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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May 02. 2023


`그는 어색해하고 수줍어하며 퇴짜 놓는 듯하고, 자신의 감미로운 고독과 자유를 잃을까 걱정하는 듯하고, 야생세계로 숨어들거나 홀로 자유롭게 사냥하고 채집하는 일, 그리고 꿈꾸는 행위나 귀 기울이는 행위들이 방해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그는 그의 비밀 그리고 그의 침잠 상태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상대방을 속여 넘기고 몸을 숨기고 자취를 없애버리고 도망치는 데 별난 수법을 찾아냈다.
`크네히트는 결코 우정을 맺거나 함께 어울리는 데 능한 사람이 못 되었다. 그는 혼자 있고, 자유로움을 지닐 필요가 있었다.
 - 기우사 : 헤르만 헤세 -


글은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은 마음속에 떠다니는 형상들을 하얀 백지위에 내보내는 행위이니까.
사진은 행복한 순간을 고,
글은 고통의 시간을 기록한다.
행복한 순간들은 사진으로 충분했다.
글은 너무 힘들 때, 정화하는 행위였다.
그 행위를 끝내면, 여러 일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불행도, 어두웠던 나의 모습도, 내가 지닌 한계도.

자라면서 '나는 왜 이럴까?'라고 생각했던 모습 중, 헤르만 헤세가 묘사한 어느 기우사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많은 사람이 이와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짐 캐리는 <트루먼 쇼>에서 모든 것이 '쇼'인 것을 알고 자유를 찾아 길을 떠난다. 하지만, 요즘의 많은 사람은 자신을 '쇼'에 가두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쇼'를 봐주기를 원한다. 그들의 진실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는 모습들을. 하지만, 나는 글 속에 숨어있기 좋아한다. 비록 사람들이 글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눈치채더라도,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아니다.

내 감정의 지지대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중요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어린 시절을 적어보고, 힘들었던 일들도 써보니, 점점 은은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사진으로 남겼던 추억과, 글로 쓰던 아픔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하얀 잔에 차를 우려내면 아래가 아득하게 보인다.
맑은 글도 깊어지면, 하얀 바닥이 안 보이는 커피처럼 깊은 심연의 오묘한 글이 될 것 같다.
알프스산 자락에 자리한 맑은 도랑물에, 빙하가 녹아들어 초록의 푸른빛이 도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창조의 초점은 '시작'과 '지속'에 있다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힘과, 처음 먹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하는 힘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글은 끊임없는 자기 연민과 성찰을 통해 나아가는 자기 창조의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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