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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Apr 18. 2020

그래서 더 감동적인 너의 언어, 너의 세계.


1

사랑이가 목욕을 하고 나와 물을 마시겠다고 했다. 정확히는 컵에 물 따르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마침 뚜껑을 열어두었던 탄산수가 있어 컵과 함께 주니 양 조절을 못하고 주르륵 쏟아버린다.


“에헤- 다 쏟아져버렸네”

“으하 다 쏟아써”

그러더니 테이블 위 쏟아진 탄산수를 손으로 찰방거리며 장난을 친다.

“사랑이 이제 장난 그-마안. 우리 들어가서 읽을 책 고르자”


사랑이가 책장쪽으로 간 사이 쏟아진 걸 닦고, 칼슘제 두 알을 꺼냈다. 어느 새 내 옆에 온 사랑이는 자기가 엄마를 먹여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사랑이에게 칼슘제를 쥐어주니 하나씩 입에 넣어준다. 하나를 넣고 물을 마시는데 사랑이가 갑자기 “힘내” 그런다. 내가 깜짝 놀라 “엄마 힘들어보였어?” 하니 “엄마 힘내” 해준다. 


자러 들어간 안방에서 “사랑이가 엄마한테 ‘힘내’, ‘사랑해’ 말해줘서 엄마가 엄청 행복했어” 말하니 “엄-청? 행복해써?” 되 묻는다.


“응. 엄청 행복했어”

“사랑이도. 엄청. 행복해써”


그리고는 내 품에 쏙 안기는 아이. 아직도 이리 작은데 언제 이렇게 예쁜 말들을 배워서 엄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건지.



2

뒹굴거리며 바닥에 누워있는데 사랑이가 침대 위로 올라가자고 한다. 느려진 몸으로 침대 위로 올라가는데 사랑이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천처니. 올라가”



3

“엄마는 사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제일? 조아해?”

“응- 엄마는 사랑이를 너무너무 좋아해”

“사랑이도 세상에서. 너무. 조아해”


자기 전 도란도란 나누는 사랑의 말들. 하루를 채우고 내일을 살게하는 말들. 따뜻한 마음 가득 담은 아직은 느리고 서투른 말들. 그래서 더 감동적인 너의 언어, 너의 세계.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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