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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d Ann Aug 23. 2019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필요한 건

잊지 못할 그 날의 눈맞춤. 그 날의 손.

그저께 밤. 나는 돌쟁이 딸에게 지쳐 있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이에게 너무 지쳐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누워있었다.

그 때, 남편이 이현이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이현아. 지금 엄마가 힘들어.

 엄마한테 ‘잘못했어요’하고 와”


그리고 이현이는 내게 와서 손을 싹싹 빌었다. 아빠가 다시 말했다.


“엄마 눈 보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 내 눈을 보면서 고사리손을 싹싹 빌었다. 아빠가 또 “엄마 뽀뽀”라고 주문하니 뽀뽀도 해주었다.


난 이 아이가 그다지 잘못한게 없는데 과한 사과를 받는 것 같아 멋쩍었다. 마음이 짠해졌다. 아이의 마음이 예뻐서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어제 밤. 남편이 회식때문에 늦게 오는 밤이었다. 이현이가 어디선가 새 샴푸를 꺼내서 방바닥에 다 쳐바르고, 본인 얼굴에도 바르고, 심지어 내 얼굴에도 정성껏 발라주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겨우 다 닦아내고 씻기고 이제 옷을 입히려는데 너무 도망다니며 장난을 치는 바람에 나는 모든 진이 다 빠졌다.


“제발 옷 입자. 이제 제발.” 사정하고 있는데

이현이가 “힘.들어.”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고 옷을 입히는 데에 정신을 쏟고 있었는데 이현이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보고. 보고.” 라고 하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그러더니. 손을 싹싹 빌었다.


그제서야 난 이 아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엄마가 지쳐서 힘들어 한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를 꼭 안아주는 딸내미가 너무 짠해서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그 날 밤. 난 잠든 딸아이를 보다가 울컥 눈물이 났다. 우리 아기가 이렇게 부쩍 컸구나. 엄마를 위로할 줄도 아는구나. 가르쳐주는 걸 기억하고 있구나. 엄마를 생각해줄 수 있구나.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이 찡하게 울려서 한참을 자는 아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마 다 알고 한 건 아닐지라도 난 이 날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우리 딸이 내게 직접  눈으로, 손으로 전해준 첫번째 위로.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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