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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Jul 29. 2020

강철비처럼 강고한 메시지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북한에서 개최된 남북미 정상회담 도중 쿠데타가 일어나 세 정상들이 납치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간다. 세 정상은 북한의 핵 잠수함에 인질로 잡히게 되고, 쿠데타의 주인공은 그들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그런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의 전작인 "강철비"에서도 보여줬던 것처럼 그 속에는 더 깊은 무언가가 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영화의 설정이다. 6자회담의 주인공들이기도 한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의 얽기고섥힌 관계들이 영화 전체에 퍼져있다. 전작에서는 한국과 북한의 관계에 집중하고 다른 관들은 단편적으로 보여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관계들을 더욱더 긴박하고 중요하게 다룬다. 그저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짜인 판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설정이 있기 때문에 쿠데타와 그 이후의 사건과 갈등들도 아주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간단하게 영화를 요악하면, 전반부는 나라 간의 관계와 정치적인 요소가 주가 됐다면 후반부는 잠수함 액션이 주를 이뤘다. 사실 잠수함 영화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르인 것 같다. 필자가 아는 한국 잠수함 영화는,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민병천 감독의 "유령"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이렇다 할 영화가 없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잠수함 영화는 생소한 장르인 것 같다. 각설하면, 이 영화의 잠수함 액션은 수준급이다. 전반부에서 시작된 긴장감과 몰 입갑이 이 액션들로 더 커진다. 사실 잠수함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액션은 잠수함 속이 아닌 잠수함 밖, 즉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를 어떻게 막고 다른 잠수함을 어떻게 공격하는 그런 것들이다. 글로 읽으면 정말 시시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스릴 있고 재밌는 액션이 만들어졌다.


배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캐릭터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영화를 보면서 (나쁘게) 눈에 띄는 연기는 없었고, 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상술했듯이, 잠수함 액션이라는 것이 배우들이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을 연기로 표현해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잘 표현된 것 같다. 그러나 캐릭터들이 어떠한 장치나 도구로 사용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도구로 사용된 캐릭터들이 조연이 아닌 주연인 것 같았다. 가장 서사가 깊었던 캐릭터는 주연이 아닌, 신정근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였던 것 같다. 관람할 때 이 캐릭터를 주로 보면서 이야기를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또 영화 중간중간에는 너무 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도록 하는 유머들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유머들은 그저 농담 따먹기가 아닌, 각자 나름의 의미와 풍자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는 그 유머들이 괜찮았지만, 조금만 줄였어도 괜찮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우성 배우가 연기한 한 대통령은 정말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평화다. 한 대통령은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어낼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의지는 영화에서 정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한 대통령은 말과 행동으로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내보이려고 하고,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한 대통령이 바라던 평화의 요소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강철비처럼 강고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가 개봉한 시기도 참 아이러니하다. 6월 16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남북 간 분위기는 평화적이라고 말하기는 미묘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철비2: 정상회담"은 관객들에게 생각해 볼만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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