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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Sep 16. 2023

어느 서툰 워킹맘의 일기

우울한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글로써 마음을 달래 보려 한다.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일기 같은 글로써 마음을 정리해보려 한다.

나중에 이 글을 봤을 때 그때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지.

나 자신 대단해. 그때 그렇게 버틴 덕에

또 다른 나로 성장한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8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한 지 3개월 차.


돈 벌기가 뭐든 어려운 것은 당연하나

요즘은 지친 마음이 녹아내릴 듯 흘러내려서

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


퇴근길 하늘 위로 길게 하얀 길을 만든 비행기의 자유로운 비행에 나도 훨훨 따라가고 싶다는, 어디론가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그런 생각.


워킹맘이 힘든 건 알았지만 그래도 육아만 하는 일상도 만만치 않게 힘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나는 워킹맘이 더 힘이 든 것 같다.

아침 제일 일찍 어린이집 가는 둘째.

하원도 제일 늦는데 요즘 너무 힘들었는지 어느 순간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여름날,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혼자 남아있던 아이의 팔이 너무 차가워져 있었다.

에어컨 바람 때문인 것 같은데

차마 에어컨 좀 약하게 해달라고 말은 못 하고 아이에게 혹시나 추우면 춥다고 이야기하라고 가르쳐본다.


어느 주말,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라고 물어서

"아니, 오늘은 주말이라 안 가는 날이야. 집에서 놀자." 했더니 "와 신난다! 나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하는 둘째.

그리고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사진들에서

너무 피곤해 보이는 둘째.

막상 어린이집에서는 씩씩하게 투덜거리지도 않고

잘 있는다는데 그 모습이 짠해진다.


첫째는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잘 보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엄마가 회사 안 가면 좋겠다는 말에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 시작하자마자 시작된 주말 병원행...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아이들은 7월부터 감기에 걸리고 또 걸리고 주말마다 소아과 오픈런을 하느라

제대로 놀고 쉬지도 못했다.

내내 항생제를 달고 살았던 서글 2023년의 여름.

이렇게 적응기를 거쳐야 하는 건가.

원래 이런 건가. 참 세상 쉬운 게 없다.


덩달아 남편도 바쁜 일 투성이라 얼굴 보기 힘들고,

태풍이 와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이 감기바이러스를 뿜어내고 있어도

힘들까 봐 도와주러 와주시는 친정엄마.

집에 와서 보니 분리수거통까지 비워져 있을 때는

마음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나중에 나도 엄마처럼 우리 딸들 힘들 때 도와주겠지.

아닌가, 결혼은 꼭 해야 한다 주의였던 나도, 

요즘에는 나중에 아이가 혼자 살고 싶다고 하면

그 의견을 존중해 줄 것 같다.

비록 나 자신은 너무 사랑스러운 내 자식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일은 또 왜 맨날 제대로 해결되는 게 없는지.

월요일부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메일에, 이것저것 발생하는 문제들.

경단녀라는 타이틀이 무색 정도로 잘 해내고 싶었는데, 뽑아주신 팀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났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텅 빈 것처럼 영혼 없어졌다. 요즘에는 첫째 하교 후 첫째 아이 친구 엄마들과 수다 떨던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울 뿐.


그렇게 하이에나처럼 일을 찾아 헤맸는데 다른 길을 찾았어야 하나, 잘못된 선택이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그래도 이대로 물러날 수 없기에.

이제 적응한 첫째 학원비도 내야 되는데 그만둘 수는 없다. 여기서 그만두면 지는 거다.

용기 내서 시작한 도전이 허무해지지 않게

힘을 내서 한번 나아가보자.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겠지.


그래도 이 순간 웃음을 주는 건

끊임없이 사랑고백을 하고

엄마를 찾고 안아주는 딸들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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