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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감미 Aug 25. 2021

대화의 두려움

뉴스아님 미니 네번째

필자는 대화에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아 정정하자. 정말 친한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상대방과 만나기 전 어떤 대화를 할 지 걱정한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 당신을 만날 때 두려움을 갖고 있을 수도 있어요!'라고 밝히는 것은 꽤나 쑥스러운 일이다. 쑥스럽다 못해 앞으로 필자를 아는,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필자를 만날 때 필자가 편치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일이 썩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활자로 꺼내어 요즘 생각하는 '대화'에 대해 곱씹어보고 싶다. 언젠간 하고 싶었고,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계속 쓰고 싶었지만 이제와 처음 쓰는 이유는, 최근에 정말로 깊게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래오래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천천히 친해져서 삶의 테두리 안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말이다. 종종 만나자고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여기저기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싶은데, 필자는 선뜻 그러지 못한다. '대화'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알아가고 싶다면서도 필자 스스로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라고 자문하면 딱히 할말이 없다. 우습고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정말로 그렇다. 그냥 만나고 싶을 뿐이다. 사실 대화거리를 정해놓는다고 한들 직접 만나고 나면 그런 주제로 대화할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말도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만남이 있으면 같이 명상을 하러 가지 않는 이상 반드시 '대화'를 나누게 되어있다.



그래서 방법은 딱 한 가지이다.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열심히 대화 주제를 찾고, 미리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짜놓고, 리액션까지 정해놓는 굉장한 뇌내 노동을 하지 않으려면 두려움을 이겨내는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앞선 방법처럼 과도한 노력이 수반되는 만남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갖고 있는 대화에 대한 두려움은 '할 말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대화에 공백이 생기게 되면 필자는 말도 안되게 괴로워진다. 친한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으니 친구가 웃으면서 "요즘 (MBTI) E인 친구들이 다 나한테 고백해. 사실은 대화가 힘들다고"라고 말했다. 친구가 이 말을 해준 순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필자 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 엄청난 고민인 것 마냥 끙끙 앓았던 것이 조금은 쑥스러워졌다. 또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공백을 못견뎌하는 것에 대해 이유가 뭘까 고민했었는데, 알면서도 몰랐던 것을 친구의 입으로 듣게 되니, 그 이유가 좀 더 뚜렷이 와닿았다. 바로 "내가 불편하니까 상대방도 불편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불편하니, 상대방도 속으로 이 공백을 못참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얘기를 친한 지인에게 했을 때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그냥 너가 불편해하지 않으면 돼." 이 때는 아니 불편한 데 어떻게 안불편해지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불편함의 원인인 상대방에 대한 걱정이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긴 하다. 상대방은 필자처럼 안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공백을 오히려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필자는 조금씩 조금씩 대화 중의 공백도 함께하고 있는 시간, 공간을 나누고 있는 즐거운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니 무언가 웃기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마음이 이런 생각을 따라오도록 긴장과 두려움을 내려놓는 중이다.



필자는 사람이 좋다. 더 이상 두려움 때문에 보고 싶고 만나서 얘기하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필자의 책상 앞에는 좋아하는 배우인 윌 스미스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적혀있다.



"The daily confrontation with fear has become a real practice for me. (매일 두려움과 맞서는 것은 제 삶의 중요한 루틴입니다.)"



이것은 필자가 마주한 첫 번째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이겨냄으로서 더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요즈음 필자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말이다.



#뉴스아님 #미니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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