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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라떼 Jul 15. 2021

카카오의 늪에 빠진 이유는 Ep.1

1편. 톡비서 죠르디 & 카카오메일

작년 어느 날,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집에서 카카오 버스 앱을 켰다. 타야 할 버스가 10분 정도 남아 이 정도면 됐지 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막상 정류장에 가보니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고, 배차시간이 긴 탓에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았다. '믿었던 카카오버스가...' 투덜투덜 대며 휴대폰을 열어 내가 다급하게 누른 것은 다름아닌 카카오택시. 나도 모르게 카카오페이 자동결제 서비스를 이용했고, 가는 동안 택시 기사 분이 제대로 가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맵을 켜서 위치 파악을 했다.


 나도 모르게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네 개나 사용한 것이다. 카카오의 계략에 놀아난 것 같아 괘씸하면서도, 이게 다 플랫폼 회사 카카오가 이미 생각해 둔 시뮬레이션이 아닐까 싶어 놀랍기도 했다.


이 네 개 서비스 이외에도 나는 카카오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 선물하기, 톡비서 죠르디 알림기능, 카카오메일, 카카오증권, 심지어 최근에는 카카오 택배까지. 이 서비스들은 모두 다른 앱에서도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나는 왜 카카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되었을까?


카카오에 대한 기업 분석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라는 소비자가 카카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분석해 본다.



첫 번째 서비스. 

톡비서 죠르디 & 카카오메일


톡비서 죠르디는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우연히 친구들과의 단톡에서 톡캘린더 일정 기능이 생긴 것을 발견했고, 내가 친구들과의 모임날짜를 보낸 것이 첫 사용이다.


캘린더에서 모임 일정을 참여자들에게 보냈더니, 모임 하루 전날 톡비서 죠르디에게서 톡이 왔다. 죠르디의 톡을 본 친구들은 단톡에서 "와 이거 절대 안까먹겠다." "모임 전 날에 '우리 내일 보는 거 맞지?' 이런거 안해도 돼서 너무 좋다" 등등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후로 나는 회사 팀 단톡에서 회식 일정을 공유하거나, 중요한 미팅의 일정을 공유했고 신문물을 소개한 막내사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나는 원래 약속이 생기거나 중요한 미팅이 있는 경우엔 캘린더 앱에 꼼꼼히 기록해 두는 편이라, 그런 큰 일들에 대해서는 죠르디를 쓸 필요가 없었다. 대신, 굉장히 자잘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톡비서 죠르디가 없던 대학생 때 많은 친구들이 본인이 할 일을 상태메시지에 나열해 두었었다. 'ㅇㅇ개론 과제제출 / XX챙기기 / ㅁㅁ만들기' 등으로 말이다. 나 또한 이 방법을 몇 번 썼었는데, 남들이 다 보는 상태메시지에 이런걸 적는다는게 별로였다. (그 때는 나와 대화하기도 없었다..)


지금은 상메 대신 죠르디에 자잘한 것들을 적는다. 너무 자잘해서 기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미리 적어두면, 설정한 시각에 죠르디에게서 톡이 온다. 다른 어플도 아니고 매순간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으로 자연스럽게 연락이 오기 때문에, 여러 앱에서 알림이 오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마우스 USB 챙기기, 관리비 부치기. 정말 사소하지만 잊어버리면 아차 싶은 것들.


사실 일정 공유하기는 기존에 구글캘린더 등 다른 달력 어플에서도 사용 가능한 기능이었고, 알림설정도 휴대폰 기본 알람이나 캘린더 앱을 사용하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죠르디를 계속해서 찾는 이유는 1) 친구가 대화를 거는 듯한 톡 컨셉과 2) 귀여운 죠르디 때문이다. (1번 이유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 2번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죠르디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카카오톡이 얼마나 본인들의 본업인 '메신저'를 재치있게 잘 활용하는지를 여러 번 느꼈다. 메신저는 친구와 연결된 느낌, 대화하는 느낌이 중요하다. 만약 카카오가 캘린더 알림을 죠르디의 말이 아닌 푸쉬알림 등으로 보냈다고 생각하면, 다른 캘린더 앱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시간 맞춰 말을 걸어주는 것처럼 느끼도록 카톡 메시지로 알림을 보내주기 때문에, 죠르디에게서는 그들과 다르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나처럼 푸쉬알림에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거부감 없는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이 훨씬 좋기도 하다.




카카오메일의 경우 단순한 호기심에서 처음 사용해 보게 되었다. 메일이라고는 7살 때 아빠랑 처음 만든 네이버 메일,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 만든 Gmail만 사용하던 나에게 카카오 메일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뭔가 '메일'이라 함은... 컴퓨터 앞에 각 잡고 앉아서 쓰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해서, 포털 기반인 네이버와 구글의 메일 서비스는 익숙했지만 메신저 앱 기반인 카카오의 메일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카카오메일에 가입하고, 또 한 번 놀랐던 점은 '관심친구'로 등록하면 바로 내 친구 톡비서 죠르디에게서 또 톡이 온다는 점이다. 이걸 알자마자 나는 구독하고 있던 수많은 구독메일 서비스들의 메일 주소를 모두 카카오메일로 변경했다.


평소에 뉴닉이나 Spread B 같은 구독메일을 Gmail이나 네이버메일로 받았었는데, 둘다 푸쉬알림만 제공해서 푸쉬알림 hater인 나는 알림을 다 끄고말았고 결국 메일이 온지도 모르고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특히 Gmail은 죄다 프로모션함에 가있는 경우가 많았...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은 이유로 죠르디에게서 오는 메일 알림은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바로바로 구독메일을 잘 챙겨볼 수 있어서 훨씬 좋았다. (톡비서 죠르디에 대해 서치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죠르디를 메일 구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죠르디를 통해 받아보고 있는 뉴스레터, 뉴닉과 Better Tomorrow


쓰다보니 죠르디 찬양글이 되어, 스스로도 뒷광고 의혹이 생길 지경이다(?) 


일명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에는 아직 개선할 점도 많이 보인다. 카카오에는 수백 수천가지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나도 모든 기능을 다 써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글을 시작으로 카카오 서비스 중 내가 긍정적으로 경험한 서비스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오늘도 죠르디로 받은 구독메일로 하루를 시작했고, 내일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을 미리 기록하고 잠자리에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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