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young Lee Oct 06. 2019

상상과 표현 사이: 밤과 꿈

꿈이 만든 세상: 데카르트

밤이 오고 몸을 뒤척이다가 우리는 꿈길로 접어듭니다. 꿈속에서 우리는 하늘을 날기도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금욕을 하는 사람들은 꿈속에서 욕망의 화신이 되고 깨어나서 화끈 거리는 얼굴을 하곤 합니다. 꿈은 이렇게 하나의 해방공간이고 새로운 차원의 세계입니다.  슈베르트는 꿈이 있기에 밤은 성스러운 것이라 했습니다. 



Nacht und Träume 밤과 꿈 / Schubert

Heilge Nacht, du sinkest nieder                성스러운 밤이여, 너는 가라앉는다 아래로

Nieder wallen auch die Träume                 아래로 걸어온다 또한 꿈들도

Wie dein Mondlicht durch die Räume       마치 너의 달빛이 공간을 관통하듯

Durch der Menschen stille, Stille Brust.    고요한 인간의 가슴을 관통한다.

Die belauschen sie mit Lust                      그들은 그것들을 은밀히 엿듣는다 즐겁게

Rufen, wenn der Tag erwacht;                 그들은 외친다, 날이 밝아 오면;

Kehre wieder, heilge Nacht!                    다시 돌아오라, 성스러운 밤이여!

Holde Träume, kehret wieder!                 우아한 꿈들이여, 다시 돌아오라!

(Matthäus von Collin)  출처: https://foneclassic.tistory.com/107 [포네클래식]




꿈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꿈을 해석해서 앞날을 헤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도 아주 긴 총천연색 꿈을 꾸곤 합니다. 이것이 너무나 생생해서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떠오르는 그런 꿈도 많습니다.  꿈은 신비롭습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잠이라는 소설에서 몽유병으로 밤마다 남편을 피자파이라고 생각하며 칼로 자르는 엄마를 등장시킵니다. 그러나 사실 그 엄마는 꿈의 세계의 고수입니다. 아들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 꿈의 수준을 높여가는 동양 무술의 수련의 경지를 펼쳐줍니다.  그는 꿈에도 레벨이 있고 그 레벨을 높이는 수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꿈은 종종 사람을 바꿉니다.  꿈을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 중에 데카르트는 유독 특이합니다. 그는 세상을 구경하러 다니기 위해 자원입대했고, 임지의 막사에서  난로 곁에서 세 개의 꿈을 하룻밤에 꿉니다. 그 꿈은 너무나 선명해서 데카르트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입니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준 소명을 꿈을 해석하면서 받아들입니다.  그의 꿈은 결국 그가 세상 진리를 밝혀내고 지켜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from Wikipedia 


과연 데카르트는 이런 소명에 걸맞게 참이 아닌 거짓을 단호히 배격하겠다는 중대 결심을 합니다. 문제는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이 결심을 지킬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참과 거짓을 밝혀내는 방법을 "방법서설"이란 책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과학적 탐구의 결정적인 방법인 분석과 종합의 연구방법이 됩니다.  그는 그 방법을 기하학의 증명에 실제 사용하였고, 독학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기하학의 증명을 해냅니다. 물론 이를 위해 그는 하나의 체계를 발명했는데, 그것이 바로 데카르트의 좌표 게입니다. 이것을 통해 그는 기학학의 문제를 대수학으로 치환하고 풀어내는 공을 세웁니다. 이것은 당시 물리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뉴턴 같은 이들이 역학 법칙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데카르트는 몸이 약해서 영재학교에 들어갔지만 다른 학생들이 오전 다섯 시에 일어나 수업에 참여하는 엄격한 일과를 감당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부모는 학교와 의논해서 오전 내내 기숙사의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자습을 하고 오후에 수업을 듣는 조건으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는 늘 침대에서 비몽사몽 간의 생활을 했습니다. 책을 보다가 잠에 빠지고 잠이 깨면 책을 보는 그런 식입니다.  신기하게도 1500면의 학생들 중에 데카르트는 수업의 반을 빠졌음에도 24등 안에 들어가서 왕의 심장을 학교에 기중하는 기념식에 심장을 나르는 학생 대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카르트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매우 부러운 말을 방법서설 도입부에 써 놓았습니다.  내용인즉 자신은 이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었다. 철학, 역사, 신학, 심지어 마술 책까지.. 그런데 이런 모든 책 중에 가장 나쁜 책이 철학책이다. 그것에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그 주장이 시간이 지나도 폐기되지 않고 계속 살아서 주장만 하고 있다..

물론 그는 이런 주장의 검증을 통해 옳은 주장만 남겨야 한다는 목적으로 이 말을 썼지만, 사실 저에게 부러웠던 것은 그의 이 말  "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였습니다.  저의 마음에 떠오른 것은 당시에 책이 얼마가 귀하고 적었길래 이랬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많은 책들의 숲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처럼 낭만적인 일이 있을까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데, 책 속에서 길을 잃는 것.. 


데카르트는 오후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비몽사몽 간의 사유를 즐겼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침대 옆에 놓아둔 노트를 펴서 뭐라 끄적거리고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드는 귀여운 잠 아기였습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앉아 책을 보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배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_2aFKvD-ec


https://www.youtube.com/watch?v=XVggKPvweso

작가의 이전글 상상과 표현 사이: 시뮬라이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