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피로스 Jan 11. 2021

빚지며 살지 말자

스스로에게

아침 6시. 

눈을 뜨자마자

나를 사로잡은 한 마디.


'부채감'


'죄의식'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거나

'미련'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울 때

적확한 표현일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

나는 종종 이 부채감이라는 걸 느낀다.

스스로에게 빚진 것 같은 기분이다.


새 해가 보란 듯이 나를 지나쳐

흘러가기 시작한 지 벌써 2주.

그동안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쓰기 싫어서 안 썼다.

다음엔 애써 외면하고 타협했다. 

나중엔 변명도 안 먹혀 여기 앉아있다.


다시 쓴다.

나와의 약속이라는

그 부질없이 가벼우면서도

그 어떤 것보다 단단히 나를 옭아매는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다.


빚지고 사는 건 정말 싫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스스로에게는 더더욱.

보이지 않게 차곡히 쌓여가는

미련과 죄의식이라는 채무는

앞으로 나아가는 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 뿐이다.

안 그래도 맥아리 없는 요즘

좀처럼 힘껏 발 디딜 기력도 없는데

더 이상 빚을 늘려가다간

언제든 고꾸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

자승자박이 이런 거구나.


참으로 웃긴다.

이렇게 또

쓰지 않던 경험마저 써 내려가며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는 게.

이렇게 내가 만든 채무를

내가 다시 상환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언젠가부터 쓰는 일에

점차 주저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무거워지며

생각도 마음도 무거워졌다.

다시 조금 가벼워지려 한다.

잘 쓰는 것을 고민하여

고통스럽게 써 내려가지 않겠다.

쓰는 일 자체에 의미를 찾고

기쁘게 나와 내 것을 옮겨내 보겠다.

독자보다 내가 먼저다.

가진 게 없으면

줄 것도 없게 된다.

내가 먼저다.


자유히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

오늘도 나를 구속시키지만

그래도 즐겁다.

자유가 참 역설적이란 걸 느낀다.

오랜만에 가벼이 하루를 시작한다.


백수만세.

매거진의 이전글 글감 없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