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 1 딸이 손떨림이 생겼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며 독서실에 등록했다. 어쩐 일이지 싶기도 하면서도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는 밤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했고, 사실 공부를 하는지 핸드폰을 볼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아이가 기특해서 어쩔 줄 몰랐다.
아이가 독서실에 다니기 시작한 9월, 아이의 손떨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쩌다가 한 번씩 나타나다가 12월이 되자 매일 증상을 보였다.
금요일 밤, 손떨림과 같이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쥐어지지 않는 증상도 생겼다며 아이가 걱정을 했다.
아이가 걱정을 하자 나도 걱정이 되었다.
원래 나는 예민해서 다른 사람보다 걱정이 많은데
아이가 아프니 잠이 오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왜 이리 자주 아플까라는 걱정부터 시작해서
나의 40대는 아직도 육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언제쯤 즐길 수 있을까 라는 비관적인 생각까지 했다.
한의대에 다니고 있으신 큰 딸의 과외 선생님이
증상이 조금씩 자주 나타나고 있을 때
상담을 드리니 기말고사를 마치고 아는 한의원에 데리고 가주시겠다고 하셔서
약속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주말이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독서실에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했다.
먼저, 학교에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정형외과도 가보고 큰 병원도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한의원에 다녀와서 침을 맞고, 12시간을 푹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이의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손떨림도, 손에 힘이 없는 증상도 사라졌다.
3일 정도 학교를 쉬게 하고 며칠 동안 12시간씩 재웠더니 아이가 증상이 있었다는 것도 잊었다.
여드름도 줄고 표정도 환해졌다.
아이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독서실에서 공부하지 않는다. 집에서 공부하다가 엄마랑 장난도 치고 동생이랑도 즐겁게 대화하며 논다. 한 번씩 강아지와 누워서 뒹굴고 아이는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며 다시 독서실에 가겠다고 했지만, 나는 4시간 이상 독서실에 있지 마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고등학교에 보내는데 나는 앞으로의 3년을 현명한 엄마, 좋은 엄마로 잘 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