공 두 배우의 연기가 만든 웰메이드 사극 영화이다. 스토리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루해질 때면 편집과 연기로 그런 부분을 없애주며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제목만 봐서는 과학 영화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들에 집중하는 사극 영화이며, 그중에서도 잘 만든 영화에 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