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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Jan 31. 2020

밍밍한 스토리 위에 뛰어난 연기력 한 스푼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에 일어났던 10.26 사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김충식의 책 "남산의 부장들"을 바탕으로 한 팩션이다. 즉,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몇몇 부분은 영화적 극적을 위해 각색되고 가감됐다는 소리이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한민국 역사에 큰 사건을 다루는 만큼 영화는 최대한 중립을 잡으려고 한다. 어느 캐릭터 하나에게 계속 초점을 맞추어 그의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 다른 캐릭터, 다른 관점으로도 한 사건을 보게 해 주어 영화는 한 가지를 딱 정해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아닌 관객들이 어떠한 사건에 대해 직접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는 조금 밍밍하였다. 기승전결이 있고, 깔끔했지만 심심했다. 물론 이건 다시 중립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영화는 최대한 중간에 서서 관찰자 역할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각색은 훌륭하게 잘 되어있었고, 거슬리는 부분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필자는 항상 역사 영화의 가장 큰 스포일러는 역사 그 자체라고.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10.26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났는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러나 영화의 결론을 알고 봐도, 이 영화는 캐릭터들에게 빠져들게 한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였다. 이병헌, 이성민 등의 훌륭한 배우들의 자신들의 역할을 매우 잘 소화해주었고, 그것의 결과로 영화의 분위기는 더욱더 그때 시대상에 맞추어 변화되었다. 다른 부분으로는 촬영 구도와 편집이다. 이 둘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계속 긴장감 있는 느낌을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느끼게 해 준다. 편집도 마찬가지였다. 몰입을 끊게 만드는 한국식 유머는 절제하였고, BGM까지 딱딱 잘 맞아 들어가며, 결국 영화 후반에 가서야 영화의 모든 긴장이 폭발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밍밍한 스토리 위에 뛰어난 연기력 한 스푼을 올려 만든 영화이다. 물론 연기만 돋보였던 게 아닌, 촬영 구도, 편집, BGM, 뛰어난 고증 등도 이 영화의 작품성을 증폭시켜준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10.26 사건이라는, 영화로 만들기는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인 것 같다. 이 영화를 시발점으로 더욱더 다양한 한국 근대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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