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향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Jul 12. 2024

아름다웠던 5월의 아버지께


슬로바키아 남부의 울퉁불퉁한 좁은 국도는

헝가리의 숲으로 향하고

온 너른 들과 산에는

올봄에 새로 돋아난 신록으로 무성하다.

허연 아카시아꽃들은 만발해

고향의 산천으로까지 이어져 있다.


밤이 되자 인가로 짙게 내려온 아카시아향기는

개구리울음소리로 뒤덮이고

소원을 빌던

그 황금빛 별은

고향집 하늘로까지 따라왔다.


아버지 병원 근처에만 피어있는 줄 알았던

금계국꽃은

천지(天地)하게 밝혀놓았다.


찰랑찰랑 물 가둔 논에 모내기철이 되면

저쪽 숲에서만 들려왔던

뻐꾸기 소리가

아버지 뵈러 가는 밭언저리 전깃줄로 내려와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꼭 우리 아버지 전령사 같다.


고향집 처마 아래로는

어김없이 봄제비가 날아와 새끼를 치고

저 건너 바닷가 마을에는 가자미와 햇미역이 널려있다.


모든 게 여전해서, 웃었던 내가

내 사는 곳으로 오니

이제사 눈물이 난다.



Everything is the same, but the one person I loved very much has disappeared from the Earth. I believe he still exists in the beautiful Universe.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