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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Che Kim Dec 18. 2022

상사도 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7. 상사와의 관계

다음 글에서 갑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하루 기분을 좌지우지하시는 상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먼저 넘어가 보자.


직장에서 사용하는 ‘어린이날’이라는 표현을 아는가? 요즘은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직장생활 초기에는 상사가 휴가나 출장으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을 때 ‘어린이날’이라고 하며 근무하는 데에도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웠고 때로는 일찍 퇴근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런 날에 본인이 따로 휴가를 내거나 했다면 휴가를 괜히 썼다고 아쉬워하기까지 했었다. 그 정도로 우리는 상사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직장생활의 생존기에서 주인공인 당신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있다면 바로 이 ‘상사’ 일 것이기 때문에 따로 상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다뤄야 할 것 같았다. 상사들은 당신의 직장생활을 지옥으로도 천국으로도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바로 앞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했는데 당신의 상사가 바로 그 나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글에서는 상사와의 관계의 4법칙과 상사와의 불화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우선 상사와의 관계 제1 법칙. 상사의 기분을 항상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라.

물론 항상 기분 좋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가능한 한 최대한 노력하라. 그러면 당신도 회사에서 어느 정도 그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상황을 설정해 보자. 당신의 팀이 지난 1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프로젝트의 거래처에서 거절 의사를 전달해 왔다. 당신의 상사가 전날 집에서 다투고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보고하는 것이 낫겠는가? 아니면 상사의 자녀가 대학 합격 소식을 받아 든 날에 보고하는 것이 낫겠는가? 물론 프로젝트의 성과가 결렬되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보고할 때 상사의 기분은 크게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그것과 같은 논리에서 우선은 상사의 기분이 좋도록 노력해보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사와의 관계에서 좀 더 유리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테니.


제2 법칙, 1법칙과 비슷하지만 상사가 원하는 것을 항상 미리 파악하도록 노력하라.

당신은 상사가 원하는 것을 비교적 잘 예측하는 편인가 아니면 항상 뒤를 따라가고 있는가? 전자와 후자 간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게 나타나는데 예측이 잘 되는 당신이라면 상사가 찾을 숙제를 미리 준비했다가 찾기 전이나 찾자마자 신속하게 상사에게 보여주는 것에 능하면서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항상 받게 될 것이고, 뒤만 따라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매사에 전전긍긍하면서 상사가 어떻게 이야기할까 눈치만 보다가 눈이 한쪽으로 몰리는 가자미 눈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상사가 원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미리 예측한단 말인가? 주역이나 타로카드 읽는 법이라도 공부해야 하나? 일단 당신의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상사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는 것은 당신의 역할이지만 대략적인 힌트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당신의 상사의 관심사를 바라보라. 그가 출세에 몰두하는 타입이라면 대체로 그의 승진에 영향을 주는 존재들 즉, 직속 상사나 본부장, 부문장, 또는 경영지원실장 혹은 고객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이 당신의 상사가 관심 있어하는 것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또는 이미 출세에 대해서는 초월한 당신의 상사라면 대체로 본인을 귀찮게 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또한 본인의 취미생활 등 다른 관심사에 연결되는 것들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이 힌트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 나로서는 잘 알 수는 없지만 ‘당신의 상사가 원하는 것을 알려면 당신의 상사의 주변에 관심을 갖도록 하라’는 한마디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의 성향이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인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자신이 빛이 나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격인지, 또는 아부처럼 들리는 말을 질색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인지를 알아두어라.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미리 그들의 관심사를 파악해 두면 보고서를 쓸 때나 혹은 쓰지 않기로 할 때, 또는 심지어 둘이서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조차 당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3 법칙, 상사의 위상은 나의 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요즘 회사에서 조직문화 서베이나 360도 다면평가 등을 진행할 때에 좋은 게 좋은 거니 평가자 신상이 비밀로 처리된다고 해도 가급적이면 좋은 평가를 내리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도 똑같은 조언을 하고 싶은데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상사가 조직문화를 엉망으로 흐리고 있거나 나쁜 평가를 받아 마땅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억지로 좋은 조직문화 점수를 주거나 좋은 평가를 줘야 한다는 직접적인 조언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반론적인 입장에서 당신의 상사의 조직 내에서의 입지는 당신에게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의 조언을 드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당신의 팀에 인력이 모자라서 충원을 해야 팀원들이 피로감을 이겨낼 수 있을 때에 당신의 상사가 본부 내에서 입지가 모자라거나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는 당신을 승진시키기 위한 T/O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한 팀 충원을 위한 T/O를 받아내기가 더 힘들어서 당신의 팀에 새로운 팀원을 불러오기가 힘들 것이다. 어쩌면 상사가 무능하고 악독한 사람이라면 빨리 교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또는 당신에게 주어진 조금의 힘이라도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나쁜 평가를 내리고 싶겠지만 조금 더 스스로를 위해 약아질 필요가 있다.


제4 법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비상식적으로 나를 괴롭힌다면 그때부터 그는 당신의 상사로 간주하지 않아도 좋다.

원래 이 장의 제목을 상사와의 불화가 있을 때로 할까 하다가 상사와의 관계로 수정을 했는데 상사와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그와 불화가 생길 때이다. 상사가 좋아하는 것을 미리 예측하기란 원래 어렵고, 그를 기쁘게 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도 그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비교적 쉬울 테지만 상사가 나에게 비상식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준다면 그것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괴로운 상태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당신에게는 이기기 힘든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18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쌓은 대 상사 전쟁의 노하우를 당신에게 알려주도록 하겠다.

그 첫 번째 조언이 바로 당신의 상사가 당신을 비상식적으로 괴롭힌다면 그때부터는 그를 당신과 동급의 인간으로 내려놓고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말이다. 아무래도 상사는 당신의 인사권과 평가권, 즉 직장인으로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싸우기가 힘들다. 마치 예전에 양반집에 머슴을 살던 종이 아무리 건장하고 힘이 세도 호리호리하고 힘없는 김첨지에게 꼼짝도 못 했던 것처럼 당신이 상사라고 하는 그들의 특수한 권한을 고려한다면 싸울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되어서 첫 번째로 상사로 간주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헷갈리면 안 되니까 다시 한번 명료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당신의 상사가 상식적인 선에서 당신을 괴롭게 하는 경우는 당신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할 때다. 그러나 상사가 비상식적으로 당신을 괴롭히는 것은 논리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당신은 그와 싸우거나 관계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므로 그를 더 이상 상사라 생각하지 말고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정의해서 어떻게 그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바로 이어서 상사와의 불화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첫 번째 상사와 불화에 대처하는 법은 상사와 불화하지 않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싸우지 않는 것이 상지 상책이라고 나온다. 특히 상사는 나보다 훨씬 더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선은 그들과 불화를 일으키거나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당신이 그런 상황을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닐 테니 이 첫 번째 조언이 소용이 없을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나 그래도 가능하다면 상사와의 불화는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하자.


두 번째 상사와 불화에 대처하는 법은 혼자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피하여야 하는 상사와의 싸움에서 1대 1로 대립을 하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9할 이상이 당신이 될 것이다. 우선 상황에 대해서 호소를 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당신의 상사가 훨씬 더 가까울 것이며, 그동안 당신의 상사가 조직에 기여한 바가 당신보다 월등하게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1대 1로 대립을 하는 경우라면 당신에게는 승산이 거의 없다. 내가 상사와 다퉈야 하는 상황은 그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당신과 다투는 상황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당신의 동료 또는 회사와 함께 싸우기를 추천하는 것이다.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 그래야 당신의 상사와의 불화를 이겨낼 수 있다.


세 번째 상사도 당신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라. 사실 이 상황은 당신이 어떠한 형태의 직장에서 근무하는지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다. 개인기업이나 아주 소규모 직장에 다니는 경우에는 다소 나의 이야기가 맞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노동법이 제대로 적용되는 직장을 대상으로 조언을 드리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상사의 역할은 당신을 잘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이며 그는 그것을 통해 회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그들도 당신들이 자신의 리더십에 따르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게다가 그에게 주어진 무기는 사실은 평가권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다. 사실상 회사가 구조조정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노동법은 근로자의 해고를 허가하지 않는다.(이 부분이 개인기업이나 소규모 직장과 아주 괴리가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상사가 당신에게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은 나쁜 평가를 통해 당신의 급여 상승이나 승진에 대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데 이 또한 대단히 큰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당장 당신을 회사에서 쫓아낼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래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주변에 상사의 지시사항을 차일피일 미루며 이틀 사흘을 넘기는 동료를 본 적이 있지 않은가? 회사에서 지시한 사항을 부하직원이 빨리 해내지 못하면 상사도 고달파 지기 때문에 닦달을 하게 될 수 있는데 이때 당신이 그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핑계를 대면서 그를 견제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수단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비상식적인 상사에게 대처하는 수단으로는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상사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실 상사와의 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므로 이 글의 마무리를 상사와의 좋은 관계를 위한 내용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소개한 1~4의 법칙을 잘 지켜낸다면 상사와의 관계를 좋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다시 한번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상사와 많은 의사소통 기회를 가져라. 간단한 일상생활의 이야기가 되었던 업무 관련 아주 간단한 것이 되었건 자주 의사소통을 할 기회를 가져야 개인적인 선호를 알 수가 있고 그래야 업무적으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해 두어야 좀 더 심각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에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내 경우에 평소에 특별히 상사에게 요구사항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팀장님, 잠깐 이야기할 내용이 있는데요.’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팀장님이 살짝 긴장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 팀장님께서 ‘이 친구는 좀처럼 이런 얘기를 안 하는데 대체 뭘까’라고 긴장을 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이 당신이 상사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맺고 어려운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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