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young Lee Oct 04. 2019

상상과 표현 사이: 쥘 베른

공상을 현실로 만든 사나이 

과학적 소설(scientific fiction)을 문학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장르문학이라고 분류합니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붙이는 것조차 혐오스럽기 때문에 공상이라는 말을 붙여 넣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우리말은 "공상 과학소설".  이 사생아는 이조시대의 서출보다도 더 서러운 존재입니다. 그것은 명망 높은 과학과 지고한 소설이라는 문학사이에 나와서는 안될 감추고 싶은 잘못된 사생아이기 때문입니다. SF는 무시당해야 할 것이고, 이것은 절대로 어느 장르에도 끼여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책입니다.  이런 책들이 서점 귀퉁이에 숨죽여 거래되는 것은 '과학'과 '문학'의 빛나는 가판대를 더럽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사서 보는 사람들은 과학적 입장에서 보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인사이고 문학적 입장에서 보면 비문을  글이라고 읽는 허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SF를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는 것은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런 사생아들 중에 허균처럼 후세에도 기리 남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쥘 베른입니다. 

Jules Verne(8 February 1828 – 24 March 1905) from Wikipedia 


1828년 프랑스의 낭트에서 태어난 쥘 베른은 발명의 시대 19세기에 20세기를 발명한 사람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속편에 괴짜 박사 브라운은 과거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둡니다. 그 두 아이의 이름은 하나는 줄스이고 하나는 번입니다. 이것은 쥘 베른을 하나씩 나누어 붙인 이름입니다. 이렇게 창의적 감독에게 까지 영향을 준 그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적 경향을 어쩌지 못해 낭트로 돌아와 부친에게 반기를 들고 변호사를 때려치우고 작가로서 생계를 꾸리겠다고 선언합니다.  마치 괴테가 했던 짓과 똑같은 짓을 한 것이죠. 


그는 문학모임에 가서 헛소리를 하며 작가들과 사귀고, 희곡과 오페라를 쓰는 등 온갖  창작에 열을 올렸고, 무보수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기구를 타고 5주간"이란 소설을 하나 썼는데, 빅토르 위고나 발자크와 같은 당대의 대가들의 소설을 출판하던 편집자 에첼에게 보여주자 어린이를 위한 "공상"과학소설을 펴고자 했던 그는 단박에 그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대단한 편집자와 유명한 출판사에 첫 소설을 내는 행운을 거머쥔 쥘 베른은 작가로  알려지게 됩니다. 물론 정말 "작가" 말입니다. 


쥘 베른은 상상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글이 대박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친 듯이 소설을 썼습니다. 물론 그는 가보지 않은 곳을 쓰기 위해 신문과 백과사전을 뒤져서 정보를 얻은 다음 마치 가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썼습니다. 어차피 너알어 내알어 이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는 방법과 닥치는 온갖 신기한 상황들이었죠.. 


그는 지구의 속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썼습니다. <지구 속 여행>이 그것이죠..  그가 오늘날 우주 시대를 열어준 위대한 공상 어니 상상의 작가로 인정받게 해 준 것은 바로 토끼가 산다고 믿어온 달나라 여행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 그리고 네모 선장과 잠수함이 등장하는 <해저 이만리> , 그가 어찌 바닷속을 가 보았겠습니까만 그는 천연덕스럽게 해전 이만리에 잠수함을 공상하여 온갖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지구촌이 가능함을 알리는 공상소설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책들을 10년 동안에 써댔고 모두가 공전의 히트를 합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신문 연재로 그를 정말 유명하게 만들고 사교계에서 엄청 인정을 받게 했습니다. 아마 그의 35세에 작가가 된 뒤에 40 초중반이 되면서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빠져드는 40대 우울이 몰려오면서 그의 작품은 툰탁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물론 이것에는 대단한 편집자 에첼이 죽어서 더 이상 그의 글을 독자의 눈높이로 끌어주지 못한 까닭도 있었겠지요. 


쥘 베른의 고백은 제가 서두에 쓴 말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줍니다. " 나는 프랑스 문단에서 한 번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라고 그는 고백했습니다. 그는 그저 재미나고 신기한 공상을 풀어놓는 "과학자"도 아니고  "문인도"아닌 유능한 편집자에 속한 남들보기에 얼치기 작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공상과학소설가들은 어떻게  공상할까요?  

언젠가 들었던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공상과학소설가들의 국제 학술모임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학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합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에 뜬 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비행기를 탈 수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역시 이런 우스개 소리에는 공상과학소설가는 과학을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이 숨어있다고 느껴지시죠? 


그런데 제가 어처구니없게도 공상과학소설을 하나 떡 썼답니다. 그래도 저는 과학의 주변에서 서식하고 있기에 이정도로  무시는 안 당하겠지만 역시 공상과학 소설가가 되는 것은 과학과 소설 사이의 빈 공간을 상상하는 엄청난 공상가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이 두 영역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순간 그는 죽어 없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공상을 글로 표현하는데 문학은 얼마나 기여할까요? 

작가의 이전글 상상과 묘사사이: 살바도르 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