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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나의 힘

야, 너두 할 수 있어_11

by 김단단

요즘 시국에는 '사주' 라는 말을 입에 담기도 흉측하지만 '순수 학문적' 으로 접근하면 기질이나 성향 파악을 하는 데에는 MBTI보다 더 흥미롭고 명쾌하다는 입장이다.

내 사주에는 '화개살' 이라는 것이 극단적으로 많은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 팔자는 아니다' 라는 것이 대개의 풀이다.

세상이 너무나 하찮고 못마땅해 늘 불평불만에 인복이 없다 하고 남자를 '깔보는' 성향이 있어 연을 맺기도 어렵지만 어쩌다 만나도 일부종사 못하고 남편 복과 자식 복은 원플러스원으로 없다는, 악담수준의 연애운은 애교다.

오행 중 '화' 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내 불은 활활 타는 장작불이 아니라 어둠 속에 나를 녹여 세상을 밝게 하는 '촛불' 이라니, 대강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 도 닦는 땡중 팔자' 란 소리다.

아니면 양극단으로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반짝이는 불빛 아래 서는 '화류계' 에 몸 담아야 했을 거란다. (오늘 날에는 '연예계' 까지 확장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어쨌거나 화려한 조명이 번쩍거리는 곳에서 혼자 도 닦는 비스무리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얼추 운명을 거슬러 산 것 같지도 않고 사주팔자를 완전 무시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요는 난 팔자부터가 참 '고독' 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어두운 방에 홀로 타고 있는 촛불을 떠올려보라. 고독이 명조체로 명치 끝에 와 박힌다.

글쓰기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도 참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거기다 난 지극한 I 성향에다 다소 비판적이고 예민한 시각과 성향으로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날 드문드문 아는 사람들은 내 '사회화 혹은 학습화' 된 모습에 당연히 내가 E 성향이라 확신하지만 내 '편리' 를 위해 내 본능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일 뿐, 그 반대다.

사람들과 어울려 기를 빨리거나 오해와 갈등을 달고 살기보단 혼자가 낫다.

오은영 선생님이 나오시는 프로그램만 보면 남편이고 자식이고, 없는 게 복이다.

직장은 또 어떠한가, 오죽하면 사람이 목숨을 끊을 정도로 부대낄까 말이다.

그렇게 보면 자의든 타의든 '혼자 일하고 혼자 살고 혼자 노는' 내 모양이 어떤 이들에겐 로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여기엔 숱한 외로움과 무료함, 즉 고독을 감수해야한다는 맹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명 '고독력' 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고독력을 처음 실감한 것은 코로나가 터졌을 때였다.

남들에게는 '시련과 시험' 에 가까운 자가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게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오히려 공인된 평온와 안락을 누리고 있는 자신을 보며 깨달았다.

그리고 고독력이 다시 발휘된 것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내가 빠져든 '근력운동' 과 '달리기' 는 혼자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루하고 심심하다며 꺼려하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경쟁력이 있었다.

늘 그래왔기에 덜 외롭고 덜 심심했다. 아니,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살다보니 이 고독력이 이렇게 발휘될 줄이야!

비단 운동 뿐 아니라 고독력은 또 다른 어떤 곳에서 빛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고독한 자들이여!

지금 당장 헬스장으로 나와 힘을 써보시오. 아니면 길 위에서 두 다리를 움직여 뛰어보시오.

당신들은 그 누구보다 강하고 잘 해낼 수 있을테니... 끝.

pexels-hebertsantos-11618178.jpg 외롭지만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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