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리아 Jul 08. 2023

20대에겐 삶은 항상 모순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거랑 이루고 싶은 건 항상 정 반대야

20대라는 건 참 이상하다. 

가끔씩은 미래가 창창한 것 같지만, 내가 올해 26살이라는 생각을 하면 완전 어른인 나이네, 생각이 든다. 아직 고작 학생일 뿐이고, 아직 아이인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딱 내 나이에 결혼하셔서 나를 낳으셨는데. 


대학교 새내기였을 때 본과 선배들 보면 진짜 너무 멋있고 대단하다 느꼈는데, 그냥 딱 새내기였을 때 그 정도 레벨의 내가 그대로 선배 소리 듣고 있다. 


하고 싶은 건 참 많다. 한 번쯤은 잠시 일 년을 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싶기도 하고, 내 삶에 한 번밖에 없을 의대, 수석 한번 노려보고 싶기도 하고. 앉아만 있다 보니 점점 더 늘어나는 뱃살, 다이어트를 해서 홀쭉해지고 싶기도 하다. 


친구들이랑 마냥 놀고 싶고 유튜브랑 OTT 서비스를 다 꿰뚫은 트렌디한 인싸가 되고 싶기도 한데, 혼자서 조용히 책 읽고 일기를 쓰며 철학이랑 역사 배우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영어랑 한국어도 서서히 잊어가는 것 같아서 꾸준히 연습도 해야겠지만, 또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도 다 배워보고 싶다. 실상은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떨리는 바보다. 배운 건 항상 까먹고, 또 배우고, 또 까먹는 것의 연속. 


여기에 더해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도 하고 싶고 새롭게 기타도 배우고 싶고, 플루트로 멋있는 클래식 음악을 쭈르륵 연주해보고 싶다. 그런데 또 난 그냥 평생 일 안 하고 뒹굴뒹굴 소설이나 읽으며 평생을 보내고 싶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베이킹도 많이 하고 싶은데, 또 그걸 다 먹으면 살쪄.   


돈도 많이 모아서 얼른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여행이랑 맛있는 걸 먹는 게 너무 즐겁다.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것도 너무 행복하다. 돈장 보러 가면 다짐육 가격 20센트 30센트 차이도 민감하면서 친구들이랑 카페에 가면 맛있는 브런치랑 커피에 20불은 그냥 쓴다. 


돌아보면 이룬 게 많은 것도 같지만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다 모래알처럼 손에 쥐면 스르륵 사라지는 것 같다. 허무하다. 대학원 수석을 하면 뭐 해, 2년이 지나도록 논문 하나 제대로 낸 게 없는데. 그런데 논문을 내고는 싶은데 노력을 하기엔 왜 이렇게 귀찮을까. 의대에서 시험공부는 잘한 거 같은데 정작 나한테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헤맨다. 


놀이터에서 달고나를 열심히 바늘로 찌르던 그때 그 초등학생이 되고 싶은데

또 얼른 빨리 돈을 벌고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 올리는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데 또 얼른 돈을 많이 모으고 은퇴해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난 참 어리지만 

난 참 나이가 많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다 할 순 없다 

난 성인이지만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쉬고도 싶다 

똑똑한 듯싶어도 난 아는 게 없다

이룬 게 많은 거 같은데 이룬 게 없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지만 참 외롭다.  


왜 하고 싶은 거랑 이루고 싶은 건 항상 반대인 걸까? 

왜 사람은 맛있는 걸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걸까? 


고민으로 가득 찬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고집쟁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