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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8. 2024

박대성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문제

피해자에게 2차 가해, 가해자에게는 특별함을 씌우는 기사들

이달, 5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이뤄진 박대성 공판에서 박대성이 ‘취약한 여성 업주’를 상대로 추가 범행을 저지르려 한 정황이 확인되었다.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밤 0시 42분, 여성 청소년 피해자 A 씨를 흉기로 4차례 찔러 살해한 인물이다. 그는 범행 후, 자신의 업종 근처 ‘취약한 여성 업주’를 살해 상대로 노렸다. 박대성은 도주 중 신발이 벗겨진 채로 흉기를 셔츠 안에 숨기고 근처 주점으로 들어갔다. 맨발인 상태에서 들어온 박대성을 의심스럽게 본 여성 점주는, ‘왜 신발을 신고 있지 않냐’고 박대성에게 물었고, 점주의 경계를 느낀 박대성은 그대로 도주하였다.

주점 근처 자신의 가게로 돌아와 운동화를 다시 신고, 박대성은 오전 1시 5분경 가게 근처 노래방에 들어갔다. 박대성은 흉기를 숨긴 채 노래방에 들어가 맥주 세 병과 접객원을 불렀다. 업주는 맥주 세 병을 들고 박대성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박대성은 업주에게 세 차례 ‘문을 닫고 들어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가게 밖을 살펴야 한다며 업주는 박대성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때 노래방은 문을 열고 노래 부르는 손님들도 있었다. 살해를 하기에 눈치가 보였던 박대성은 또다시 도주하였다.


검찰은 첫 공판 당시, 박대성이 ‘취약한 여성 점주’를 노렸음을 직접 언급하였다. 즉. 박대성은 흉기를 챙기고 나왔을 때부터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 수사 결과는 박대성 사건이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여성 테러 범죄’의 성격을 온전히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건 공판을 직접 모니터링한 여성단체는 ‘박대성이 혼자 있는 약자인 여성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여성혐오적 범행동기이며, 이는 비난동기 범죄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문제는 박대성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이다. 박대성 사건 공판의 내용을 기사 중 대다수가 박대성이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노렸다는 사실이 빠져있었다. 거기에 더해, 공판 당시 같이 참석한 피해자 어머님이 오열한 사실은 여과 없이 기사 표제목으로 사용되었다. 박대성의 머그샷이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박대성 목 뒤에 있는 ‘문신’에 주목하며 ‘문신 있는 살인자’에 대한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는 내용 또한 기사로 쓰였다.

박대성 사건 공판 관련 기사. 피해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표제목 (출처: 네이버 뉴시스, 세계일보)


박대성 사건 관련 기사. 사건과 관련 없는 문신을 이야기를 표제목으로 사용하였다.(출처: 네이버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피해자의 동의 없이 과도하게 피해자의 상황을 표현하거나,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명백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몇몇의 기사는 피해자 2차 가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쓴다. 현장에서 피해자의 아픈 사연이나 슬픈 감정을 포착하면 기사의 조회수를 위해 표제목으로 드러낸다. 가해자를 비출 때는 사건과 연관이 없지만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자극적인 요소를 과대포장하여 ‘가해자에게 특별한 서사’를 주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가령 가해자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해 지나치게 조명하여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기사가 이에 해당한다. 


언론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건을 접하는 시민이 이 사건을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지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 역할 수행을 위해 기사는 날것의 사실을 정제하여 기사라는 ‘창’을 시민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언론은 과연 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직접 공개재판에 참석하여 기자들과 같이 공판 상황을 목격하였지만, 사건이 시사하는 사회모습을 보도해야 할 기사는 정작 한 두건 정도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그들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 유가족에게 엉뚱하고 불편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언론은 사건을 전달하고 사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시민들이 올바른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언론을 가진 나라에서 건설적인 사회적 논의는 일어날 수 없다. 여러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을 볼 때, 피해자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견고한 사회 안전망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이 안전하게 밤길을 걷고 장사를 할 수 없도록 불안감을 조성한 박대성 사건을 가지고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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