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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Feb 18. 2023

[피자진심 10] 피자치즈와 바람난 탕수육

공주 김피탕이 가르쳐준 창의성의 비밀


공주 여행 가면 경험해 볼 오묘한 맛


갑작스럽게 공주로 여행을 떠났다. ‘공주 피자 맛집’을 검색하자 ‘김피탕’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단어가 나왔다.

김피탕? 그건 바로 김치 + 피자치즈 + 탕수육인 것. 이름이 재미있는데, 맛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김치와 피자 치즈도 생소한데, 거기다 탕수육이라니.


나는 세상 모든 모차렐라 치즈를 사랑한다. 피자를 좋아하지만 피자 치즈도 좋다. 피자 치즈는 피자와 형동생하는 사이니까. 피자 치즈가 들어간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주 북경탕수육]

장소 : 충남 공주시 중동1길 5-18

영업시간 11:00~22:00/ (중요) 월 목 휴무

Tel. 041-858-9991



피자 냄새만 나도 돌아보고, 피자 글자만 봐도 눈이 커지는 카피자. 곧장 출동했다. 핸드폰 앱을 켜고 공주산성시장을 빙빙 돌았다. 대로변 앞을 지나쳐 가게로 들어갔는데, 아, 휴무였다. 결국 여행 첫날 김피탕 맛보기 실패.


둘째 날 ‘김, 피, 탕 내 오늘 꼭 맛보고 말리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녁식사 시간을 놓칠 무렵, 혹시 ‘북경 탕수육’이 또 문을 닫았을까 봐 잰걸음을 걸었다. 역시 문을 아직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김피탕을 주문했는데, 주인아주머니의 동공이 흔들렸다.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나 지금 가게 문 닫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홀 주문이 끝났어요”라고 말하면서 가스불을 끄는 주인아주머니께 애절하게 말했다


“저희 포장 하나만요. 부산에서 왔어요”


내 목소리가 너무 간절하게 들렸는지, 아주머니가 주방장에게 포장 하나 되냐고 물었다. 주방장은 묵묵히 앞치마를 다시 입으며 화구에 불을 올렸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15분이 지났다. 덜그럭 덜그럭 요리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대체 무슨 맛일까? 포장을 하고 나오는 길에 입가가 자꾸 씰룩였다. 웃음이 났다. 어서 숙소로 가서 맛을 봐야지.





첫 만남, 양이 제법 많았다. 주인아주머니는 3명 먹을 정도면 ‘소’를 시키라고 했다. 속으론 ‘무조건 많이 먹을 테니 중’을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숙소에서 김피탕을 펼쳐보고 ‘소’도 충분해 외쳤다.



대장급 부먹 스타일

뜨거운 탕수육에 시큼 달달한 소스 냄새가 훅 들어왔다. 얼핏 김치도 간간이 보였다. 젓가락을 푹 집어넣어 그릇 아래까지 휘저어 보았다. 뽀얗고 흐물거리며 늘어지는 피자 치즈가 단박에 보였다. 첫맛은 달큼한 탕수육 소스를 비집고 들어온 탕수육 고기 한 점이 두툼하게 씹혔다. 소스를 머금은 튀김가루는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즉시 무장해제다.


치즈의 기다란 존재감

피자에 들어가는 모차렐라 치즈가 ‘치즈으으으으’하고 길게 늘어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치즈에 탕수육 고기를 돌돌 말아먹었다. 고기가 쫀득하게 씹힐 때, 돌돌 말린 치즈는 더 쫀득하게 씹혔다. 탕수육과 피자치즈를 같이 먹는 건 처음이었다. 신기한 식감이었다. 아 이런 맛! 궁금증이 풀리는 맛이었다.


맛의 결정타는 김치

맛을 느끼는 결정타는 바로 김치였다. 튀긴 고기와 달달한 소스가 묻은 피자치즈까지, 이 두 가지 느끼함 잡아주는 건, 아삭하고 매콤한 김치 맛이었다. 처음엔 탕수육 맛이 느껴지고, 뒤이어 피자치즈가 씹히는데, 마지막에 자세 꽉 잡아 주는 게 김치다.


김피탕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 재료가 만나 요리가 되었다. 비주얼이 약간 괴상하지만 의외로 맛은 멀쩡했다. 어찌 이 신기한 음식이 탄생했을까 생각하며, 김치 피자 탕수육을 끝도 없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메인은 분명 탕수육이다. 하지만 김치와 피자치즈가 있어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인 김피탕’이 완성된다. 3가지 재료가 서로를 껴안아 세상에 없던 별미가 되었으니, 결국 공주에서 맛볼 명물 요리 김피탕이 되었다.  (차마 비주얼은 공개할 수가 없다. 맛으로 승부 보는 요리다)




새로운 것은 그렇게 탄생한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 보는 시도, 비주얼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배짱, 양을 늘리거나 맛을 조절하여 ‘불호’를 개선하고 ‘호’를 늘려가는 변화, 먼 곳에서 온 사람을 내치지 않고 한 그릇 만들어 맛 보이는 마음까지, 공주 김피탕이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창의력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들의 경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창의성의 기본을 일깨워준 김피탕. 누구라도 공주에 가면 한 번쯤 맛볼 만하다. 맛에서 만족, 양에서 또 만족. 무려 ‘소’ 자의 가격은 21000원, 이 가성비 좋은 김피탕 덕분에 배가 점점 불러왔다.


김피탕이 가르쳐준 대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연결해 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세상 피자에 관한 모든 맛있는 것들을 찾아다니고 싶다. 여행지에서 피자와 비슷한 음식을 찾아보는 것도 나만의 여행 묘미다. 누구든 무엇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걸 더 힘껏 좋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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