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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감미 Aug 25. 2021

작은 관심, 변화의 시작

뉴스아님 미니 여섯번째

화요일에 비가 왔다. 평소에 일기예보를 보는 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잘 챙기지 않던 나는 그 날 따라 우산을 챙겼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쭉 학교에 일이 있어서 어떤 시간대에 비가 오든 맞을 확률이 높아서였기 때문이다. 오후 실습이 끝나고 저녁 즈음 건물에서 나왔는데, 계속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우산을 든 여러 명의 행인 사이로 한 아저씨가 나와 반대방향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괜히 눈길이 쏠려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그 분이 완전히 지나가서 안보일 때까지 힐긋거리게 되었다. 그냥 가시는 데 어디냐고 여쭤보고 같이 쓰고 데려다 드릴까. 어디까지 가실까. 그래봤자 ITBT 건물 아닐까 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학생 누군가가 그 분께 그렇게 말해주기를 동시에 바랬다.



내가 우산 없이 걸어가던 그 분께 시선을 고정시켰던 건 하나의 '작은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와중 나는 우산을 쓰고 있고, 다른 사람 모두가 우산을 쓰고 있고, 그 분만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미안함 때문에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껏 해결을 바라는 사회 문제, 바뀌어야 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관심'이 시작이라고 얘기했다. 작은 관심이 모여 세상을 바꿀 것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최소한 관심이라도 갖자고. 하지만 그 우산 없는 아저씨에게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한 마디 할 용기조차 없었던 나는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했다. 관심이 무슨 소용인지. 관심을 가져서 그 분이 비를 안맞을 수 있게 되었나? 관심 덕에 비가 멈췄나? 무엇도 아니다. 그래서 작은 관심을 가지자는 말이 정말로 허울 뿐인, 입만 살고 배부른 소리였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채웠다.



하지만 난 여전히 '관심'의 시선을 여기저기에 두고, 귀를 기울이고, 글을 쓰고 말을 하며 바뀌어야 하는 어떤 것에 대해 목소리를 꺼낸다. 관심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와중에도, 정말로 최소한의 노력이 '관심을 갖는 것'이며,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됨을 알기에 내가 스스로 그 효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당위를 찾아낼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대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내 실천이 의미를 갖고,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앞선 상황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작은 관심이 모여 큰 관심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비가 내린 상황'에서 '비를 맞게 되는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이 문제를 피하게 해줄 수 있는 '공유 우산 시스템'을 누군가는 떠올리게 될 것이고, 교내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학교 각 건물 마다 공유 우산을 배치해 갑자기 비가 올 때 자유롭게 우산을 사용하고, 누군가는 우산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결국, 비를 맞게 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내가 시선을 거두지 못했던 그 순간을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순간'으로 인지하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여론을 만들어낸다면 이 같은 연쇄작용이 일어나도록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과 인생의 모든 사건들은 확률 게임이니, 가능성을 높인 다는 것은 확실히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소한 문턱도 쉽게 넘지 못하고, 모든 일이든 당위를 찾으려 한다는 것은 피곤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드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정확하게 해야할 일에 대한 당위성을 짚어내는 일. 그것이야 말로 진짜 힘을 만들어 일의 가속도를 높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뉴스아님 #미니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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