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금요일 오후 4시, 일을 일찍 마치고 퇴근하면서 ’아 힘들다~‘ 하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백발의 장화를 신고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무거운 캐리어를 옆에 두고 내게 다가왔다. 손에는 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쥐고 내게 내밀며 말했다.
“길을 잃어서 그런데... 여... 여기 갈려면...”
‘국선 변호사를 만나러 건설회관으로 오라.‘는 글이 적힌 종이였다. 나는 핸드폰 지도에서 행선지를 찾았다.
“할머니, 힘드시죠?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
“아이고... 고마워라.”
바퀴 달린 수레에 올려진 캐리어를 끌며, 할머니와 걸음을 맞췄다. 성인 걸음에 비해 한없이 느리게 걷는 할머니의 허리가 무거워 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 조심.
“초행길이라 길이 어렵네...”
“그쵸, 힘드시겠다. 근데 할머니, 어디 가세요?”
“오피스여.”
“변호사 만나러 가시는 거세요?”
“건물이여, 건물.”
”그러시구나.“
찬바람 앞에서 할머니는 힘겹게 걸으셨다. 30미터 즈음 갔을까?
“많이 가야 돼?”
“아니에요, 다 왔어요. 3분도 안 걸려요.”
“그래?”
할머니는 다시 힘을 내서 걸으셨다. 우리는 건설회관에 도착했다. 할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그랬다. 내 손을 잡은 그 손에 어찌나 굳은살이 많은지... 굳은살이 가득한 투박한 손은 또 어찌나 따뜻한지...
“아이고... 복 받을 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고마워 고마워.”
“아니에요 아니에요. 할머니, 일 잘 보시길 바래요.”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는 할머니의 손이 따뜻했다.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나는 조기퇴근하면서 힘들다면서 불평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매일매일 얼마나 많은 굳은살을 더했을지... 반성하게 됐다. ‘나는 힘든 게 아니구나.’
‘세상에는 힘들어도, 힘을 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는 않으니까. 인생을 따뜻하게 살다 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