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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Jan 27. 2024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의 흔한 갈등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레오 버넷 다닐 당시, 내 책상.


카피라이터는 광고 문안을 작성하는 사람이다. 아트 디렉터는 광고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다. 둘 다, 광고 콘셉트를 짜고, 광고 스크립트를 쓴다. 아이디어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경우 파트너로 일한다. 연차와 관계없이,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 정말 친한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밥도 같이 먹고, 일도 같이 하고,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도 같이 하고... 그래서 많은 경우 미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Good marriage starts from a good partnership.



나는 참 많은 카피라이터 파트너들과 일을 같이 해봤는데, 흔히 겪는 갈등의 요소는 비슷했다.



성격 


2017년, 레오 버넷 시카고를 다닐 때 내 첫 번째 파트너는 백인 여성이었다. 대행사에서 3년 넘게 일하고 있던 주니어 카피라이터로 시카고 출신에 고고하고 똑똑하며 아름다운 전형적인 백인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Meredith. 처음 파트너로 같이 일을 하라고 소개를 받고 식사를 하러 갔다. 나는 이 고귀한 여성에게서 미국 상류층 문화를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자리에 앉기 전에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앉자마자 냅킨을 목에 걸며, 음식을 먹을 때는 포크와 나이프의 위치를 '먹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만 두었다. 대화 중 단연코, 입에 음식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식사 예절을 배웠다. 


머리 다 빠지기 일보 직전의 남성이 차장 아트디렉터, 그 뒤에 앉아 있는 여성이 메레디스


그런 것까지는 좋았다. 메레디스는 워낙에 고귀하신 여성이시기에, 매사에 콧대가 높았다. 브레인스토밍을 잘 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내 생각보다는 본인 생각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다행히, 나는 차장님과 아주 잘 지냈었는데, 그런 내 모습이 메레디스는 더 못 미더웠던 것 같다. 질투 아닌 질투라고 할까? 나는 사실 아이디어를 잘 낸다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얻어걸리는 내 아이디어들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성격적으로 다르다고 할까? 


She has a huge ego!



앙큼한 여성이었다. 흔히 성격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파트너에 대한 질투심? 자기 아이디어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심? 이런 것을 미국에서는 "she has a huge ego." 에고라는 말로 부른다. 자존심이 세다. 자기방어가 세다. 이런 뜻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파트너십같이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밑으로는 다 똑같이 동료처럼 일하는 것 같다. 직급의 힘이 직책의 힘보다 더 세다고 할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 때문에, 직급이 높은 사람한테 직급이 낮은 사람이 함부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존중한다고 하면 좋은 표현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책/직급 다 떼고, 성격 안 좋으면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떠나거나 하는 것 같다. 파트너십 상관없이, 남들과 같이 잘 지내는 성격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항상 갈등은 남을 위하지 않을 때 오는 것 같다.



문화


인도인이 안 나오면 섭섭하지. 시카고에서 친하게 지냈던, 카피라이터 과장님이신 인도인 소함 체이터지. 나랑 동갑이라서 또 잘 지냈다. 인도인들은 나이나 성별 같은 것이 다른 인종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인도인은 일하는 척 피신하는 걸 제일 잘한다



문화적으로 비슷하면서 다르다. 인도인은 인도에서 광고 대행사를 다니다가 마이애미 애드 스쿨에 진학하고 레오 버넷에 취직했다. 인도에서 대행사를 다닐 때 일화를 말해줬는데 재밌었다. 일하는 척 일 안 하는 스킬의 달인이었다.


일하는 척 자고 있는 인도인


대행사에 출근한다. 점심 즈음에 동료들을 곯려주기 위해서, 음식에 파란색 케첩을 뿌린다. 혹은 동료를 놀리는 노래를 만들어서 동료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곯려준다. 혹은 회사에 가서 일한다고 하고 도망을 가고, 그 뒤로 대행사에 복귀하지 않는 동료들이라거나. 각양각색의 다양한 (재밌는) 문화가 존재하는 인도인이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안 하고 있다.



인도인이 특히 잘하는 기술 중에 하나가 바로, 일하면서 일 안 하기 기술. 이거는 일단 출근은 정시에 한다. 그다음에 어디론가 간다. 숨을 곳을 찾아서 떠나는 건데 이게 아주 절묘하게 사용해야 한다. 인도인이 잘하는 일은 10시 출근. 동료들과 잡담하기 30분. 다른 층으로 피신. 11:50 복귀. 동료들과 잡담. 12:00 점심 먹으러 나가기. 1:00 복귀. 동료들과 잡담. 다른 층으로 피신. 4:30 복귀. 책상에 앉아 있기. 5:00 동료들과 잡담. 5:30 퇴근. 중간에 미팅이 걸려 있으면 땡큐! 왜냐하면, 미팅이 있으면 피신할 수 있는 주요한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인도인의 뛰어난 기술을 싫어하는 파트너들이 의외로 많다. 회사에 놀러 왔나?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도인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주변 동료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그럼으로 인해서 내가 그 폭탄을 껴안게 되었다. 교화해라는 의미였는데, 아니 내가 무슨 폭탄 전담반인가?! 나도 따라서 같이 놀기도 많이 놀았다. 그래도 워낙에 일을 안 하니까, 내가 돋보일 수 있는 게 많았다. 다만, 미국에서 파트너는 아이디어를 같이 발표하기 때문에, 네 아이디어, 내 아이디어. 이게 없다. 그래서, 더욱더 인도인은 일을 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리한 인간.



라이프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이 안 맞아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일단, 미국의 미치광이 광고인들의 색깔은 뚜렷하다. 거의 대체로 미치광이들이 많다. 와일드하다. 일단, 젊고 혈기 왕성하기 때문에 대마초를 많이 핀다. 혹은 애더럴 같은 집중력 강화(?) 약 같은 것도 많이 먹고, 위스키도 참 많이 마신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그런 면이 좀 뚜렷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파트너십을 중요시 여기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들에게 갈등을 일으킨다. 라이프 스타일 면에서, 크게 3가지 유형의 미치광이들이 있다.


미치광이 담배쟁이


담배, 시가, 대마초 등을 겁나 피는 유형이다. 이분들의 장점은 항상 기쁘다. 화를 내지 않는다. 알아서 도파민을 아주 많이 얻고 오시기 때문에, '헤헤헤'거리면서 "That's Great!"이라며 별거 아닌 아이디어에도 크게 반응을 한다. 혹은, 정말 뚱딴지같은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This is fucking great idea. isnt' it?"이라고 외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럴 때마다, 파트너는 "Haha, it could be!"라고 하며 웃으며 넘겨야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미치광이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그게 꼭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핀다. 너는 맡아라!!!


시가 빨고 계시는 아저씨가 내 이전 ECD 님이셨다. 아주 와일드하다. 아니 팀장부터 저렇게 막 가버리는데 밑에 애들이 오죽하겠나? 팀장님 앞에 있는 두 분도 한몫 크게 하시는 분들이다. 저 날은 시카고 리버를 보트 타고 돌아다닌 날이었는데, 저기서 위스키를 마시고 시가를 피우고 시카고 하늘을 뿌옇게 물들었다. 



미치광이 알약쟁이


알약을 드시는 카피라이터다. 이분들은 상당히 조용하다. 정말, 친절하고 집중력이 높으며 차분하다. 하드 드러그를 하는 게 아니라서, 막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분들도 아니다. 합법적으로 병원에 가서 처방받고 약을 받아서 알약으로만 드시는 분들이라서 뭐라고 할 수 없는 분들이다. 자기가 알약쟁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 먹으면 안 되지.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 부류다. 


얘는 대체 왜 저기에... 저 자세로 앉아 있는 걸까? 같이 점심 먹으러 간 거였는데... ㅋ;;



이분들은 차분하게 맥인다. 막 크게 파트너십에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조용하게 조지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서, 광고 아이디어를 발표하는데, '우리'라고 표현하지 않고 '내'가라고 표현한다거나...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진행 사항에 대해서 나를 빼고 보고 한다거나... 그게 근데,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약효 때문에 그렇다. 뭔가 하나에 집중하는 알약을 드시기 때문에, 미처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들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집중력이 없다. 이게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킨다. 대부분 T인 경우가 많고, 냉철하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인 사람과는 잘 맞지 않으며 일 처리나 협동을 요구하는 일에 있어서 큰 차질을 빚는다. 담배쟁이는 함께 즐기는 재미와 쾌락을 추구한다면, 알약쟁이들은 혼자만의 쾌락을 즐긴다. 



미치광이 술쟁이


술을 겁나 많이 마시는 유형이다. 이분들은 항상 주변에서 맥주는 기본적으로 보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발을 분다고 할까? 마시자! 이렇게 하는 분들이 많다. 대체로 중부 쪽, 텍사스나 플로리다 혹은 캔자스 시티 등에서 온 경우가 많다. 마초적인 스타일이로서, 아주 남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가 낸대!'라는 허영심과 자신감이 아주 충만하면서 동시에, '매너' 있는 남성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술쟁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상 술을 마셔서, 브레인스토밍이나 협동이 어렵다는 거다. "이게 이러이러해서 좋은 것 같아, 어때?"라고 물으면, "뭐라고?"라고 답변이 오는 경우나 "잠시만..."이라고 답변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일에 차질이 많이 생긴다. 




이분들이 맥주만 마시면 정말 괜찮다. 근데, 이분들은 위스키를 사랑하신다. 위스키만 마시면 정말 괜찮다. 근데 이분들은 대마초를 꼭 피신다. 대마초만 피시면 정말 괜찮다. 근데 이분들은 코카인도 하신다. 코카인까지 하는 날은 파티를 하는 날이다. 나는 저 정도까지 달리는 파트너는 참 힘들 것 같다. 다행히 나랑 같이 일한 파트너는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내 동료 아트 디렉터가 많이 힘들어했었다. 마초적인 성향에 술을 사랑하는 미치광이 술쟁이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담으로, 사수와 나 사이의 파트너십 관계도 무시 못 한다. 나는 선배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어가지고 큰 갈등은 없었다. 재미있는 일화는 다음과 같다.



포토 에이전시가 대행사에 올 때면 항상 음식을 가지고 온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자기들 작업을 많이 보고, 기회가 되면 같이 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포토 에이전시에서 작업들을 보여주고 네트워킹 하러 대행사에 온다.


나와 내 위의 아트 디렉터는 이분들이 오면, "Mayhem"이 왔다고 하면서 등장하곤 했다. 왜? 우리가 나서서, 그들의 음식을 다 먹어치워줄 테니까! 혼동을 일으키겠다!!! 으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하면서 같이 놀았던 그런 종류의 파트너십도 있다.


왔다! 포토 에이전시가 왔다!! 등장하자 메이헴!! 음식을 약탈하자!!!



나는 그들이 오면, 내 사수 아트 디렉터에게 음식을 보여주면서 말한다.


"They came to us, again."

그들이 다시 왔습니다, 사수님.


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Let's go."

가자.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포토 작업을 구경함과 동시에 음식도 같이 먹었다. 우리는 당시에, Allstate의 Mayhem 캠페인을 주로 하고 있었다. 이 광고는 Mayhem이라는 캐릭터가 집을 부수는 어떠한 형태의 것으로 변화하면서, 집을 부수는 것을 보여주고, 이럴 수 있으니까 우리 보험에 가입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캠페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것을 이용해서 내 사수와 농담을 많이 했었다.


"Mayhem is coming."

혼돈이 시작된다.



포토 에이전시들에게 "challenge me?" 하시냐고, 제가 모든 음식을 다 먹어주겠다고 한 내가 만든 포스터 ㅋㅋ


내 사수의 얼굴을 Mayhem 캐릭터에 합성해서 가져가곤 했다. 뭐 이런 종류의 재미있고 위트 있는 파트너십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쨌든, 광고 대행사의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들과의 파트너십의 갈등에 대해서 알아봤다. 


성격, 문화,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파트너십이 깨지는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파트너십이라는 건 결혼과 같지 않나? 누가 돈을 얼마를 벌고, 누가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같아 케미스트리가 제일 중요한 것처럼. 



사람은 사람을 먼저 본다.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의 갈등 요인을 살펴보면, 정말 이 세 가지가 뚜렷하지. 누가 글을 얼마나 잘 쓰고, 누가 디자인을 얼마나 잘 하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본다. 실력, 배경, 돈, 직책 그런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그 사람 어땠어... 이게 기억에 남지, 그 광고가 어땠어... 이런 기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돈을 이기고, 사람은 언제나 직업을 이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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