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환절기가 되면 내 콧구멍은 문드러진다. 비염이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이 썩을 놈의 비염은 온갖 한방, 양방에도 날 떠나지 않았다. 우주로 왕복선을 보내고, 5G 통신기술을 자랑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비염은 어째서 치료법이 나오지 않나 궁금하다. 탈모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재채기로 눈을 떴다. "에취 에취 에취" 에취 삼창을 하고 나니 콧물이 코를 가득 채웠다. "크응 크응 크응" 똑같이 크응 삼창을 했다. 그랬더니 세면대에 콧물이 한 바가지다. 콧구멍은 이리 조그마한데 어떻게 이 많은 콧물이 그 안에 차있었는지 경외스럽기도 했다.
이왕 눈을 떴으니 '독서나 하자' 하고 책을 읽는데 콧물이 계속 나왔다. 휴지를 옆에 두고 콧물을 훔치다 보니 어느새 휴지가 수북하다. 문득 예전부터 궁금했던 생각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이 많은 콧물이 다 어디서 오는 거지?' 코를 풀어 나오는 콧물의 양은 어림잡아 머리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그런데 머리에는 뇌도 있고, 뼈도 있고, 기타 부속품으로 가득 차 있을 텐데 도대체 이 많은 양의 콧물은 어디 숨어있다는 말인가. 네이버 검색창에 [콧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검색했다. 제일 첫 번째 블로그에 그에 대한 답이 있었다. 소리청 맑은 소리 한 의원 블로그이니 나름 믿어도 될 듯싶었다.
일단 콧물이 나는 원인부터 알아야 합니다. 코는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오염 물질, 세균,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콧물은 코 점막 1cm당 0.5~1mL 정도가 자연스럽게 분비되는데, 콧물에는 백혈구, 호산구 등 면역과 관련된 세포, 면역물질들이 포함돼 있어 이물질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코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온도 변화가 심할 때 먼지, 세균 등이 들어오면 이를 막기 위해 더 많이 분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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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온도 변화가 심할 때 먼지, 세균 등이 들어오면 이를 막기 위해 더 많이 분비됩니다.
두 가지를 확실히 알았다. 첫째, 콧물은 어디에서 보관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분비되는 거다. 둘째, 콧물은 고마운 녀석이었다. 아 콧물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이 녀석 그동안 날 지켜주고 있었던 건데 그리 미워하고 있었다니. 만약 내가 콧물이었으면 정말 서운했겠다 싶었다. 콧물이 고마운 녀석이었다니. 글로 쓰고 싶었다. 콧물의 따뜻함이 뇌리를 뜨기 전에 빨리 브런치에 남기고 싶었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담아 글을 써볼까 하다 두 가지를 떠올렸다. 하나는 콧물의 오해를 풀어주자. 또 하나는 감사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그는 행복한 삶을 위한 6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긍정적인 정서를 발휘하는 삶이고, 긍정적인 정서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감사일기'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매일 감사한 것 3가지와 감사한 이유 3가지를 적었을 때, 긍정 정서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결과가 뒷받침해준 결과였다. 그런데 막상 감사일기를 쓰고자 하면 쉽지가 않다.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찾는데 어색하다. 아이들 역시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그러나 콧물의 경우를 통해 깨달았다시피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감사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내가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 어떠한 존재 이유 덕분이다. 건강한 신체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고, 두 눈을 뜨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감사한 일에 대해 노트나, 전자기기에 직접 쓰는 것과 생각만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써야 한다. 그래야 세상의 감사함이 나를 데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블로그에 감사일기를 써봤는데, 며칠 안돼서 그만두었다. 다시 한번 감사일기를 쓰고자 한다면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나는 예쁜 노트에 써보려고 한다. 따뜻함이라는 층위에서 사이버 세계보단 노트의 질감이 감사함과 좀 더 잘 어울리는 듯싶다.
오늘의 브런치는 아래의 영상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보고 나면 최소한 감사한 일 1가지는 채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아침 콧물의 감사함에 대해 찾았으니, 총 2가지 찾았다. 나머지 1가지는 브런치를 쓰다가 생각이 났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더해서 댓글을 달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세상은 아름답다. 감사함의 시선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느끼길 바란다.
PS. 콧물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