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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Apr 30. 2020

원작의 완벽한 재해석

영화 "작은 아씨들"

옛날에 분명히 한 번은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에 가서 "작은 아씨들"을 관람하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 책'은 다른 책이었고, 결국 나는 원작을 읽고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새로 나오는 영화의 원작이 있다면, 그걸 먼저 읽거나 보고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원작 고증을 얼마나 하였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점이고,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어떻게 시대상에 맞추어서 달라졌는지 비교하고 이해하는 것이 영화 관람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재미를 못 보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영화를 관람하고 원작을 읽었다. 최소한 원작을 읽으면, 영화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 영문으로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빨리 읽고 싶어 국문 책을 주문하고 읽었다. 그러나 관람일이 한참 지난 지금 리뷰를 쓰고 있으니, 그냥 영문으로 읽었을까 싶다.


각설하고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는 원작 고증에 엄청 충실하다. 전반적인 플롯과 세세한 플롯들도 원작에 가서 가져왔고, 그걸 영화에 맞추어서 잘 풀어내 주었다. 원작이 그러했듯, 영화 초반에는 캐릭터 서사를 쌓아가는데 집중하였고,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새로운 플롯들을 올려나갔다. 중반부부터는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각색과 변화들은 영화라는 특성에 맞추어서 축약하거나 정리한 것이라서 원작이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원작의 몇몇 부분은 더 강조되었다. 특히 조, 메그, 베스, 에이미 자매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겪은 한계들과 여성들의 환경과 입지에 대한 부분은 잘 드러났다. 원작에서는 그렇게 강조되지 않은 부분들을 영화에서는 사용하면서,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장애물들을 넘고서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꿈을 좇아가는 자매들의 성장과 시련이 잘 묘사되었다. 원작과 다른 입체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특성에 한몫을 했다. 어엿한 작가가 된 조가 자신의 이야기를 신문사에서 검토받는 것으로 시작하여, 아직 자신이 어떤 길로 갈지 모르는 조로 돌아가서, 관객들이 그 과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하였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상징은 '고전 문학의 위력 발산'의 촉매일 것이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작은 아씨들"은 1868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그 후 7번이나 영화화되었다. 필자가 가장 놀랐던 것은 1868년에 나온 이야기가 지금 2020년에도 아직 통하고, 아직 그 이야기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거진 150년 이전에 나온 이야기 하나가 아직까지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진 상징은 바로 이것이다. '고전 문학의 위력'을 다시 세상에 알려주는 촉매.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완벽한 재해석이다. 그저 원작 고증에 충실한 영화가 아니었고, 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현시대에도 적용되는 메시지를 전략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원작과 때어놓고 봐도, 캐릭터 하나하나의 서사를 다 잡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적절한 플롯 배분으로 만들어진 재밌고 좋은 영화이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자매,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를 이 영화로 처음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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