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아침 6시.
눈을 뜨자마자
나를 사로잡은 한 마디.
'부채감'
'죄의식'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거나
'미련'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울 때
적확한 표현일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
나는 종종 이 부채감이라는 걸 느낀다.
스스로에게 빚진 것 같은 기분이다.
새 해가 보란 듯이 나를 지나쳐
흘러가기 시작한 지 벌써 2주.
그동안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쓰기 싫어서 안 썼다.
다음엔 애써 외면하고 타협했다.
나중엔 변명도 안 먹혀 여기 앉아있다.
다시 쓴다.
나와의 약속이라는
그 부질없이 가벼우면서도
그 어떤 것보다 단단히 나를 옭아매는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다.
빚지고 사는 건 정말 싫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스스로에게는 더더욱.
보이지 않게 차곡히 쌓여가는
미련과 죄의식이라는 채무는
앞으로 나아가는 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 뿐이다.
안 그래도 맥아리 없는 요즘
좀처럼 힘껏 발 디딜 기력도 없는데
더 이상 빚을 늘려가다간
언제든 고꾸라져도 이상할 게 없다.
자승자박이 이런 거구나.
참으로 웃긴다.
이렇게 또
쓰지 않던 경험마저 써 내려가며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는 게.
이렇게 내가 만든 채무를
내가 다시 상환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언젠가부터 쓰는 일에
점차 주저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무거워지며
생각도 마음도 무거워졌다.
다시 조금 가벼워지려 한다.
잘 쓰는 것을 고민하여
고통스럽게 써 내려가지 않겠다.
쓰는 일 자체에 의미를 찾고
기쁘게 나와 내 것을 옮겨내 보겠다.
독자보다 내가 먼저다.
가진 게 없으면
줄 것도 없게 된다.
내가 먼저다.
자유히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
오늘도 나를 구속시키지만
그래도 즐겁다.
자유가 참 역설적이란 걸 느낀다.
오랜만에 가벼이 하루를 시작한다.
백수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