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너무 애 쓰지 말자
같은 공간인데 무게가 다르다.
회사에 대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같은 공간인데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공기의 무게는 다르다. 같이 있어도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땐 지나가는 시간마저 향기롭다.
오늘 모임 후 나온 호텔 조식에 스테이크용 나이프가 없었다. 그 애매한 사이즈라니..그냥 먹기엔 불편하다. 테이블 셋팅에 나이프가 없는 걸 보면 그냥 씹으라는 듯 하다. 나는 나이프를 청했다. 문제가 있으면 외면 하거나, 불편함을 참거나 해결책을 찾거나. 저마다 선택이 다르겠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주도적으로 선택한다. 경험상 그게 후회가 없다.
빨간 불.
많은 사람이 모인 곳, 특히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커뮤니티 안에서 얽혀버린 관계를 종종 본다. 과정이 오해일 수도 있고, 의도일 수도 있다.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든 흐트러진 관계는 불편하다. 그 불편함과 억울함으로 자신을 점점 '깨진 멘탈의 늪'으로 끌고간다. 그럴 땐 어떻해야 할까? 선택해야 한다. 관계를 버리거나, 모른 척 방치하거나, 아니면 풀어내거나. 정답은 없다.
인생이 '관계의 연속'이다 보니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 일에 마침은 없을 듯 하다. 현재까지 얽힌 관계를 풀기 위해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인내하고 기다리기'. '인내하고 기다리기'는 의도된 방치이고, 애써 만든 무관심이다. 때론 무반응으로 경고를 전달하고, 흐트러지기전에 마지막 리액션을 한다. 놓는 것도 아니고, 잡는 것도 아닌 그 애매함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풀어주는 그 때까지 인내한다. 그러면 정리될 관계는 정리되고, 엃힌 매듭은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관계로 인한 상처를 '시간'에게 맡겨두는 게 좋은 처방일 때가 의외로 많다. 시간은 상처의 기억을 흐리게 하고, 시간이 건넨 이벤트가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만든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다.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든, 인내하며 기다리든 앞으론 더 단순해질 듯 하다. 할 일이 많아지고, 삶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단순함을 추구하게 된다. '모든 것에 완벽'은 나를 피폐하게 할 뿐이고,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오래전의 나처럼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엉망의 무게'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관계도 그렇다.
관계에서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느껴지면 우선 생각해 보자.
"스트레스 받을 만큼 중요한가?"
아니라면 그냥 버리자. 그래도 별일 없더라. 신경 쓰일 만큼이라도 중요하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겠지만, 아니라면, 그냥 접어도 되지 않을까? 자가발전형 감정노동으로 힘들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관계.
의미 있을 때 소중하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더라. 빨간 불이 들어왔다면 그냥 지워 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별 일 없을 듯 하다.
관계, 너무 애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