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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 Nov 19. 2019

왜 나래반 선생님만 부장님이라고 불러요?

어제 5교시에 받은 질문이었다.

우리 학교는 반을 1반, 2반이 아닌 가람, 나래, 다솜 반으로 나눈다. 그중 나래반은 학년부장 선생님이 맡은 반이다. 난 학년부장 선생님을 부장님이 아닌 선생님으로 부른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다른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부장님"이라는 말을 듣고 생긴 호기심이었을 테다. 일단은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해줬다. 


"나래반 선생님은 5학년 선생님들의 리더여서 특별히 부장님이라고 불러드리는 거야"


그렇다면 나는 왜 부장님을 부장님으로 부르지 않는가. 단순히 싸가지가 없어서는 아닐 테다. 


부장님. 과연 선생님보다 높은 존경의 표현일까?

학교에는 업무부장, 학년부장 등을 포함해 일정 비율로 부장교사의 보직이 존재한다. 학교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교육경력이 많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난 선생님들에게 부장교사의 보직을 맡긴다. 부장교사는 1년마다 새롭게 정하며, 부장 점수가 주어진다. 이는 승진에 필요한 점수이다.


이러한 부장교사를 맡는 선생님들의 면모를 봤을 때, "부장님"이라는 표현은 존경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학교에 발령받고 와보니 모두가 부장 선생님을 "부장님"이라 부르니 튀지 않기 위해선 "부장님"이라고 불러야겠다 하는 마음일 수도 있겠다. 특히 신규. 저 경력 선생님들이 "부장님"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러한 내 추측이 상당 부분 맞아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부장님"이라는 표현을 굳이 꼭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금은 탈권위의 시대다. 대통령마저 국무회의에 노타이를 드러내고 탈권위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의 경우에도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을 생략하고 호칭이나 **매니저님 아니면 직접 지은 영어 별칭으로 부르도록 한다고 들었다. 보직이 아닌 직급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부장님"이라는 표현은 마치 강물을 가로막는 큰 돌덩이처럼 느껴진다.


예전부터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일반 공무원과 회사가 주 5일제를 정착시키고 한참이 지나서야 주 5일제를 들여왔고, 복장의 여유로움도 최근에서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곳이어야 하지 않나 싶다. 왜냐? 학교는 미래의 사회 구성원이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단지 교과서 속에서만 세상을 배우지 않는다. 모델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익힌다. "부장님"이라는 표현은 위계의 표현이다. 아이들이 보고 들은 "부장님"이라는 위계는 무의식에 저장될 것이다.


예전에 아빠가 고3 진로부장을 맡았을 때,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부장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활짝 웃던 기억이 있다. 분명 "부장님"이라는 표현이 가진 긍정적인 어감이 있을 테다. 그러나 "부장님"이라는 표현보다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더 존경받는 표현으로 여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훨씬 따뜻하고 정감 있는 표현이 아닌가.


난 여전히 부장 선생님들을 "부장님"이 아닌 "선생님"으로 부를 것이다. 이게 내 존경의 표현이다. 더불어 나도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같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다가가고 싶다. "부장님"이라는 표현으로 선을 긋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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