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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니 Dec 21. 2022

걱정 가득한 첫 기착지 : 영국

걱정 따윈 필요 없는 기우였어

누가 훔쳐가면 어쩌지? 코로나 검사 안해도 되나?


 마지막 해외여행 이후 3년이 지나고서야 그간의 꿈이었던 세계일주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을 처음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너무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라서 그런지 걱정만 한가득이었다. 출국 전에는 짐을 어떻게 싸서 가야하는지, 가져가고 싶은 것은 많은데 배낭은 작고, 중간에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만 가득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은 뒷전이고 밤낮으로 걱정스러운 것들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았다.

 내가 여행을 떠나 처음 도착한 곳은 영국의 런던이었다. 그 당시는 아직 코로나가 더 유행하던 시기였기에 입국을 위해서는 코로나 키트를 구매해서 검사를 하고 입국 후 2일 내에 인터넷에 업로드를 해야하는 절차가 있었다. 국내에서 조차 코로나 자가검사를 해본 적도 없고 키트를 구매해본 적도 없었기에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머나먼 타국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며칠동안 검색을 계속하고 키트를 구매해서 내가 예약했던 호텔로 주소를 입력했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로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고 간신히 호텔까지 가서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몸을 뉘였지만 도착하지 않은 키트 탓에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호텔을 떠나는 날까지 키트는 오지를 않았고 혹시 몰라서 호텔에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왔지만 영국을 여행하는 내내 전화는 오지 않았으며 그렇게 코로나 자가검사를 할 일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영국 여행을 시작한지 며칠 뒤에 영국 입국 시에 코로나 검사가 폐지됐으며 Day2 검사 또한 안해도 된다는 정책이 실시되었다. 여행 시작 전과 후를 합쳐서 2주 정도 되는 시간했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유럽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도둑이 많은 편이다. 난민 때문인지 원래 그런 사람들이 사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백팩을 등 뒤로 매고 다니면 이것은 너의 것이니까 언제든지 가져가도 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동남아여행을 주로 하던 내게 혼자서 유럽을 여행한다는 것은 소매치기를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가방을 묶어놓는 와이어도 구매하고, 자물쇠도 구매했으며 과장을 더해 돈을 팬티에라도 숨기고 다녀야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다. 옷가지가 들어있는 여행배낭은 훔쳐가도 된다는 생각이었지만 내 전부인 카메라와 노트북, 지갑 및 여권 같은 것들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물쇠로 잠그고 돌아다닐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고 안전한게 최고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지 않았어도 됐을 일이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각종 관광지를 돌아다닐 무렵에는 주변에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이 도둑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였다. 누군가 근처에서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으면 내 카메라를 노리는 것 같고, 내 뒤에서 걷고 있으면 가방을 열고 훔쳐가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에 주변의 풍경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고 빠르게 카메라에 사진을 담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만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여유가 아닌 걱정과 여행을 하고 있을 때에 런던아이를 보기 위해서 갔던 적이 있다. 런던아이는 템스강변에 있는 대관람차로 런던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놀이기구이기도 하며 그 자체로도 지역의 랜드마크를 하는 곳이다. 주변에서는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과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소매치기 걱정따위는 하지 않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런던아이를 구경하며 놀기에 바빴다. 거리에서 공연을 하던 음악가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가더니 친구가 생일이라며 생일 축하 노래를 연주해달라했고 흔쾌히 받아들인 그는 노래를 부르며 친구의 생일 축하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같이 어울렸다. 너무 과했던 나의 걱정은 그날을 기점으로 눈이 녹아사라지듯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소매치기가 아닌 그곳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었다.




 걱정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불안감에 우리는 계획을 짜게 되고, 무언가를 더 나아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내게 닥쳐올 위협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한 걱정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아무것도 못하게 하거나 주변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이 것을 격하게 느끼고는 한다. 걱정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 걱정에 여행이 잠식되지 않아야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일상과 평소에 바라보던 풍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경들을 보기 위해서 떠난 것이니까.

 다가오는 사람을 모두 받아줄 필요는 없지만 과한 걱정에 모두 쳐낸다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는 것이 되기도 한다. 처음 보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걱정이 되서 포기하고 만다면 인생의 한귀퉁이를 채워넣을 수 있는 풍경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적당한 걱정과 약간의 긴장감, 조금의 용기만 있으면 어쩌면 인생에서 한번밖에 겪지 못할 것들을 만날 수도 있다. 우연과 인연, 낯섬과 새로움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일테니까.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쓸데 없는 걱정들을 떨쳐낼 수 있었던 나는 무려 22일이나 런던과 근교의 도시들을 여행했고, 여러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서 다음 여행지로 떠날 수 있었다.


많은 것들은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 찾아오고는 한다. 내가 그것들을 쳐내지 않는한 그는 나를 두팔 벌려 환영하며 따스히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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