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 깨졌다

by 숲의 선장

어제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 말고 눈물이 흘렀다


감정이 벅차올랐다


멈춤의 가치를 알아버렸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건널목 신호가 내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만족해했다 모든 일이 계획에 맞아떨어져야 안도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내 미래가

그래서 또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아무리 준비해도 조급함과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8살에 난 뭘 먹고살지를 고민했었다

35년이 지난 어제 아침까지 20년 뒤에 뭘 먹고살지 고민했다

코칭을 공부했고 대학원을 고민했다


20대에는 명상을 위해 태국절에 들어가서 한 달간 있었다

하루에 14시간을 명상만 했다

에너지는 넘치는 경험이었지만 그뿐

요즘에도 명상을 하려고 하면 잠만 온다

억지로 노력할 뿐


영화 매트릭스 1편을 보며 깨닫는 순간이 부러웠다 조지프 캠벨의 천을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을 때는 남들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어제까지와는 달랐다

아침에 김치를 먹다 멈춰보았고

길을 걷다가 멈춰보았다

씹으면서 소리가 들리고 맛이 보였다

걸으면서 왼쪽 뒤꿈치가 강하게 부딪히는 걸 알았다

잠시 멈췄을 땐 심장박동이 들렸도 얼굴을 쓸어가는 겨울바람을 느꼈다


신호등 앞에 서 기다리는 순간이 좋았다

지하철에서 가만히 있는 순간이 좋아 폰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왔는가?

그런 줄 알았는데 20년 전에 들고 있던 화두가 있었다

내 진로와 생존의 고민아래 조용히 묻혀 있었을 뿐


그게 어제 깨졌다


입사 전에 스님이 될까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가족이 필요해서 멈췄다


이상해 보이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스님을 고려했으나 이제는 삶 속에서 수행이 붙는다


억지로 관찰하려 노력했지만 이젠은 오히려 관찰이 중심이 되었다


여기서 짧은 글을 한번 썼을 뿐인데 알에서 깨어났음을 느낀다


멈춤이 생활이 된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내 존재가 멈춤이 된다


미리 써놨던 글과 이 글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겠지만 그것도 여정이다


문득 코칭이 하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밝음을 유지하고 침묵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럴 것 같진 않다


"잠시 눈을 감아 볼까요?"


"지금 무엇이 들리죠? 어떤 마음이 떠오르나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조급함이 없는 당신의 마음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그렇군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어 졌나요?"


이게 전부인 코칭이다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 그리고 묻는 것


나는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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