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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Feb 02. 2022

글쓰기 두려움에 쫄지마

글쓰기 두려움을 글쓰기 8   


두려움에 쫄지 않고 버럭 소리치기

  

예전에 내가 어떤 두려움과 마주했는지 떠올랐어요.

이번 편은 과거에 두려움과 싸웠던 기억입니다. 독백처럼 쓸게요. (너무 아찔한 기억이라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낼까. 예전  두려웠던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오래전 그날은 회사 회식 날이었다.

사무실 업무를 마친 모든 직원은 회사 근처 선술집으로 몰려갔다. 20대 초반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막내 직원이었던 나. 당연히 참석해 직원들끼리 술잔을 부딪혔다. 부어라 마셔라. 직장 상사들과 함께 회식 자리에서 있다가 잠시 일어섰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평범한 술집 화장실. 술집 화장실은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 칸 안에 들어있는데, 저벅저벅,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오는 소리다. 그러려니.


화장실 칸에서 나와,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난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꼼짝 못 했다. 

.... 남자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다. 술에 취한 듯 기울어진 어깨, 기분 나쁘게 바라보는 눈빛. 난 너무 놀라 심장이 얼었다.


잠시 5초간 정적이 흘렀다. 나도 술을 몇 잔 마셨지만, 짧은 순간 상황 파악을 했다. 여기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안돼! 겁이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문 앞을 막고 서서 내가 나가지도 못하게 막아 선 남자.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에 지면 끝장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갑자기 화장실 문을 있는 힘껏 꽝! 밀쳤다. 있는 힘껏, 영혼과 힘을 다 끌어모아 화장실 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아이 C! 뭔데? 니 뭔데? 뭐 어쩌라고? 죽~고~나~ 미칫나?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노? 확 고마 쉐리 마! 다 뿌사뿐다아아아(버럭)!!”     


그렇다. 나는 부산 사투리녀다. 살벌한 부산 사투리가 거침없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걸쭉한 사투리가 나오는 살벌한 영화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내가 걷어찬 문은 연이어 꽝! 꽝! 꽝!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벽을 박았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위협적인 말을 다 끌어다 붙이면서 나는 있는 힘껏 파워를 과시했다.    

  

내가 그렇게 과격하고 대차게 나올 줄 몰랐던 남자는 문이 벽에 쾅쾅 부딪힐 때마다 움찔움찔했다. 술이  깨는 표정이었다. 깜짝 놀라 멍한 표정으로 발광을 하는 나를 쳐다봤다. 좀 전에 풀린 눈빛으로 비척 비척 다가오려는 남자는 얼음처럼 정지했다.    

  

눈빛 발광, 고함소리 장전, 거친 목소리..

나는 두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벽을 향해 있는 힘껏 때려 박았다.

“뭐?( 쾅!) 뭐? (쾅)  뭐어~~?? 뭐 째려보는데? 아 진짜 (쾅) 우짜라고? 죽을래? 니죽고 내죽자! 야아아아악!!!”

쾅! 쾅! 쾅! 쾅!      


두려움 없는 소녀상

조금이라도 두려운 모습을 보였더라면 덤볐을지도 모를 그 남자. 하지만 나는 쫄지 않아, 오히려 너 나한테 덤비면, 알지? 이 문짝 꼴이 날걸? 하는 마음이었다. 아주 그냥 아작을 낼 것처럼 남자 대신 문을 두들겨 팼다.      


그런 나를 보던 남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당황하며 슬쩍 뒤돌아 나가 버렸다.


가슴이 마구 뛰고, 손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나는 울지도, 겁내지도 않았다.    

  

그렇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나는 나를 살렸다. 어디서 그런 미친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몇몇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이때가 떠오른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극한의 의지력은 두려움도 이겨내게 만들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스스로 구해낸 나, 다시 어떤 두려움이 닥친다면, 또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글쓰기의 두려움은 이겨야 할 상대방이나 실체가 없다. 글쓰기의 두려움은 나 스스로와 싸우는 두려움이다. 이겨낼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며 썼다 지웠다 하는 것도, 위기의 순간에 화장실 문을 쾅쾅 치는 것처럼 나 스스로를 북돋우는 행동처럼 느껴진다.      



두려움은 소리치면 사라진다. 두려움은 덤비면 사라진다. 두려움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해보자 해보자!  내 마음속에 일 년째 머물고 있는 글쓰기의 두려움에 소리친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나를 살립니다.

오늘도 글쓰기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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