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력을 일으키는 삶의 방식
오래전 살던 아파트의 이웃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머리 하나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대신 약을 타러 간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손발을 찍은 X선 사진에는 성장판이라고 불리는 이미지가 선명합니다. 의사는 싱끗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 어른들도 찾기도 해요.. 아이들 치료한답시고 하고는 자기도 슬쩍 맞는 거죠.." 왜 그러냐고 묻자 의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젊어져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돌아오면서 농담이겠지 생각했습니다.
젊어진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귀밑부터 버리가 희게 세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눈가에 주름이 잡혔습니다. 하도 웃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뭐가 그리 웃기는지 생각 없이 웃다가 이렇게 돼버렸습니다. 어느 날 노안 증상이 생겼을 때는 더 심각합니다. 돋보기안경을 사서 끼고는 어지러워서 어쩔 줄 모른 적도 있습니다. 이제 젊음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잃어버린 보석이 되었습니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대학의 연구실에서 살아가는 제가 세월을 잊는 것은 당연합니다. 항상 주변에 대학생이라는 젊은이들이 변함없이 오고 가고, 저의 얼굴을 들여다볼 거울을 치워놓았으니 저의 모습을 볼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세월의 그림자가 훑고 지나 간 저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간혹 학생들이 해준 말들이 얼마나 사기성이 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어른에게 "귀엽다"는 말을 쓰기도 하네요.. "교수님 귀여워요.."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제가 늙어가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착각이지만 아름다운 착각이겠죠.
언제 그렇게 귀엽니?
교수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칠 때예요..
지금은?
지금도 놀란 표정으로 또 뭔가 상상하잖아요.. 그러니 귀엽죠..
고맙다.. 이런 얘기 다른 사람에겐 하지 말아라..
상상할 때 귀엽다는 말은 상상할 때 젊어 보인다는 말일 것입니다.
상상은 창조력의 시작입니다. 상상은 없는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이니 실제 이미지를 바라보는 감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상상은 엄청난 두뇌작용을 요청합니다. 이것은 내면의 목소리를 깨우기도 하고, 망막에 이미지를 투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수많은 두뇌의 황홀한 폭죽놀이가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젊음도 역시 하나의 이미지 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 든 얼굴에서 발견되는 작은 젊음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저으 친구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역시 노인과 청년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젊음이 더 많은 친구들은 역시 상상과 창조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창조 활동은 어떤 성장호르몬 보다 더 확실하게 우리에게 젊음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