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eldon Jan 29. 2024

미국 팀장/리더의 자격 조건 (광고 대행사 CD)

조금 덜 광고같은 광고 이야기



이야기의 배경인 시카고


한국에서 팀장의 자격 조건에 대해서 고민하는 중, 미국 대행사에서의 팀장들의 역할 및 자격 조건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사뭇, 어떤 부분이 다를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내가 모셨던 Mikal Pittman을 기준으로 이야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미치광이 광고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반이기 때문이다. 



Mikal Pittman, ECD at Leo Burnett Chicago



먼저 이 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칸느 라이온즈 그랑프리를 무려 3번이나 서로 다른 해에 수상했다. 


광고 경력은 25년이 넘었다. 아트 디렉터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레오 버넷에서는 ECD로 재직 중이다.


이 분을 바탕으로 팀장/리더의 조건을 5가지 기준에서 살펴보겠다.


1. 리더십

2. 결단력

3. 감각

4. 인격

5. 지성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다음과 같다.


이런 곳에서

팀 자리

이런 팀장과

칸느 광고제 트로피가 너무 많아서 핸드폰 받침대로 쓰시는 분


이런 카피라이터와

얘는 왜 오피스 바닥에 누워있는 걸까?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런 일들을

모든 작업들은 벽에 붙이고 진행 사항을 보고, 팀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게 했다.


이 자리에 앉아서 했다.

그냥 주야장천 만드는 거다. 만들면 된다.



좋은 팀은 재밌는 팀장이 만듭니다.


리더십

리더십은 팀원들이 일을 즐겁고 진취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일을 진행하면서 팀원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을 뜻한다. 훌륭한 리더는 일을 전적으로 팀원에게 위임하고 전체를 바라보는 특징을 가졌었다. 


일화로, Coors Light라는 맥주 광고를 만들 때였다. 마이클은 맥주 굿즈를 만들자고 했다. 아주 우스꽝스러운 크리스마스용 옷을 만들자고 했다. 아쉽게도 팀원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장 프로듀서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Let's do it!"


프로듀서는 하루 이틀 미치광이를 상대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했다. 


"Ok. let me check what we can do."


마이클은 알겠다고 하고, 들뜬 표정을 지니고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옷의 시안이 도착했다고 한다. 잔뜩 들뜬 모습으로 옷을 받아들고는 신입 프로듀서들에게 입혔다. 그리고, 그 신입 프로듀서들을 데리고 대행사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잔뜩 찍어서 돌아왔다.


신입 프로듀서에게 굿즈 시안을 입히고 사진 찍으러 가는 마이클 핏맨


나는 이런 리더십이 팀장의 주요한 자격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이 싫다고 하면, 자기가 직접 나서서 해버리는 리더십. 그게 진짜 훌륭한 리더십 아닐까? 그걸로 인해서, 팀원들이 감탄했다. 미치광이 광고인이 되려면, 저 정도 리더십과 행동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일을 계기고, 팀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마이클을 따랐던 것 같다. (아마도)



결단력

결단력은 팀장이 올바른 디렉션을 주고, 그 디렉션 하에서 일을 진행 시키는 실행력을 의미한다. 역시나 결단력은 리더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왜냐하면, 디렉션이 불분명하거나 없으면 정말 팀원들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팀장이 좋아할 법한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에너지 소비만 하고 단연코 좋은 결과가 없었다. 


일화로, 마이클과 맥주 광고를 만들 때였다. 그때, 오래된 책에다가 맥주를 숨겨 놓는 아이디어를 만들자고 했다. 그러더니, 나보고 그러더라.


"Sheldon, can you do it?"

"Of course!"


나는 하드커버 책을 찾고, 오래된 책 표지 이미지를 인쇄했다. 그리고, 인쇄한 종이를 책에 붙였다.


그리고, 책을 열면, 맥주를 담을 수 있도록 오려냈다. 그리고, 맥주를 담았다.


내가 이걸 몇 시간 만에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자, 마이클을 깜짝 놀랐다.


"What the fuck!"





나는 훌륭한 팀장은 분명한 디렉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에 대한 디렉션을 분명히 주고, 팀원에게 일을 위임하고 믿는 것이 팀장의 자격인 것 같다. 아마도 나를 믿어줬던 마이클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만들어서 보여주지 않았을까? 나는 그런 결단력을 가진 팀장이 훌륭한 팀장이라고 믿는다.



감각

감각은 감성이다. 특정한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에 깨어 있어야 하며, 감각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라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혹은 클라이언트가 좋아할 만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직감이 있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잘 느끼고 결단을 잘 내리는 사람이 훌륭한 팀장이다.


일화로, 치킨 윙 브랜드의 광고를 만들 때였다. 나는 땡스기빙 데이에 맛없는 터키를 윙 스타이 맛있게 만들어주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마이클은 그 자리에서 좋다고 하며, "진행시켜!"라고 했다.




그러고는 나와 시니어 아트 디렉터를 윙스탑의 헤드쿼터인 달라스로 보냈다.


우리 보고, 카메라를 들고 가서 촬영도 해라고 했다.



진짜로 방문했을 때, 찍은 기념사진. (광고용은 아님)


진짜로 방문했을 때, 찍은 기념사진. (광고용은 아님)


역시나, 결단력은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는 것 같다. 


뛰어난 감각에 일을 팀원에게 완전히 위임할 수 있는 결단력. 


그 두 가지는 정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팀장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자질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후배들이 직접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게끔 공간을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인격

인격은 팀원들이 팀장을 따르게끔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소이다. 감각과 지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팀원을 배려하고, 팀원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인격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 같다. 남을 위하고, 남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곧 훌륭한 인격이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생일 파티... 감동적이었다.


생일을 챙겨준 것뿐만 아니라, 더 감동적이었던 말이 있었다.


마이클이 내게 오더니, 이야기하자고 방으로 가잔다.


"Sheldon, I want to support you. I'll promote you, I'll make you famous."


자기가 나의 돕겠다고. 나를 유명하게 만들겠다고 어떻게 해서든지 돕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어서 말했다.


"My goal is you."


이번 연도, 자기 목표는 나의 성장이란다. 나는 그 말이 정말 사무치게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팀장이 되면, 내 팀원의 성장이 내 목표가 되는 그런 리더가 되겠다고. 


팀원의 성장이 자신의 목표가 되는 팀장이 진짜 팀장이지 않을까? 그게 팀장의 인격이라고 믿는다.



지성

지성은 생각을 정리하여, 새로운 생각을 낳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직관이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 광고에서는 인사이트라고 부른다. 인사이트는 감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지성이 훌륭한 경우가 많다. 지성을 키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매일 공부를 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습관을 가졌었다. 매일신문을 읽고, 최신 드라마를 챙겨 보며, 예술과 동/식물에 대한 관심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배려심이 팀장의 지성을 형성하게 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땡스기빙데이에 마이클이 자기 집에 나와 와이프를 초대한 적이 있다.


자기 엄마부터 와이프, 아들까지 다 있는 곳에 초대받고 본인이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줬다.


집에는 자기가 그린 엄청나게 큰 그림과 수많은 액자 속 사진들.


같이 살고 있는 개, 앵무새, 도마뱀, 거북이, 정원을 가득 채운 식물과 나무들까지.


거북이는 키우다가 너무 커져서, 바다에 다시 표류해 줬단다... 하하 

Mikal Pittman의 집
와이프랑 같이 마이클 핏맨 집에서.


엄청나게 큰 저택에서 아내와 아이와 동/식물과 그리고 엄마까지 초대하면서 살아가는 마이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도 그래서 항상 동물과 식물을 가까이하려고 애쓴다.


회사에서도 식물을 키우고, 예술 포스터를 붙이고, 책을 읽고, 그렇게 동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그렇게 꾸준히 나 자신을 가꾸고 나아가다 보면, 나도 언젠간 훌륭한 팀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이클의 아들은 대체 왜 내 발을 끌어올렸을까?



작가의 이전글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의 흔한 갈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