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연 Jan 13. 2020

초등교육이 왜 중요한가

체육시간에 그룹 활동 지도 후 옆반 23년 차 선생님과 나눈 얘기다. 

교육은 초등에서 거의 완성되어 올라간다는 것은 진리라고.


그룹 활동하는 아이들을 뚫어지게 관찰하다 보면 나오는 생각이다. 그래서 교사로서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뚜렷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학교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룹에 리더가 있으면 확실히 잘 굴러간다. 다양한 의사 개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조율하며 그리고 일단 그 리더는 의견을 잘 끌어모은다. 그게 선순환이 되면서 앞뒤가 착착 맞고 뭔가 완성이 되어간다 싶으면 아이들은 그때부터 더 열심히 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리더의 유무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그 리더는 비판적 사고도 장착되어 있다. 활동하는 가운데 뭐가 잘 되어가고 잘 못 되어가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동적인 사고를 발휘한다. 비판적 사고는 독서로도 배우지만 아이들은, 특히 초등에선 경험으로부터도 배운다. 이런 그룹 활동이 중요한 이유이다.


리더가 없으면 모든 게 엇박자고 그리고 조율과 합의의 시간이 길어지며 결국 선생님의 개입이 있어야 굴러간다. 문제는 이 그룹 안에는 만고불변의 진리인 양 어울리지 못하고 늘 부정적인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아이들이 꼭 있다는 것. 리더가 없는 그룹은 이래서 첫 판부터 꼬인다. 제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이런 아이들은 저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그룹 활동에서 마찰이 있어왔다는 것. 이런 친구들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사실 앞이 보인다. 6학년만 되어도 껴주질 않고 앞으로는 더 소외될 가능성이 큰데 개선의 여지는 점점 줄어든다. 성격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초6은 거의 인간 유형의 완성판이 올라가는 시점인 것이다.


교사인 우리는 그럼 무엇을 했나. 포기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내는 친구들을 붙잡고 얘기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설득하고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을 더 지지해서 함께 가자고 다시 설득하는 것이다. 초등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경험을 하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관계 속에서 '사람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초등에서의 이런 훈련은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부디 이들이 중학교 가서도 소외시키지 않고 스스로 소외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것으로도 우리는 인생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가 있어야 하고. 학교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곳이다. 그리고 실패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받는 기회는 선물이요 성장의 열쇠다. 초등교육은 이것을 담당하는 곳. 


사진: 그룹토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

 

작가의 이전글 교사라는 직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