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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연 Jan 14. 2020

학생중심 수업이란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수업

 나는 수업방식을 놓고 수업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늘어놓는 뻔지르르한 말, 싫어한다. 공개수업 후 수업 협의라고 들어와서 교사의 발전을 위해서 이렇다 저렇다 의견 내놓는 강평, 이런 것도 싫어한다. 특히 수업과 멀어진 사람들이 쓰는 유행어 같은 수업 용어들. 그러나 내가 수업에 대하여 평가를 두려워하거나  남의 말을 흘려듣고 자존심만 내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이 점을 먼저 말해두고 오늘날 수업 용어로 자주 나오는 학생중심 수업이라는 것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철저히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학생중심이라는 소리가 학습활동을 많이 넣어 움직이게 하거나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수업 주도할 거면 교사는 왜 있고 공개수업은 왜 하라고 하는가. 그냥 활동을 촬영하고 분석하거나 학생들의 반응만 살피면 되지.  학생중심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학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수업 중 학생들의 뇌가 작동하고 있느냐의 여부를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머리를 써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업이냐는 뜻이다. 내가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로 이 점이다. 생각을 하게 하는 수업. 그래서 더더욱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이 학습 주제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할까에 수업계획의 70% 이상을 쓴다.


미술수업이지만 수학 시간에 배운 도형을 이용해서 날씨를 표현한 작품이다. 날씨를 단순히 추상적으로 표현케 하면 애들이 할까? 6학년이어도 우연적 기법이 아니면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건 힘들다. 아마 해님이 웃고 있거나 구름이 화내면서 몰려오는 정도의 3~4학년 수준의 표현에 작대기, 원이나 삼각형 정도 더 들어간 수준. 빨리 그리고 색칠한 후 집에 갈 생각만 할 것이다.

제목 '비 오는 날씨' , 6학년 학생 작품


그러면 생각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건을 줘서 계획을 하게 해야 한다. 배운 입체 도형만으로 표현하라는 조건을 주면 이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구를 그리려면 명암이란 것을 넣을 줄 알아야 하고 삼각뿔, 사각뿔을 그리려면 위에서 본 모양, 옆에서 본 모양 다 따져야 한다. 작품지말고 우리 반은 연습지가 따로 있어서 거기에 그려보면서 생각을 해보며 시도해봐야 한다. 직육면체도 그려보고 암튼 배운 걸 총동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이것을 수업 평가하는 사람들은 수학-미술의 융합이네 뭐네 또 이런 미사여구로 칭송을 하거나 정보를 과잉 생산하고 과잉 해석을 한다. 나는 그냥 인터넷에서 자료 찾다가 교육과정에 맞게 조금 변형한 미술 수업일뿐인데. 관리자, 장학사, 수석교사님들.. 배움 중심 수업이니 주제 융합이니 이런 미사여구 끌어다가 만든 이상한 연수 좀 강요하지 말고 교사들은 조용히 교실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사고력을 배양하게 할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니 수업 연구할 시간을 주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연수 만능주의적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자.

그 다음에 나는 단순히 회화적 표현 기능이 중심이 아닌 생각을 많이 한 학생들의 그 과정에서의 노력을 치하하고 그들이 그려놓은 연습지를 사진 찍어서 왜 이 학생이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의 과정을 엿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수학 도형에 대한 오류 개념도 잡아낼 수 있고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고 활동을 끌어낼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하는 수업이 학생중심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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