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채원 Che Kim
Dec 11. 2022
임시직원인가? 책임직원인가?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5. 임원 편
이제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임원 편이다.
라고는 이야기했으나, 무언가를 꼭 내가 직접해 봐야 아는 것은 아니므로 기탄없이 써보려고 한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약자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실제로 맞는 이야기이다. 임원이 되면 대한민국의 노동법에 의해 해고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시절이 끝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임원은 책임을 지는 책임직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부장 15년차가 되기까지 회사를 다녀 35년 근속하는 김부장님이 부장 5년차에 승승장구하며 조기에 임원이 되었지만 실적운이 없어 3년만에 23년 근속을 끝으로 회사를 그만두신 박상무님보다 더 나은 직장생활을 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임원이 되는 것을 '별을 다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모두들 열망한다.
대체 임원이란 무엇이길래 직장생활의 '별'이라 불리우는 것일까?
원래 임원의 시작점인 '이사'는 '이사회'의 멤버를 뜻한다. 그렇다면 '이사회'는 또 무엇인가?
상법에 나와 있는 이사와 이사회의 정의가 있어 아래 소개한다.
이사는 회사의 업무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대표이사의 업무 진행을 감독하는 자이다.
즉, 회사의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대표이사의 업무진행을 감독하는 것이 우리 임시직원분들의 역할이라고 한다.
따라서 임원이 되고부터는 회사에서의 신분이 '경영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위에 얘기한대로 임원들이 경영자라고 한다면, 부장과 임원의 차이가 곧 직원과 경영자의 차이일 텐데 그 차이는 구체적으로 대체 무엇일까? 농담을 잠깐 한다면 그 차이는 정말 한 끗 차이이다. 다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면 그 차이는 정말 그다지 크지 않다. 내가 함께 일했던 부장님 중에서 임원 포지션의 조직장을 1년 정도 경험하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팀원의 역할을 하게 된 분이 계시다. 그 분의 경우에 임원이 될 수 있는 연차에 계속해서 임원이 되는 줄 알고 기대를 하다가 매 연말 실망을 했고 그러다가 임원 포지션의 역할을 맡게 되셔서 매우 기뻐하셨고 실제 그 역할도 어느 정도 매끄럽게 해내셨지만 결국 임원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그만큼 대기업 임원이 되는 일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또한 임원의 역량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나 또한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직장생활을 대기업에서만 18년 동안 하면서 남보다 일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경영자를 꿈꾸면서 경영자가 갖춰야할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임원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챕터는 지금 앞서서 썼던 내용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기도 하며, 좀더 진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적고 있다. 임원=경영자이고 나는 언젠가 경영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이 글은 특히 내가 앞으로 갖추어야 할 것과 경영자로서 유의해야할 것을 새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임원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18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업무상 겪은 임원이 수십 명 되는 것 같고 그들은 각각 모두 서로 다른 장기를 가지고 그들의 자리에 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임원이 되기 위해 가져야할 공통 자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아래의 몇 가지 자질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첫번째로 경영자의 마인드와 회사에 대한 확립된 비전이 필요하다. 임원은 더이상 회사에 고용된 직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을 이끌어야 하는 소위 '파트너'이다. 회사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따라갈 수 있는 지향점이 되는 Vision을 제시해 주어야 하며 이를 확립하고 전파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진짜 '경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임원은 그동안 중간관리자로써 되는지 안되는 지의 분석을 해서 윗사람들에게 보고를 했던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서의 과제가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상에 되지 않는 이유는 수천 수만가지다. 그럴 때마다 실행을 중단해야 한다면 계속 기업이라고 하는 기업의 생명을 지속하는 것조차 바로 정지 - 사람으로 말하면 심정지를 해야할 이유가 수천 수만가지가 생기게 될 것이다. 물론 되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임원으로서 해야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니 정확하게 강조해서 이야기한다면 (해야 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이)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세번째로 임원은 상하좌우로부터 모두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인사평가 시스템에 360도 인사평가라는 것이 있다. 보통 회사에서는 이 평가시스템을 부장이상의 인사평가에 도입을 하고 있어서 나도 주변 동료부장들의 인사평가를 하게 된다. 나랑 직접 함께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 평가 시스템에 평가자로 배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평판에 의한 평가가 이뤄짐을 뜻하며, 그 결과는 그 부장들이 임원이 될지 말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임원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상사에게는 당연히 평가를 받겠으나 또한 부하직원들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는지에 대한 '조직원 만족도 조사'의 결과가 중요하게 평가항목으로 존재하게 된다. 임원이 상하좌우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경영자로써, 리더로써 무리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다른 무리 들과의 소통이나 관계 맺음에 있어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며, 독불장군으로 군림하면서 윗사람에게만 충성하는 임원이 얼마나 조직을 썩게 하고 주변 조직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해서 본인뿐 아니라 소속 조직원들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하는지를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부장 이상 직장인 여러분께서는 공감을 하시리라 믿는다.
넷째로 임원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 임원이라면 세번째 항목에서 얘기했듯이 여러 소속원들과의 관계에 성공적이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모름지기 상하좌우의 동료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거나 잘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임원이 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인간관계의 접점이 더욱 넓혀지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 부장으로써 갖고 있던 사내에서의 입지도 넓어질뿐더러 앞으로는 회사를 대표해서 회사 외부의 관계까지도 관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생겨나게 된다. 그 책임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 즉, 조직원들의 상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상태를 잘 파악해서 사내외 연관자들과 패를 주고받으며 관리하는 것이 바로 임원 즉, 경영자가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다섯번 째로 임원은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즉,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회사에는 많은 이슈가 있지만 대부분의 이슈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진짜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주로는 담당자들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슈들은 임원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진다. 이런 이슈들은 일반적인 업무 루틴을 통해서 해결이 되기 힘든 것들이기 때문에 임원에게도 처리하기에 쉽지 않는 이슈들도 꽤나 많이 보고가 될 것이다. 심지어 주니어 임원으로서는 해결이 안되어 법무팀, 상위 임원들을 동원해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도 보고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슈를 보고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원칙을 지킬 것인지, 유연성을 발휘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처리를 할 것인지 담당자에게 가이드를 하고 처리를 맡길 것인지 또는 상위 임원에게 보고를 하고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 이러한 결단의 순간은 거의 매일 찾아올 것이다. 그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쪽이 되었든 저쪽이 되었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결정은 지금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지만 그 결정은 이후의 결정의 순간을 더더욱 어렵게 만들고는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내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부하직원에게 들키게 되면 더욱 나쁜 상황이 다가온다. 어차피 내가 의사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다면 담당자들이 직접 해결을 하고 나에게는 보고가 사후적으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라면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이슈조차 그들이 스스로 감당하려고 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런 무리스러운 상황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므로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임원인 당신은 반드시 해결사가 되고, 또한 그 사실을 조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잘 알리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여섯번째로 임원은 남들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훌륭한 임원들과 그렇지 않은 임원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고 대체로 훌륭한 임원들이라고 생각한 분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훌륭한 임원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었고 보다 더 긴 기간 임원으로 재직을 하시는 것이 통례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이지만 다른 뛰어난 능력이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서 길게 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이론대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임원 챕터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원이 된 당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추호의 의심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임원이 된 당신은 더이상 당신 혼자만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길 지 모르며 어떤 적이 당신을 주저앉힐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당신은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만 남들에게 배려를 한다면 조금은 치사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럴 지 언정 당신은 남들에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만한다. 그래야 임원으로서의 어려운 삶을 오랫동안 살아나갈 수 있다. 명심하라.
일곱 번째이지만 마지막은 아닌 것으로 '임원은 마지막으로 먹는다.'이다. 이것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의 '리더는 마지막으로 먹는다.'라고 하는 책에 나온, 미국 해병대에서 리더가 항상 배식을 나중에 받는 것에서 설명되는,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리더의 힘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영자로써 조직원들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에게 항상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 임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조직원들이 원하는 것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지도자에게는 함께 운명을 걸어줄 동반자가 있다. 조직원들의 입장과 본인의 입장을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임원이라면 함께 일해 보고 싶지 않은가? 당신이 바로 그 임원이 되어 주기 바란다.
(임원에게 필요한 것을 100가지 적을 수도 있겠으며 내가 제시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곱가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대략 1주일의 시간동안 떠올랐던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적었다.)
또한 임원으로써 유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당신이 임원이라고 해서 슈퍼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 당신에게는 아주 다양한 수많은 조직원들이 있다. 그들은 당신을 앞뒤 좌우 마구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마구 끌어당기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들의 만족을 시켜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 바로 우리가 위에서 임원으로써 필요한 덕목 다섯 번째에서 이야기했던 '결단'이 중요하다. 어차피 결정은 내려야 하고 결정을 미루면 미룰 수록 불만은 커져만 간다. 그러니 모든 조직원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심사숙고하되 빠른 결정을 내려서 한쪽 방향으로 나아가라.
그 다음은 지나친 자기 확신 금물이다. 임원은 조직 내에서 대단한 권위를 갖고 있다. 그만큼 임원의 의사는 조직이 가는 방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임원보다 실무자가 현장의 상황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 상당히 많은 경우에 임원은 실무자의 의견을 본인이 더 똑똑하다는 착각 속에 무시하고, 자기가 알고 있거나 편안한 방향으로 신념을 억지로 만들어 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발생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당신은 조직 전체를 이끄는 임원이다. 잘못된 방향성은 당신 한명의 방향뿐 아니라 모든 조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끝으로 당신이라는 임원이 조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실을 리마인드 시킬 필요가 없다. 두번째 자기 확신 금물과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조직원들에게 당신이 그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자꾸 리마인드 시키게 될 경우에는 당신은 그 이후 조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제안이나 민감한 정보의 보고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다시 말하면 당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감추기를 권한다. 그래야 많은 정보를 얻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부외로 외부 영입 임원으로 부임하는 임원분들께 한가지 법칙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예전에 대기업의 부사장님께서 새로운 조직에 부임시키는 임원에게 알려준 것을 전해 들은 내용인데 이른바 333의 법칙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왓킨스 교수 著 ‘90일 안에 장악하라.’을 참고해 전달한 조언이다.) 아주 간단한 내용이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어쨌거나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라고 생각이 되어 소개한다. 첫번째 3은 부임한지 3일 내에 당신이 앞으로 조직을 이끌 비전과 원칙에 대해서 조직원들에게 발표하는 것이다. 두번째 3은 3주 되는 시점까지 당신이 발표한 비전과 원칙을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조직원들과 함께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3은 3달이 되는 시점까지 수립된 계획이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는지 첫번째 점검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실행하는 건 상당히 다른 일일 것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조직에 도착한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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