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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아라 Apr 21. 2024

그렇게 나는 파리로 떠났다

한 달의 시간이 잠시 현실로부터의 도피일까 꿈일까

 

 브런치 첫 글을 개시하고 나서는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한 학교에서 2년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교직 생활을 경험했다. 남중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2년 동안 어떤 수업을 할지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그동안 공부만 하던 것과 다르게 스스로 성취감을 느꼈고 남학생들이라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라포도 형성되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하면서 뿌듯함도 느꼈다. 물론 첫 해에 맡았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정말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교직에 대한 회의감과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작년에는 나름의 노하우도 새기고 상대적으로 순한 학생들을 만나서 교직에 대한 조금의 희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내향적인 성향이 강해 매번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각각의 다른 마스크를 쓰는 나로서는 퇴근하고 나서 밥보다 잠을 선택했을 정도로 정말 기가 빨리는 기분을 매번 느꼈다.


학생들에게 쓰는 마스크와 동료 선생님들 각각에게 상황마다 다르게 쓰는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


가뜩이나 교무실에서 거의 막내였던 나는 당연히 교무실 자리도 누구나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는 자리 나 교감 선생님 자리 옆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유일한 낙은 바쁘지 않을 때에 도서실에 가서 제일 마음이 통했던 사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었다.


 사실 첫 해에는 공부할 힘도 없었고 현타가 제대로 온지라 내가 시험 봐서 뭐 하나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임용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두 번째 해, 즉 작년에서야 여름 방학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 체력을 과대평가했나 보다. 정말 울면서 공부한다는 말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고 퇴근 후에 스터디 카페 가서 공부하면서 체력은 더 떨어지고 마음만 초조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노란 단풍이 떨어지자 나는 어느새 시험장에 앉아 있었고, 시험 전날까지 학교 기말고사 원안 출제라서 내 공부보다 학생들 시험지 문제 내고 여러 업무로 인해 11월 내내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던 나는 전공 문제를 풀면서 느꼈다.


'아, 애매한 점수가 나오겠구나... 어떡하지.'


 그리고 그전부터 일부 동료 선생님들의 악의 없지만 마음속에 콕콕 박히던(과연 진짜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말들에 의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던 나는 시험을 보고 나서 교문을 나오면서 마음을 정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이 학교는 내년 2월까지만 일하고 그만둬야지.'




 12월은 학교 축제 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연말에 방학을 함과 동시에 시험 결과를 본 나의 마음은 이미 다른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1월 내내 내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멍청하게 지내기.'


그럼에도 내 마음속은 여러 생각들과 잡념들로 인해 혼자 속만 끓이고 있었다. 불안전한 마음 상태랄까.


그래서 내가 무엇을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여행!


 그렇게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 둔 것을 실행하려고 온 가족 마일리지를 털어서 한달 살기를 하러 파리행 비행기를 끊었다. 아마도 떠나기 3주 전이었나 싶다.


 아마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 언제 즘 가지 하면서 사진첩만 바라보며 그리워하던 나였다. 작년 여름방학에 가려고 했던 것을 시험공부 때문에 취소하고 언제 가야 하지 하다가, 이번이 20대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결정했던 것 같다. (사실 작년에 날짜를 바꿔가면서 인천-파리 비행기표만 몇 번 결제하고 취소했는지 모르겠다. ^^)


 그렇게 해서 나는 약간의 충동적인 떨리는 마음으로 현실으로부터 잠시 도피하기 위해 파리행 비행기를 끊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길게 가보겠냐는 마음으로, 교환학생 때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끼러 혼자 가는 여행 가방을 싸고 있었다.






세느 강의 흔한 커플 사진


그렇게 어쩌다 보니 내 몸은 비행기 안이었다.


그리고 난 그때도 몰랐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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