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로만 요리하기
우리집엔 후라이팬이 없다. 물건을 비우다 보니 후라이팬도 비웠고, 새로 들이기 전에 후라이팬 대신 냄비를 사용하다 보니 굳이 후라이팬을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후라이팬 없이 살고 있다.
후라이팬으로 요리하던 모든 것들을 냄비로 하고 있다. 달걀후라이도, 계란말이도, 부침개도, 피자도 모두 냄비로 한다. 그게 가능하냐고 어떻게 후라이팬 없이 살 수 있냐고 묻는 사람에겐 나는 전자렌지 없이도 잘 살고 있다고 대답해 준다.
후라이팬도 전자렌지도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처럼 모두 당연히 집에 있어야 하는 물건으로 여기고 있지만 막상 없이 살아보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후라이팬과 냄비의 차이점은 ‘깊이’뿐이다. 깊이가 좀 더 깊은 냄비로 요리를 하면 주방이 깨끗해진다. 기름이 밖으로 튈 확률이 매우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방을 쾌적하게 쓰고 싶다면 냄비 사용을 추천한다.
후라이팬이 없으니 주방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 미니멀라이프의 최대 장점은 물리적 여유로운 뿐만 아니라 심리적 여유로움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적은 물건 덕분에 빠르게 쾌적함을 되찾을 수 있어서 여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없는 게 많다고 불편할 것이라 여기지만 사실 온갖 편리함을 가장한 물건들 때문에 공간은 비좁아지고 그 물건들을 정리하고 관리해야 하는 심적 불편함이 커져서 더 이상 편리한 물건이라고만 여길 수 없게 된다.
없어도 되는 것들은, 사실 아주 많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만 버리면 된다. 미니멀라이프에서 가장 비우기 힘든 것은 물건이 아닌, 그런 마음이다. 물건을 비우기 전에 그런 마음부터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