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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진 May 15. 2023

컬러폰트 2023

『폰트2022-23』(폰트협회, 2023)에서 발췌, 보완

가장 대중적인 컬러폰트, 길버트

(Gilbert, Robyn Makinson, 2017)

2017년 3월 31일 무지개 깃발을 만든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기리기 위해 NewFest와 NYC Pride는 Fontself와 협력하여 상징적인 Rainbow Flag의 디자인 언어에서 영감을 받은 무료 폰트를 만들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Gilbert'로 하였다.

성적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컬러폰트로 구현한 사례로 지금까지 나온 컬러폰트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무지개색 컬러폰트와 'Type with Pride'라는 문장은 폰트의 목적을 차분하고 강렬하게 전달한다.

출처 http://robynmak.net/gilbert-baker

길버트의 한글 버전, 길벗체

길버트의 한글 버전, 길벗체

숲(배성우), 제람(강영훈), 에이미, 김수현, 김민정, 임혜은, 강주연, 신예림)이 2021년 만들었으며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컬러폰트의 제작, Glyphs

가장 대표적인 폰트 제작 도구로 성장한 글립스의 홈페이지에는 한동안 컬러폰트 이미지가 크게 붙어있었다. 각 포멧별로 제작 방법을 안내하는 간단 메뉴얼도 올라와있다. 2022년 한국을 방문하여 여러 차례 감동적인 강연을 해 준 글립스의 라이너(Rainer Erich Scheichelbauer)가 작성한 것이다. 그는 정말 언어와 글자를 사랑한다.

라이너는 이름을 듣더니 넾킨에 한글로 썼다. (2022년 겨울)
출처 https://glyphsapp.com/learn?q=color+font

컬러폰트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책, 

Type and Color

Type and Color: How to Design and Use Multicolored Typefaces—‘step-by-step guide to designing typefaces with multiple colors, essential new graphic design and typography book’(Mark van Wageningen, 2019)

https://www.amazon.com/Type-Color-Design-Multicolored-Typefaces/dp/1616898461/ref=sr_1_1?keywords=Ty

아마존 미리보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책의 앞부속 내용을 간추리면,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으나) 흑백의 시대는 저물고 컬러 폰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 된다. '자신하지만 100년 걸린다'는 말이 참 애매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기술만 생각하면 10년만으로 충분할 수 있으나 인간을 생각하면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컬러폰트의 현재

새로운 도전은 늘 가슴뛰는 일이다. 특히 새로운 기술은 꾸준히 접하는 게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입디자인의 역사를 보면 중요한 변곡점에는 항상 큰 폭의 기술의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총 3개의 컬러 폰트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관여한 경험은 그런 의미에서 뜻깊었고 모두 무사히 마무리하였으나 몇 가지 굵직한 문제를 만났다. 


1. 폰트 용량이 커짐

아웃라인 폰트로 제작하려면 컬러마다 레이어를 추가해야하므로 용량 부담이 커진다. 폰트가 무거워지면 범용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2. 골고루 컬러를 지정하기 어려움

초성-중성-종성에 각각의 컬러를 적용하면 조형적 괴리가 심하고 더 잘게 쪼개면 지저분해진다. 듀오톤으로 만든다면 모든 글자에 적절한 비율로 두 컬러를 분배하기가 녹록치 않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처럼 도형을 쉽게 분할하고 통합하는 툴이 필요하다.

3. 컬러 프로파일 미지원 문제

모든 컬러 파일에는 프로파일이 붙는다. 개발당시 확인한 바로는 RGB 컬러 모드는 sRGB 프로파일을 디폴트로 사용하며 CMYK 프로파일은 지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컬러 폰트를 인쇄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컬러 폰트는 웹이나 모바일 전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다양한 포멧

컬러폰트는 폰트에 컬러가 지정된 폰트를 말하며 다양한 포멧이 있다. 애플의 sbix (fn), 마이크로소프트의 CPAL/‌COLR(fn), 어도비의 OpenType-SVG(fn), 오픈타입 비트맵 컬러 폰트 규격인 CBDT가 있다. 대부분의 폰트는 기본적으로 모든 OS, 모든 어플리케이션에서 문제 없이 돌아가야 상품성을 인정받는다. 아직까지 컬러폰트는 호환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며, 각 포멧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성장기의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https://www.colorfonts.wtf

5. 아직은 애매한 사용성

컬러폰트의 주요 용도가 뚜렷하지 않다. 화려한 그래픽을 노린다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컬러를 많이 쓰면 작은 크기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으므로 사용성에 제약이 생긴다. 그렇다면 단색을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한데 그러면 지금처럼 폰트에 컬러를 적용하는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 이미 단락 전체에 그래디언트 컬러를 적용하는 스타일이 웹과 모바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컬러는 컬러 폰트 이외의 영역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Craft.app 의 UI

6. 이모지가 주도하는 컬러폰트 (비즈니스 모델 부재)

컬러 폰트의 본격적인 시작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스템 번들 폰트로 개발한 이모지가 이끌었다. 현재도 컬러가 중요한 폰트 카테고리는 이모지가 유일하다. 아이콘이나 이모티콘과 닮았지만 데이터 형식으로 따지면 엄연한 폰트다. 그러나 여러가지 기술적 제약으로 커스텀 폰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7. 컬러폰트의 대채제 또는 보완재; 생성형 AI(Generative AI)

2023년 3월 셋째주를 IT업계에서는 AI의 10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0년 동안 일어날 일이 일주일에 일어났다는 뜻이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3월 13일: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이 알파카 7B(Alpaca 7B) 발표. 이론적으로는 집집마다 쳇GPT를 한 대씩 놓을 수 있게 된다. 

3월 14일: 구글과 손잡은 앤트로픽이 대화형 AI 클로드(Claude)를 공개.

3월 15일: 오픈소스 기계학습(ML) 라이브러리인 파이토치(PyTorch) 2.0,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 미드저니(Midjourney) 5.0 발표.

3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챗gpt 통합. 

그리고 다음주에도 새로운 소식이 쏟아졌다. 

3월 22일: 

구글이 대화형 AI 바드(Bard)를 공개.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 개발 도구인 AI 파운데이션 발표. 

어도비가 말하면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형 인공지능 파이어플라이(FireFly) 공개.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반 검색서비스인 새로운 빙(Bing) 공개.

이런 뉴스를 보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속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항상 들뜨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궤가 다르다. 폰트를 활용해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폰트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https://firefly.ado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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