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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면접 후기] 아트 디렉터 경력직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by Shel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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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하는 친구가 한국에서 취직하려고 한다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딱 2년 전에 2023년에 제일기획 경력직 면접을 봤던 것을 이야기해 줬다. 그러다가, 친구가 그러는 거다. "야, 너 이거 블로그에 써. 한국 대행사 면접 후기 정보가 너무 없더라고? 그리고 다들 잘 이야기도 안 해주고 그런 거 같아."


그. 래. 서.


2023년 제일기획 아트 디렉터 직군 경력직 면접을 봤던 후기를 생생하게 복기해 보겠다.



제일기획 아트 디렉터 직군 지원부터 면접까지. 있는 그대로. 공개.




1단계: 서류 전형


서류는 삼성그룹 채용 사이트에서 접수했다.



2023년 여름에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고, 그때 마침 제일기획에서 아트 디렉터 경력직을 뽑고 있었다. 그래서, 난생처음 한국 광고 대행사에 지원을 해봤다. 삼성그룹 채용이라서, 고등학교, 대학교, 유학부터 직장, 영어점수 등등 엄청 많은 정보를 제출했다. 나는 당연히 영어점수는 없었다. 대학교도 부경대학교를 입력했고, 내가 유학한 miami ad school은 전산에 등록이 안된 학교라서 그냥 이름만 넣었다.



자기소개는 모집요강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지원 동기는 나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타적으로 썼다.



자기소개 및 지원 동기 부분이 있었다. 자기소개랑 지원 동기는 유튜브 면접왕 이형을 보고 한국식(?)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를 아주 짧고 임팩트 있게 적었다.



자기소개는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을 시작해서, 글로벌 역량을 갖춘 아트 디렉터로 포지셔닝 했다. 이 부분은 모집요강에서 원하는 인재에 대한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녹여냈고, 글로벌 아트 디렉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집요강에서도 글로벌 아트 디렉터와 수상 경력이 있는 것을 원했었다.



지원 동기는 상당히 이타적으로 썼고, 내가 제일기획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나의 성과와 연결시켜서 짧게 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경력기술서도 첨부해야했는데, 내가 2023년 당시에 만든 경력기술서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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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가 합격하면, 인사팀에서 실무면접 일정 안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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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1차 실무 면접



면접 시간은 30분이라고 인사팀에서 알려주지만, 실질적으로 1시간 넘게 면접을 봤다.



일단, 1차 면접도 2차 면접도 "면박 주기"를 꼭 했었다. "면박 주기"라는 게... 멘탈 부수기 같은 거다. 예를 들어,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나보고 했다고 하는 것.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삼성 광고 작년에 처음 봤다면서요? 왜 본적 없다고 그러세요?" 나는... "네? 작년에 봤다고 했는데요?" 면접관은... 옆에 면접관에게 재차 확인한다. "본적 없다고 하지 않았어?" 면접자는 당황스러워서 멘탈이 흔들린다. 나는 이 때, "아... 제가 잘못 말했나봅니다. 제 실수입니다."하고 넘겼다.



이런 유형의 대화를 만난 지 3분 이내로 던지는 수법이다. 즉, 자기 소개 후에 하는건데 멘탈 부수면서 면접자가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는 지 보고 싶은 것 같다.



1차 실무면접은 이 사람이 당장 실무에 적응을 잘하고
일을 잘할지 검증하는 것이 주요 목적



제일기획은 조직이 엄청 커서 그룹이 2개인데, 그룹 별로 Creative Director만 20명이 넘는다고 했다. 국내와 국제 광고 둘 다 하며,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서, 처음 면접을 보는 거라 그러한 백그라운드에서 면접이 진행됐다.



나는 한 명이고, 면접관은 3명이었던 것 같다. 남자 한 명, 여자 2명이었던 것 같고, 다들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이었던 것 같다. 내가 미국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라, 거만하고 자신감이 가득 차 있던 시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지금 한국물 먹은 상태에선, 조금 더. 예~예~ 했을 것 같다. 하하;



당시, 면접을 보고 면접 질문을 기록해둔 게 있어서, 내가 받은 면접 질문을 그대로 공유하겠다.



[질문]


자기소개함.

말실수했다고 하면서 멘탈 부숨.

지원 동기?

이직 사유?

공학 전공인데 어쩌다가 광고함?

한국 광고 한 적 있음?

카피라이터에서 아트디렉터로 바꾼 이유?

유학 간 이유?

지루한 광고 많이 하는데 괜츈?

본인 진취적이고 재밌는 거 많이 했는데, 쳐내는 거 해라고 해도 잘 견디고 해낼 자신 있음?

좋은 광고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

삼성 광고 본 적 있어요?

삼성 광고 한 적 있어요?

어떤 성격이고 어떤 성향의 사람?

광고주가 답답하게 하고 이렇게 해달라 고 요청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어떡하겠는가?

재미없는 일도 회사에 이윤을 주기 때문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가?

인상 깊게 본 광고 있나?



1차 실무 면접은 제작팀 사람들이 면접을 봐서, 부드럽고 융통성 있는 분위기.



1차 실무 면접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제작팀이 들어왔던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유하면서 카리스마가 있었다. 대체적으로 인상이 좋았으며, 사람이 좋아 보였다.



결정적으로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지 못하고, 야근이 많고, 을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지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 재밌는 광고를 많이 했는데,
그렇지 못한 광고를 한다면 수용할 수 있겠는가?




삼성이라는 "갑" 아래에서 많은 경우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고, "을"로서 해줘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한다. 그런 부분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지, 더불어 야근이 많은데 야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잘 견딜 수 있는지... 실무 관련된 질문들이 다수였다. 물론, 나는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경험으로 아는데, "좋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준 그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는 대행사를 떠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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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2차 임원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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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면접에도 3명이 들어왔었다. 제일기획 부사장, 기획본부장, 인사본부장이 들어왔다.



미국 면접에서는 사장, 부사장 혹은 기획 본부장 혹은 인사본부장들은 최종 면접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한국 대행사 면접 경험이 처음이라, 임원면접에는 Cheif Creative Office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빵!)이 들어올 줄 알았다.



보통, 미국에서는 마지막 면접은 CCO와 1:1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늘 그랬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실무에서 같이 일할 가장 결정적인 사람이 CCO였기 때문에, CD와의 1차 면접이 잘 진행되면 CCO와 Vibes를 체크하는 것으로 끝이 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CCO를 기대했지만 나와 같이 일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최종면접자였다.



나와 같이 일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최종 면접관이라
당황한 미국 물 덜 빠진 쉘든



면접은 아~주 많이 딱딱했었다.



개인적으로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1차 면접은 질문에 답을 하지만 소통을 하는 느낌으로 진행이 되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최종 면접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형식적이고 딱딱하며, 정해진 규율 내에서 잘할 수 있지?를 테스트하는 느낌이었다.



정해진 시스템 내에서 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원 면접




물론, 나는 그 테스트에 실패할 만한 사람이었고 실제로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앞으로 이런 면접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철저히, "을"의 태도를 가지고, "예~ 예~"거리면서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실력과 경력과 경험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네! 네! 할 수 있는 그 자세가 내면에 들어가 있는 상태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임원들은 그것이 내재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생 내공이 있으니까. 가리려고 해도, 가릴 수 없는 무언가이다.



[질문]


공대에서 광고하게 된 계기?

이직 사유?

지원 동기?

한국에서 안 하고, 유학을 간 이유?

광고하면서 힘든데, 여전히 재밌는지? 그만두고 싶진 않은지? 이전보다 덜 좋진 않은지?

영어도 못하는데 미국 대행사에서 살아남은 비결?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성격?

미국 굴지 대행사에서 일했는데 왜 귀국함?

대인관계는 어떤가?

삼성 광고 본 적? 어떤가요?

아이폰 써요? 삼성 써요?

왜 아이폰 써요?

좋아하는 음악 있어요?

바흐를 색깔에 비유한다면?

전공이 공업화학인데 뭐 하는 건지?

전공이 도움을 준 게 있는지?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이직한 이유?

탑다운 방식 싫다면서 괜찮아요?

광고 안 할 때는 뭐해요? 취미는 뭐예요?



"왜 아이폰 써요?"에 대한 답변을 솔직하게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
나는 당시에 너무 솔직하게 답변했다.




임원 면접을 보고, 나는 떨어졌다. 아마 최종 면접까지 간 사람이 2-3명이지 않았을까? 그중에 1명을 뽑았겠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임원면접에서 보인 태도(?)가 아무래도 치명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 물이 덜 빠진 상태의 자신감이 과한 모습은 자칫 겸손하지 못하다로 보일 것이다.



더불어서, 열정이 과한 상태로 "이것저것 다하고 싶어요. 바꾸고 싶어요."라는 말들은 분명히 그들에게는 감점이었을 것이다. "없던 작업을 만들고 싶어요."는 어쩌면, 정해진 시스템을 벗어나고 싶어요.라는 말처럼 들렸을 것 같다.


그때는 제일기획이 그렇게 가고 싶었는데...



물론, 이 모든 것은 내 유추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돌이켜 생각해 보면, 떨어지길 잘 한 것 같다. 내 길이 아니었던 것 같고, 그때는 제일기획 가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라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그냥 대행사 자체를 가고 싶지 않다. 내가 이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대행사를 그만두고, 내가 대행사를 차리고 싶은가?
그렇지 않아서, 대행사를 떠났다.




대행사를 그만뒀을 때, 내 대행사를 차리고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렇게까지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좁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나를 몰아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에 가서 광고를 한 것은 젊은 시절에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은 것이었던 것 같다. 광고를 사랑했지만, 여전히 좋아하지만 만약 내가 다른 일을 좋아했다도 여전히 나는 세계를 무대로 일했을 것 같다. 2030에 사회 초창기에 미국에서 일하는 것. 해외에서 일하는 것이라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그나마 잘했던 일이 광고였던 것 같다.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도 못했으며,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도 못한 내가 해외에서 일을 하기 위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 아트 디렉터였던 것 같다.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일은 생각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많이 생각했고, 오래 생각했고,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아마도 그게 나의 재능이었던 것 같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밀어붙이는 나의 추진력과 실행력이 나의 가장 큰 재능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무쪼록, 제일기획 면접 후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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