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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Nov 01. 2023

주도적으로 미술하기.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주체성 있게 작업하며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해보자.

저는 학생 스스로 주도적으로 본인 프로젝트를 이끌며 작업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술 전공생이라 할지라도 한국 미술 교육에 익숙한 친구들이 많아 학원에서 주제를 받아 그리거나 정답이 정해진대로 그리는 스타일에 익숙합니다. 


비전공자라면 아예 아무것도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내 그림을 스스로 이끌어가며 그릴 힘이 부족하기 마련이죠. 

그렇다면 주도적으로 미술하기란 무엇일까?

오늘은 미술 유학을 가고자 하는 친구들과 이미 미대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포스팅이고 더 나아가 취미미술이라 할지라도 목적성을 잃어버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1. 나를 알고, 고민하며 나에 대한 탐구하기.

처음 친구들을 가르칠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요즘은 어떤가요?' 

요즘 관심사는 무언지, 어제는 뭘 했는지. 친구관계는 어떻고 왜 미술을 하며 왜 유학을 가고 싶은지. 대화를 먼저 나누는데요. 중요한 포인트는 작업을 하기 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 '나'로 주제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흔히 입시 학원에서 숙제처럼 내주는 '주제'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주체가 되어 선정하며 본인의 이야기, 본인 주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러려면 내가 무슨 사건에 관심이 있고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다른 사람들에게 무얼 전달하며 그 방식으론 뭘 쓰고 싶은지. 


본인이 선정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그저 선정할 수 있는 그 폭을 넓혀주는 거지요.

재료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점토만 해도 우리가 흔히 쓰는 지점토만 있는 게 아니고 절대 굳지 않는 기름으로 만지는 점토, 뜨거운 오븐에 구워야 하는 점토, 돌가루가 섞인 석분 점토, 실리콘, 레진, 석고, 도자, 등 

평상시 다뤄본 적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했던 재료들의 특성과 쓰임새를 알려주며 학생의 '선택의 폭'을 넓혀줍니다. 


그렇다면 학생은 본인의 스토리를 믹스하고 주물주물 해 타인도 알기 쉽고 공감하기 쉬운 형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그 중심에 항상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 나를 알려면 먼저 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봐야 한다는 것.


2. 내 작업에 주인의식 가지기 

여러분! 포트폴리오만을 위한 작업이란 없습니다. 친구들을 가르치다 보면 포트폴리오 작업을 단지 '학교에 붙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작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자기 작업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어요. 내 작업을 내 거라고 생각하며 작업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더 폭넓게 표현할까?

이 표현법이 적당한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이렇게 바꿔볼까? 이건 어떨까? 

식으로 끊임없이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하셔야 합니다. 내 작업에 대한 고민을 단지 선생님에게 던져두고 조언해 주는 것만 받아먹는 아기 새가 된다면 학교에는 붙을지언정 절대 졸업은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미대 생활을 한다면, 교수님들은 여러분들의 길잡이로서 길을 안내해 줍니다. 


그 길을 배로 갈지, 배로 간다면 무슨 배로 갈지.

도보로 갈지, 기차로 갈지. 


그 길의 동선 또한 모두 여러분이 정해야 합니다. 

만약 교수님의 길잡이가 맘에 안든다면?! 여러분의 의지로 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르치면서 제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본인의 식으로 돌려 흡수하는 학생을 아주 좋아합니다. 거절도 가능하고요! 

본인의 의사를 당당하고 똑바르게 표현하세요. 

작업에 대한 고민은 언제 어디서든 항상 하시고 나의 분신으로서 내 작업을 아끼고 사랑하며 작업하세요. 



3. 졸업 후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기 


여러분이 작가가 되고 싶던, 디자이너가 되고 싶던 어떤 꿈이 있어서 유학을 가신다면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계획하셔야 합니다. 아주 전략적이고 구체적으로. 


졸업 이후의 행보를 눈에 그리며 목표에 다가가도록 방법을 짜보세요. 


아티스트가 꿈이라면 나를 알릴 수 있는 sns를 개설하여 부지런하게 올리고, 작업이 모이면 공모전도 내보고 작가 홈페이지도 제작해 보고. 포트폴리오를 모아서 갤러리에 내보기도 하고요. 


디자이너가 목표라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하나 정해놓는 것도 좋아요. 그 회사의 실제 채용 조건을 찾아보고 정보를 모으시고요. 그 조건을 하나하나 클리어해가야겠죠. 


목적이 단지 '유학' 이라던가. '졸업' 혹은 '프랑스에서의 생활' 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졸업한 이후의 행보가 더더욱 길고 지루해요.


우리는 졸업 이후 내가 뭘 하며 살지를 구체적으로 짜보아야 합니다. 어떤 목표가 있다면 도달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부어 보세요. 


주도적으로 미술 하기는, 주도적으로 살자. 하고도 같은 말이에요. 홀로 작업을 하다 보면 외롭고 우울해서 무너지기도 일쑤고. 잘 지내자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싸워야 합니다.


내가 나를 보듬으며, 타인의 평가에 휩쓸리지 말고 

열심히 미술하고 공부하며 또 삶을 즐기며.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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